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와 조선업 양 날개 단…하이쎌
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해양 레저 도시를 꿈꾸는 지방 정부들이 많다. 해마다 세계 해양 관광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발맞춰 국내 해양 관광 인구도 대폭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해양 관광 인구는 1999년 9500만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두 배가량 늘어난 2억 명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른바 ‘판타지 마케팅’으로 고부가가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양 레저 산업에 바다를 낀 대부분 지방 자치단체들이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기도는 해양 관광 레저 단지를 세우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때마침 해안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한 지원법인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이 6월 28일부터 시행된다.지방 정부들이 계획안을 만들어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곧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의 해양 레저 산업 발전을 노리고 올해 초 우량 조선 업체를 인수, 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코스닥 상장사 하이쎌이 그 주인공이다.하이쎌은 2008년 3월 현대라이프보트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실상 비상장 업체인 현대라이프보트가 하이쎌을 통해 우회 상장한 셈이다. 남상우 하이쎌 대표이사는 “국내 유일, 세계 5위권의 구명정 및 특수 선박 제조업체인 현대라이프보트가 영위하고 있는 조선 사업은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안정적인 사업”이라며 “현대라이프보트 인수는 하이쎌 성장 동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현대라이프보트는 지난 1975년에 현대그룹 계열사인 경일요트로 설립됐다. 1980년까지 요트를 제조해 오다가 현대정공과 합병한 이후 2000년 분사, 지금까지 구명정 및 페리호 등의 특수선을 개발하는데 주력해 왔다. 올해 4월 이 회사는 구명정 생산 대수 3000척을 돌파했다. 창업 이후 33년 만에, 구명정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 28년 만에 달성한 수치다. 현대라이프보트 경영기획실 이현수 이사는 “최근 늘어난 수주량을 감안해 생산 설비 및 인력을 확충함에 따라 연간 생산량이 500척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연내 세계 빅3에 진입하고 향후 5년 내에 5000척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라이프보트의 주요 매출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국내 대기업들이다.최근에는 국제해사기구(IMO) 구명정 관련 규정의 최대 수혜 업체로 부각되고 있어 주목된다. IMO는 오는 2009년부터 구명정 점검을 의무화하고 구명정 생산 업체로부터 교육을 받은 기술 요원만이 점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대라이프보트 측은 이를 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구명정 생산 대수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라이프보트는 IMO 규정에 대비해 현재 35개국에 에이전트를 두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구명정을 점검함으로써 매년 6억 원 이상의 점검 수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이쎌은 자회사 현대라이프보트를 영국 런던 대체 투자 시장(이하 AIM)에 상장하기 위해 지난 4월초 토자이캐피탈코리아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토자이캐피탈코리아 및 모회사인 토자이캐피탈그룹은 AIM 상장과 기업금융 관련 컨설팅 회사다. 영국 런던 및 일본 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3월 27일 공식적으로 서울 지사 오픈식을 갖고 본격적인 컨설팅 업무를 시작했다.현대라이프보트를 런던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국제적으로 올바르게 평가받음은 물론, 향후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해 성장성을 확고히 해 나가겠다는 게 하이쎌의 전략이다.이 때문에 요즘 들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매수세가 몰리기도 한다. 지난 5월 26일에는 장중 한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외국계 순매수 최상위 종목을 기록하기도 했다.작년부터 이어진 액정표시장치(LCD) 산업 호황에 맞물려 하이쎌의 기존 LCD 부품 사업도 수익성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는 추세다. 하이쎌이 생산하는 백라이트시트(BLS, Back Light Sheet)는 주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에 납품되며 15%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BLS는 LCD와 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 기기의 백라이트 유닛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주요 제품은 반사 시트와 보호 시트, 확산 시트, 프리즘 시트 등 네 종류인데 특히 제품의 사양에 맞는 다양한 금형 사용과 다품종 소량 체제 확립 절단 시 모든 작업 허용 공차 범위 내에서 절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하이쎌이 보유한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다.최근 하이쎌은 진양곤 회장을 대상으로 2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 향후 사업성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회사 내 관계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것은 향후 이뤄질 사업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 1분기에는 적자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다. 작년 4분기에 9200만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에는 영업이익 2억4900만 원을 달성한 것이다. 매출액은 106억6377만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완벽하지 못한 흑자전환이다. 후면광원장치(BLU) 사업 부문이 9억92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싸이더스SL 사업 부문에서 7억4300만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말부터는 싸이더스SL 사업부도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고 있으며, 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리틀즈월드, 빌드어베어워크숍 등의 인기를 이어가면서 4분기께 흑자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하이쎌은 작년부터 금형 및 휴대전화 렌즈 사업 등 적자를 지속했던 사업 부문을 매각함과 동시에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등 흑자 사업 다각화를 진행해 왔다. LCD 산업 호황과 맞물려 BLS 산업의 구조 개편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호실적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또 주식시장에서 해외 자원 개발로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기술산업과 GK파워로부터 각각 투자를 유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한국기술산업과 GK파워가 각각 3억 원과 2억 원씩 인수하기도 했다.하이쎌은 기존 LCD 사업과 함께 조선 업체 인수로 이익 극대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현대라이프보트를 인수함으로써 평면디스플레이(FPD) 산업과 조선 산업에 모두 진출한 것이다.하이쎌은 지난 5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를 갖고 “만성 적자를 기록했던 금형 사업과 휴대전화 사업을 정리해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세계 5위 수준의 구명정 생산 업체인 현대라이프보트와 함께 쌍끌이로 주주 이익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트북용 제품의 증가로 전 세계 LCD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BLS 기반인 하이쎌의 경쟁력은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진양곤 하이쎌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게 된 만큼 사업 활성화로 주주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