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까지 중국 부동산 투자자를 100m 스프린터에 비유했다면 앞으로는 마라토너의 체력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순간적인 근력 강화 운동보다는 반복되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지치지 않는 스태미나가 필요하다.”다국적 부동산 개발 컨설팅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내 중국 전문가인 리처드 미들턴은 현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올림픽이 끝난 지금 중국은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발판 삼아 중국이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여전히 관객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다’고 비판한다. 부동산 투자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지금까지 중국 부동산 시장은 세계 최고의 황금어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인 침체를 걷고 있던 지난해에도 중국 부동산 가격은 32%의 상승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중 미국계 투자 펀드인 칼라일그룹이 19억9000만 위안을 들여 아파트를 매입했고 다국적 레지던스 업체인 프레이저는 베이징 시내 3만1000㎡짜리 오피스 타워를 건립했다. 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하이 시내 각각 9만7000여, 2만6300여㎡짜리 주거용 건물을 지었다. 우리 기업 중에는 미래에셋이 9억6300위안을 들여 아파트를 구입했고 SK그룹의 중국법인인 SK차이나도 대중국 시장 전초기지 마련을 위해 베이징 시내 26억9000위안짜리 초대형 오피스 건물을 매입했다.이런 가운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소식도 끊이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턴트사인 DTZ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10대 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은 평균 41%나 줄었다. 특히 선전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매 가격이 31%, 거래량은 56%나 감소했다. 광저우는 집값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이 지난 5월 발표한 주택개발경기지수는 103.34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조사한 5월 달 주택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한 달 전과 비교해 0.6% 하락했고 중고 주택 가격도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올림픽 개최에 따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올림픽 특수를 예상했던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관련 시설이 근처에 있으면서 우리 교민이 대거 모여 살고 있는 왕징은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어 지난해 ㎡당 1만8000~1만9000위안이었던 집값이 현재 1만4000위안대까지 주저앉았다. 거래량도 상반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2%나 감소했다.이는 최근의 중국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던 것에 대한 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5년간 중국 부동산 값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 전반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상승 기조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9.8%로 전망했다. 지난 수년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많이 둔화되는 셈이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점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중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구나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이벤트가 경제적인 실리보다는 정치적인 쇼에 그쳤다는 점도 중국 정부로선 아쉬운 대목이다.중국 정부의 지나친 규제 일변도 정책도 투자자들로선 악재로 꼽힌다. 최근 각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 부동산 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대출 축소와 금리 인상 조치를 취했고 외국 투자자들은 1년 이상 중국에 거주해야만 중국 내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현재 만기 5년 이상 모기지 금리는 7.3%다. 외국법인과 관련해서는 현지 중국 업체들과 일대일 수준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야만 부동산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부채를 자기자본과 일대일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단기 상승에 따른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그렇다면 한쪽에서는 자금 유입이 여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지금의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때는 무엇보다 하나의 시장 흐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땅덩어리가 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시장 전체의 흐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은 이중적인 잣대로 분석, 전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지금의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조정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맞물리면서 빗어낸 결과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투기 수요에 따른 부동산 시장 거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현 상황으로 볼 때 가격 조정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그렇다고 해서 중국에 대한 관심 자체를 거둘 필요까지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 대국을 목표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 최근의 집값 하락을 중국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볼 필요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준희 중국부동산연구회 회장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예전과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대신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칭다오 선양 충칭 등 2급 도시들은 여전히 투자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국 지도부가 강력한 개발 의지를 표하고 있는 톈진과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이 유망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부동산 투자 시 많이 사용한 현지 법인을 통한 투자 방식은 상당한 위험도가 도사리고 있다. 투자 유치는 중국 지방정부의 몫이지만 한 번 들어간 돈이 나올 때는 중앙정부 내 외환관리국이 투자금 회수에 따른 적법성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최악의 경우 자금이 장기간 중국 내에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1년 이상 중국에 체류한 개인이나 법인 관계자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투자하거나 본인이 직접 1년 이상 중국에 머무른 뒤 외국인 부동산 취득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올림픽 해 중국 부동산’이라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만약 3000m 장애물 경기를 하고 있다면 지루하고 봉변을 당할 것 같거나 수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당신은 지금 금메달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