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플랜트 설비 전문 업체인 케이아이씨(KIC)가 올 들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사들인 알짜 자회사 신한E&C를 최근 합병, 매출과 수익성 체질 변화에 나선데 이어 11월에는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저가 항공 ‘이스타항공’도 처녀 출항을 대기 중이다. 지분 16%를 투자한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구리광산 개발산 디밸럽알코가 최근 광업진흥공사의 기초 탐사를 통과해 오는 9월 정밀 탐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광진공이 투자 여건 조사에 나선 23개 광산 중 기초 탐사를 통과한 곳은 단 3곳이다. 그만큼 사업성이 밝다는 얘기다. 디밸럽알코는 광진공의 지원과 별도로 8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광산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의 멕시코 냉연 공장 관리를 위해 포스코와 공동으로 설립한 현지법인은 올 연말께 설비 설치를 하고 내년 초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그동안 중국을 거점으로 했던 해외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작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분 68%를 보유한 새만금관광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플랜트 전문 기업으로서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 한편 에너지 레저 등을 향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 하나씩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도 중소형 가운데 보기 드물게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같이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액면가가 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 원 안팎인 주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상진 KIC 대표는 “추가 증자 없이 알짜 기업인 신한E&C를 흡수 합병해 회사의 수익성과 외형이 크게 늘고 있어 올해 연말에는 투자자에게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주가 수준은 이런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플랜트 분야는 고유가에 웃는 몇 안 되는 사업 분야다. 중동 등 주요 산유국들의 주문이 늘면서 플랜트 수주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발주처에서 생산 능력을 우려할 정도로 플랜트 수주가 쏟아지고 있어 내년에 포항 신항만 내 3만6355㎡(옛 1만1000평) 규모 부지에 추가 생산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랜트 시장이 팽창하고 있어 아직도 공략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향후 5년간은 현재와 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1972년 포스코에 단열내화공사과 정비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술력을 쌓아 왔다. 사실상 포스코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생산 라인 롤러 등이 마모되지 않도록 코팅 방식으로 관리하는 하드 페이싱 분야에서는 국내 1위를 자랑한다. 또 제철소와 발전소 등에 필요한 가열로 부문과 정유 조선 석유화학플랜트의 단열 공사, 경수로형 원자력 발전소 격납 건물 내부 기기와 배관 등을 설비하는 특수 보온(Nukon) 시스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Nukon시스템 분야는 14기의 한국형 경수로 가운데 12기에 참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는 현대건설이 건설 중인 신고리 1, 2호기 사업에 참여 중이다.”“신한E&C는 포스코 협력사로 1970년대부터 국내 플랜트 시장을 주름잡았을 정도로 오래된 회사다. 코크스 이동차, 환경플랜트, 오일 샌드 굴착 플랜트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번 합병은 재무 구조뿐만 아니라 제품 구성 다양화 시너지 효과도 크다. 특히 신한E&C는 매출이 KIC와 비슷한 연간 700억 원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으로 훨씬 높다. 합병으로 KIC의 올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0% 이상 늘어난 1524억 원, 148억 원 규모가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자나 지분 축소 없이 기업 가치가 2배 이상 뛴 셈이다.”“자본금 24억 원 중 포스코가 약 16억 원을, KIC가 8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한국에서 인력 지원이 어려운 중남미에 생산 설비를 갖춘 포스코로서는 현지에 믿을만한 국내 협력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생산에 주력하고 나머지 관리 유지 등은 모두 KIC가 맡는다. 단순 협력사와의 동반 진출 차원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방식으로 KIC의 기술력과 관리 노하우에 대한 포스코의 신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타 지역 진출 시에도 이 같은 동반 진출 사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 5월 베트남 정부의 내인가를 받아 8∼9월께 승인 예정이다. 2009년부터 쾅나이성 융쿼 경제개발구 13만㎡ 부지에 내년부터 5년에 걸쳐 가열로 제철 설비 등 플랜트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현재는 중국 옌타이를 해외 거점으로 삼고 있으나 중국의 가파른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특히 베트남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유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했으나 다낭 인근에 넘버1 정유 시설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등 향후 정유 관련 플랜트 수주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근에 두산중공업이 99만1500㎡(옛 30만 평) 규모 담수화 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포스코의 베트남 진출도 예정돼 있는 등 한국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해 가능성이 풍부하다.”“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관련 사업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광산의 경우 자원 개발 사업을 배워가면서 확대해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투자였는데 의외로 채산성, 접근성, 품질 등을 고루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 투자를 위해 80억 원 규모의 펀딩을 실시할 계획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간다. 오일샌드는 신한E&C가 지난 6년 동안 캐나다에서 채굴 설비를 현지 글로벌 정유사에 생산, 납품하면서 경쟁력을 쌓아 왔다. 오일샌드 광산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광산 개발 외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 있다. 플랜트 전문 기업으로 다져 온 노하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분야가 어디인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필요한 자금 수요에 맞춰 매칭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된 통화 옵션 상품 KIKO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중소형사가 환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통화 옵션 상품을 활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오히려 최근에는 신한E&C가 2006년 일본 스미토모상사로부터 수주한 코크스 이동차 대금이 유로화로 결제되면서 계약 시점 대비 30%의 환차익을 봤다.”“보잉 737 한 대는 리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한 대를 들여와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익성 부진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지방 공항과 특화된 여행 상품을 묶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새만금 개발 사업도 항공 운송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중국 대만 등 한국 인접 국가까지 노선을 확대할 생각이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케이아이씨 대표서울대 농업기계과대우중공업 중앙연구소 용접기술팀장대우중공업 중앙연구소 경영혁신팀장케이아이씨 협력사업본부장(상무)케이아이씨 경영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