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가 각국의 인플레이션, 경기 후퇴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내에서 연초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미분양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반포, 용인 등에서 계약률이 40~60%를 기록하는 등 분양 시장의 위기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버블 세븐이라고 부르던 지역에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반면 부동산 경기의 하강을 반전시킬만한 거시 경제적 환경의 조성이나 정책적 전환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하강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에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위기 논의가 확산돼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위기로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그렇지만 정말로 부동산 시장이 과거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은 신중히 살펴봐야 할 사안이다. 주택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은 2007년 초부터이고, 지금도 경기 순환 주기상 하락 국면에 있기 때문에 올해 전체 경기 하강과 더불어 주택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급적 측면에서 분양 및 입주 물량 증가, 수요적 측면에서 구입 연기나 관망세 증가 등이 결합되면서 이러한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 내지 하강은 주택 경기의 순환 흐름에 따른 것이고, 다만 여기에 그 주변 환경이 침체를 가속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바로 일본의 버블 붕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과 대비해 논의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우선 일본이나 미국의 부동산 위기는 경기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와 결합된 것이다. 1991년의 일본이나 2007년의 미국 부동산 시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주택 수요가 급속히 감소하는 시점에 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위기가 증폭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비해 비록 과거보다 구매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국내에는 중대형을 선호하는 40~50대 베이비부머가 여전히 시장에 두터운 수요층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둘째, 국내 주택 시장의 담보대출이 증가하는 등 유동화가 많이 진척됐지만 아직 주택 시장에서 임대 형태는 전세가 일반적이고 주택 가치 대비 대출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 셋째, 수도권의 경우 주택 부족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주택 시장에서 침체가 공급 과잉보다는 수요 위축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따라서 제도적, 정책적 여건이 바뀌고 경기가 회복되면 낮아진 주택 가격을 기반으로 다시금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회복 상황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물론 1997년의 외환위기에 따른 주택 시장의 붕괴를 경험한 바 있고, 그러한 위기를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당시 동남아 국가들이 대부분 겪었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 위기의 정도를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앞서가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심도 늦출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하강 현상들을 버블 붕괴의 전조로까지 보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싶다.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