볼보자동차코리아 이향림 사장
즘도 ‘수입 자동차 업계 유일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 묻는데 제가 벌써 CEO 4년차예요. 홍일점이 아닌 당당한 CEO로 평가받을 만도 한데, 아직도 이 자리가 남들 보기에는 낯설게 느껴지나 봅니다.”이향림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수입차 업체의 여성 CEO로서 느끼는 점’에 대해 물어본 기자는 순간 머쓱해졌다.하지만 지금도 그녀가 여전히 국내 ‘유일의’ 여성 자동차 CEO라는 점 또한 사실인 것은 분명하다. 그녀 전에도 여성이 자동차 회사 대표이사를 맡은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볼보자동차 지사장 중에서도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례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흔히 자동차라고 하면 남성들의 분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더군다나 기계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주로 재무 파트에서 근무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세요. 여성 운전자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많습니다. 상명하복보다는 수평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니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것이 여성 CEO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최근 이 대표는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전설적 존재이자 한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연인이었던 크리스틴 코모포드 린치의 자전적 에세이 ‘오프로드를 달리는 여자(원제-이단자의 규칙)’를 번역했다. 작년 2월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난 해 뉴욕타임스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3위까지 올랐다.올해는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창립된 지 10주년, 임포터로 출발해 한국 시장에 브랜드를 진출한 지 21년째를 맞이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런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자동차를 디자인한다(We design cars for a better lif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했다.실천적인 의미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정한 ‘우리의 미래’라는 개념은 △충돌하지 않는 차 개발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안 럭셔리 디자인 구현 △환경에 대한 무한 책임 △프리미엄 품질 유지로 요약된다.“우리는 차를 만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제품 기획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2020년까지 사고가 나지 않는 차를 디자인할 계획입니다.”볼보라고 하면 안전, 안전이라고 하면 볼보다. 안전에 관한 한 볼보는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선구자다. 오늘날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것도 다름 아닌 볼보다. 그전까지 사용되던 안전벨트는 오늘날 고속버스에서나 사용하는 2점식이었다. 이 밖에 오늘날 웬만한 준중형급 이상 자동차에는 모두 장착된 측면 보호 에어백과 커튼형 에어백, 경추 보호 시스템 등도 볼보의 작품이다. 2002년과 2004년에는 전복 방지 시스템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을 연이어 개발했다.볼보가 ‘사고 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공언하는 배경에는 바로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는 안전 기술이 있다. 수만 건의 교통사고를 조사한 결과 전체 추돌 사고의 75%가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시티 세이프티는 차량 앞 유리 상단에 레이저 시스템을 장착해 전방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행 속도 시속 15~30km와 15km 이하 두 단계로 나눠져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우선 시속 15~30km로 주행 시 앞차와의 간격이 줄어들면 차량 스스로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량 속도를 줄여준다. 이 같은 조치를 취했는데도 시속 15km 이하로 속도가 떨어진 상황에 차량 간격이 줄어들지 않으면 시티 세이프티는 브레이크를 통해 차를 정지시킨다.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값 상승, 업체 간 출혈경쟁 심화 등으로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경쟁적으로 내린 가격을 다시 올렸다간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어 고민이다.“제일 심각한 문제가 유로화 강세에 따른 환율 문제입니다. 연초 대비 유로화가 30%가량 올랐습니다. 원자재 값 상승 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된 것이지만 환율은 우리만의 문제예요.환율로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일순간 사라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는데, 최근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올 초만 해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생각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소 유보적으로 바뀌었죠.”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상반기에만 1268대의 차량을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1058대) 판매 기록을 약간 상회했다. 다른 유럽 브랜드에 비해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고 스웨덴 차라는 낮은 인지도를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볼보자동차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가 아니라 스웨덴 내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온다. 이 때문에 운송하는 데만 2개월 이상 걸린다. 국내 판매 중인 수입차 중 최장거리, 최장시간인 셈이다. “볼보는 원래 모델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딱 준중형급 세단만 만들었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왜건, 도심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10년 전부터입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철학은 확고합니다. 이 때문에 고객 충성도가 높습니다.”볼보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특징은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이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해 지난 상반기 중 플래그십 모델인 S80 디젤은 441대나 팔렸습니다. 동급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가 같은 기간 70대 팔리고, 아우디 A6 2.7 TDI가 25대 판매된 것에 비교하면 성적이 꽤 좋습니다.”특히 이 대표는 20~30대가 주 구매층인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유럽 브랜드자동차는 30~40대가 주고객층인 것과 비교하면 고객층이 비교적 젊다.혼다로 대표되는 일본 차들의 강세에 대해 이 대표는 “일본 차의 강세가 판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차와는 구매층이 다르다”며 “혼다 차가 한 달에 1000대 이상을 파는 상황에서 국산차, 수입차 간 구별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한다.그는 “이런 추세대로 가면 특정 수입 브랜드가 국산 차종보다 더 많이 차를 파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국산, 수입차를 모두 아울러 고급차와 대중차로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2008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여 주목받은 XC60 디젤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 다양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볼보라고 하면 안전, 안전이라고 하면 볼보다. 안전에 관한 한 볼보는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선구자다. 오늘날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것도 다름 아닌 볼보다. 그전까지 사용되던 안전벨트는 오늘날 고속버스에서나 사용하는 2점식이었다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화여대 생물학과 졸업연세대 경영학 석사(회계학 전공)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 코리아 대표 역임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