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나타난 중국 경제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위안화 환율 변화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이다. 절상(위안화 가치 상승) 일변도에서 절하(위안화 가치 하락)로 변화한 것.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성장을 유지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물가 상승과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환율 정책을 동원하면서 위안화 절상이 가속화돼 왔다.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경제 정책도 성장 쪽에 무게를 두게 됐고,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의 위안화 강세로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 줄도산하자 위안화 정책의 방향 선회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25일 중국 정부가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공식적인 지침을 확정한 뒤 위안화 가치는 급락, 8월 14일 현재 0.61%가량 떨어졌다. 7월의 절상 폭(0.55%)을 웃돈다.이처럼 위안화 가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따라 당분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신식중심(SIC)은 경제 성장 둔화에 대비한 긴급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 목표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높여 경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중국 상무부도 위안화 절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국무원에 올렸다. 상무부는 임금과 원자재 가격의 급등 속에 위안화 가치마저 오르면서 수출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 상승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윈저우는 10개 회사 중 9개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라이터 시장이나 선글라스 시장 등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는 윈저우의 공장들은 수출을 포기한 채 떠나고 있다. 광둥성 저장성 등 수출 경제가 발달한 지역들은 모조리 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상무부의 위안화 속도 조절론은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한때 위한화의 저평가론을 제기하며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미국도 요즘은 조용하다. 위안화 가치가 미국의 주문대로 올랐지만, 이것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대중국 수입 물가를 자극,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 경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따라서 미국은 어느 정도의 위안화 가치 절하를 눈 감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주문에 따라 가치를 조절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또 미국 경제의 동향에 따라 언제든 다시 절상 압력을 넣을 수 있기도 하다.결국 키는 중국 정부가 쥐고 있다. 자산 버블 붕괴와 경기 경착륙이라는 두 개의 폭탄이 동시에 터질 경우 중국의 경제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공상은행의 루쩡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연말께 추가적인 경기 둔화가 목격될 것”이라며 “위안화를 계속 절상한다면 이것은 낭떠러지를 향해 노를 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하지만 급격한 절하 역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에 빠르게 유입돼 자산시장의 버블(거품) 요인이 됐던 핫머니가 중국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7월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전달 대비 56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 투자(FDI)와 무역 흑자를 합친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지난 7월 FDI는 83억3600만 달러, 무역 흑자는 252억8000만 달러였다.중국 사회과학원 중국경제평가중심의 류위휘 주임은 “6월에 이어 7월에도 외환 보유액 증가분이 FDI나 무역 흑자보다 훨씬 적었다”며 “자본 계정에서 핫머니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외환 보유액 증가분은 119억 달러였다.시장 관계자들은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핫머니 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학술 간행물인 금융연구는 “핫머니가 한꺼번에 중국 시장에서 빠져 나갈 경우 부동산과 증시에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절하 속도가 빨라진다면 중국에서 유출되는 핫머니는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당분간 피할 수 없는 대세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또한 핫머니라는 덫에 걸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중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