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 전략 시대

들어 ‘국내 펀드 편향 현상(home equity bias)’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펀드로 몰렸던 투자 자금이 올 들어 국내 펀드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해외보다 국내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와 국내 펀드로 옮겨 다니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차원에서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한 해외 펀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7일까지 해외 주식 펀드가 8조2081억 원(15.82%) 늘어난데 비해 국내 주식 펀드는 15조7862억 원(23.1%, 설정액 기준)으로 국내 펀드가 두 배 가까이 많은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주식펀 드가 26조2920억 원 증가한 반면 해외 주식 펀드는 43조3249억 원 늘었다. 해외 주식 펀드가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660.37%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자금이 몰렸었다. 그러다가 올 들어 완전히 국내 주식 펀드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의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 급락에 있다. 수익률 하락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 펀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그런데 사실 국내 주식 펀드라고 해서 수익률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8월 11일 현재 국내 주식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17.42%에 달하고 있다. 이는 중국 주식(마이너스 29.93%), 인도 주식(마이너스 27.94%) 펀드보다는 나은 성과이지만 브릭스 주식(마이너스 17.11%), 러시아 주식(마이너스 15.85%), 라틴 주식(마이너스 5.20%), 브라질 주식(0.77%)보다는 낮은 수익률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수익률보다는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심리 경색이 ‘국내 펀드 편향’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자기 나라 밖의 자산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첫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국내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면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까지 파고들어왔다는 점에서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정보 차이는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유명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의 하이얼전자제품이나 인도의 타타자동차 등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만큼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둘째, 해외 펀드 투자는 외국 통화로 거래가 이뤄지므로 통화가치의 변동에 따른 부가적인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즉, 경우에 따라 펀드에서는 이익이 났는데 환율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해외 펀드가 환차손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환율 변동이 해외 펀드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돈의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성장과 같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해외 펀드 수익률이 환율 위험을 충분히 상쇄하게 된다. 만일 단기적인 환율 변동 위험 때문에 해외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최근 정부의 조기 폐지 검토로 논란이 된 바 있는 해외 펀드에 대한 주식 양도 차익 비과세는 2009년 말까지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는 국내 주식 펀드와 달리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비과세 조치 이후 해외 펀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긴 했으나 해외 펀드 투자가 단순히 세금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201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외 펀드 투자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로 충분한 분산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펀드로 나눠 투자했다고 하더라고 국내 펀드에만 국한돼 있다면 투자 위험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국가 위험(Country risk)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북 관계에 문제가 생겨 주가가 폭락한다면 국내 펀드의 성과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국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외 펀드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나 지역 등에 고루 투자해야 전체적인 위험을 낮추고 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또 향후 전개될 세계 경제 발전의 과실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펀드 투자가 필요하다. 좁은 땅덩어리에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 국민이 부(富)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과거 상대적으로 싼 노동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왔다면 이제부터는 고도화된 지식과 함께 투자를 통해 또 다른 단계의 경제 발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고령화 성숙 경제 단계로 진입한 국내에 비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들은 가파른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국내에 없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해외 펀드 투자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사실 아직까지도 가계 자산에서 해외 펀드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뒤늦게 해외 펀드에 집중 투자해 높은 변동성 때문에 심한 고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인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아직 해외 투자는 더 많이 늘어야 한다.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은 미국 영국 등이 50%를 상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이 86%에 이르고 있다. 15%에 불과한 금융자산마저도 이 중 40% 이상이 현금이나 예금 등이며 펀드는 9.8%에 그친다. 결국 펀드 전체에서 해외 펀드 비중이 22.51%이므로 전체 가계자산 중 해외 펀드 비중은 0.33%(= 15%×9.8%×22.51%)로 추산된다. 가계 금융자산에서만 보더라도 해외 펀드 비중은 2.21%(= 9.8%×22.5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과연 해외 펀드 투자는 얼마나 돼야 할까. 모건스탠리 전 세계 주가지수의 시장 자본 총액 중 우리나라의 비중은 0.9%다. 또 전 세계 국가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65% 수준으로 2%가 채 안 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 치고 국내 자본시장은 영세한 수준인 셈이다. 금융 이론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분산 투자는 시장가치에 비중을 두어 각 나라별로 가장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다. 이런 이론에 따른다면 투자 자산의 90% 이상을 외국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금융 이론일 뿐 실제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격차가 지나치게 큰 상황이다. 결국 효율적인 자산 배분 차원에서 해외 펀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게다가 올 들어 주가 폭락으로 가격까지 떨어졌으니 지금이야말로 해외 펀드 투자를 늘릴 좋은 기회가 아닐까.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