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비이성적 공포가 커질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자가 결과적으로 항상 승자가 됐다. 그런 면에서 현 시점은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다. ‘얼마까지 더 떨어질 것 같으냐’고 묻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저점 전망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런 질문은 선물 투자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공포 수준의 시장 상황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과거 오일 쇼크, 외환위기, 9·11테러 등으로 시장 공포가 극대화됐을 때 회복되는데 최장 1년 6개월이 넘지 않았다. 최근 국내 주가는 채권 금리와 비교해도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가치 투자자에게는 분명 기회다. 물론 하반기에도 급등할 요인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낮다.”“먼저 내가 들고 있는 주식과 펀드가 어떤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좋은 주식이라면 버텨야 하지만 가치 없는 주식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의 속성은 가치가 없는 주식을 사서 버티다 결과적으로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보고 던진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들과 신뢰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인내했기 때문이다. 10년간 4번가량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는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코스닥 버블 때는 유혹도 많았지만 ‘가격은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투자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고 결과적으로 옳았다. 현 시점은 경제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데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다. 금리 정책도 여의치 않다. 인내의 힘을 가진 투자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 여유 자금을 가지고 1등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권한다. 1등 기업은 하방경직성도 강하지만 반등할 때 지수보다 먼저 반응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고 있는 코스트 푸시(cost push) 요인의 하락 여부가 관건이다. 현 상황은 가파른 물가 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와 부 효과(wealth effect) 축소 등으로 시장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 상승 추세가 꺾여야 한다. 금리 인상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악재이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도 호재다.”“중국 증시는 올림픽 이후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싸다는 측면에서 지금이 투자 시점이라고 본다. 중국 주식 주가수익률(PER)이 13배까지 떨어졌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수준이다. 핵심은 어느 업종에 투자하느냐인데 주목하는 분야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거나 예상되는 분야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과 에너지 중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난립하던 부동산 업종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자동차부품 시멘트 등 10개 에너지 과다 소비 업종은 업체 난립 상황을 정부가 나서 3년 내 해소할 방침이다. 이 과정을 거쳐 독과점 사업자 또는 소수 거대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과 업체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간접 판매 중심의 국내 펀드 시장은 문제가 많다. 한 번 팔면 끝인 은행 증권사의 판매 보수가 2% 안팎에 달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수수료가 판매 보수에 비해 오히려 적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펀드 문화가 정착되기 어렵다. 하지만 판매 회사들은 당장 팔기 좋은 펀드 상품을 고객에게 권한다. 꼭짓점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많은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1년 6개월 전부터 운용사를 세울 결심을 하고 직판 펀드를 준비했다. 인력 채용에서부터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힘들었다. 투자자문사 시절 18명이던 인력이 58명으로 늘었고 예산도 5배가량 증가했다. 간접 판매라는 쉬운 길이 있었지만 펀드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다.”“직접 판매를 고수하다 보니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게 가장 힘들다. 요즘 매일 투자 설명회를 다닌다. 코리아(총보수 1.8%) 차이나(2.19%) 글로벌리치(2.3%) 등 펀드 3종을 내놓은 지 2주일 만에 약 270억 원이 들어왔다. 국내 증시가 장중 1400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직판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30명가량 방문하는데 처음에는 1∼2시간씩 기존 투자에 대한 하소연부터 한다. 그동안 이런 고객들의 가려움을 해소해주는 데 기존 판매사나 운용사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산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첫째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둘째 시장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기업, 셋째 재무 건전도가 높은 기업이다. 특히 최근과 같은 불황에서는 영업이익률을 눈여겨보는데 불황기에는 원가율이 높은 기업부터 이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1등 기업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만 보는데 그 이면의 끝단에는 소비자의 지갑이 숨어 있다. 물론 1등 기업의 가치 추정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해 분산 투자도 필요한 것이다. 분산 투자는 단순히 종목 수가 많은 게 아니라 속성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할 수 있는 기업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수요가 커지면서 경쟁이 독과점으로 변하거나 또는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분야의 1등 기업이 주 타깃이다. 국내에서는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건설 업종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업은 1등 기업도 힘들 정도로 불황이어서 하위권부터 퇴출이 예상된다.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 1등 기업의 가치가 보다 부각될 것이다. 글로벌리치도 구조조정 중인 미국의 금융사와 독과점 1위 업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리치 투자 대상 업체들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의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다. 특정 국가의 부자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데는 경제 성장보다 통화가치 절상 효과가 더 크다. 지갑이 두꺼워진 중국의 슈퍼 리치들이 집중해 돈을 사용할 분야가 이들 하이엔드 소비재가 될 것이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강방천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쌍용증권, 동부증권 펀드매니저이강금융컨설팅 전무©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