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다른 인종과 국가 출신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라고 우리나라에 권고했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순혈주의에 대해 ‘민족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같은 영토에 사는 다른 민족, 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주 노동자와 국제 결혼한 배우자, 혼혈아 등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유엔 차원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요즘 변해가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우리도 세계적 추세라는 다민족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또한 이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회의와 우려를 한번쯤 하게 된다.민족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공동생활로 언어나 문화상의 공통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이를 기초로 생기는 집단이다. 이는 인종이나 한 나라의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단일민족인가 다민족인가의 구분은 순수 혈통이냐 동일 문화권이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하나의 순수 혈통이란 지구상에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80%의 혈통이 같은 유일한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역시 동일 문화의 단일민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단일민족은 빠른 의사소통과 사회적 가치관이 유사한 장점이 있으나 다양성이 약하다. 다민족은 의사소통과 공동체 의식이 약하지만 국가 문화가 다양하고, 민족 차별의 소지가 있지만 법과 질서의식이 발달한다.문명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점점 공동문화권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경우 4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며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인구의 1.5%인 72만2000명을 헤아린다. 이처럼 다문화 국가로 변하는 와중에는 부작용도 빈발한다. 한 21세 베트남 여성은 남편의 구타로 이혼을 신청했다. 한 방글라데시 출신 여성은 ‘한국말도 배우기 벅찬데 아이부터 낳아,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해 아이가 학습 문제로 놀림을 당하고 있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결혼 이민과 이주 노동자 문제가 점차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우리나라의 국제결혼은 저소득층 내국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이 주류를 이룬다. 남성의 상당수는 저소득층, 장애인, 혼기를 넘긴 고령자이며 재혼도 45.3%에 이른다. 내국인 배우자를 찾지 못해 외국인 신부를 찾는 남성이 늘고, 여성 이민자는 가부장적인 남편 등 이질적 한국 문화와 충돌한다. 문제는 1세대만이 아니라 2세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며, 국제결혼으로 태어날 아동이 2010년에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세들은 단일민족 성향의 문화 속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할뿐더러 우리말이 서툰 엄마에게서 교육을 받아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이미 세계는 다양한 인종들이 국가를 넘나들고, 대한민국은 국제적 선의와 무역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국제 가정과 이주 노동자 등 다민족 문제는 한국 공동체라는 큰 용광로 속에서 한 지붕 아래 가족으로 예우하고 새로운 단일 문화를 추슬러야 할 때다. 민관이 특별 다민족 프로그램을 개발해 언어 역사 전통문화 등 동질성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소외된 국제 가족에게 가칭 ‘한사랑 가정 잇기 운동’ 같은 후원 가족 맺기 등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와 할 일은 많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 장래를 염려하는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몫이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