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현대모비스-스토리가 있는 주식
드매니저는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파워 군단에 속한다. 그들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자금을 주무르며 주식시장의 수급을 좌우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주식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바로 스토리가 있는 주식이다. 누가 봐도 명약관화한 성장 스토리가 있는 주식이라면 일단 매입해 놓고 본다. 주식은 어차피 길게 보면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동행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현대모비스는 이런 면에서 펀드매니저들이 좋아할 만한 주식이다. 바로 스토리가 있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는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을까.우선 현대모비스를 얘기하기 전에 선진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 스토리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 지난 10년간 GM 포드 등 북미 완성차 업체들은 델파이, 비스테온 등의 자사 부품 계열사들을 분사하며 글로벌 부품 아웃소싱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글로벌 아웃소싱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는 미명 아래 한때 기업들의 ‘글로벌 스탠더드’처럼 통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거꾸로 갔다. 오히려 덴소, 아이신 등 핵심 부품 회사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수직 계열화를 통한 동반 성장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전략이 맞아떨어졌을까.최근 북미 완성차 업체들이 경영상 전반적인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달리 도요타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요타의 부품사 전략이 승리로 돌아가는 듯하다. 도요타의 부품사 전략을 좀 더 들여다보자. 이 회사는 조향, 섀시 부품은 자사가 직접 생산하고 전장부품은 덴소에서, 제동 및 변속 부품은 아이신에서 공급받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이러한 동반 성장 전략은 부품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긴밀한 협력 체제와 효율적인 분업 체제를 구축해 품질 향상은 물론 연구·개발 능력의 극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덴소는 도요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핵심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은 결과 현재는 도요타의 핵심 부품 회사인 동시에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류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했다. 덴소의 도요타 의존도는 45%에 불과하다.현대차그룹도 도요타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동과 안전, 조향 장치와 섀시 모듈은 현대모비스 및 카스코에서, 전장 부품은 현대오토넷에서, 변속기는 현대파워텍에서 각각 공급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당초 사륜구동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옛 사명은 현대정공)로 출발했으나 2000년을 기점으로 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에 따라 차량 사업을 현대차로 넘기고 부품 전문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그룹도 당초 부품 사업을 완성차가 갖고 있었으나 2000년에 현대모비스로 이전, 현대모비스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고 이후 적극적으로 부품 회사들의 인수·합병에 나서 지금의 구도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향후 성장성이 풍부한 전장 사업을 현대오토넷으로 이전하는 등 개발 범위가 다소 축소됐으나 그룹의 최고 핵심 부품 회사로서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 위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품질 향상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측면에서 덴소, 아이신 같은 2~3개의 간판 부품 회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핵심 부품 회사인 현대모비스를 키우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중장기적 성장 스토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펀드매니저들이 현대모비스의 스토리에 주목한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글로벌 톱5’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와 같은 핵심 부품 회사를 전략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성장하는 한 현대모비스의 성장도 유효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주식으로서의 현대모비스의 기업 가치는 어떤지 살펴보자. 장기 투자자들이 꼽는 현대모비스의 첫 번째 매력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다. 이 회사의 매출 구성(2007년 말 기준)을 보면 모듈 사업 부문이 66.5%,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 부문이 33.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AS 사업 부문 비중이 더 높다. 모듈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지만 AS 부품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대로 높기 때문이다.AS부품 사업은 경기 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창출하는 부문이다. 이는 AS 사업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우선 AS 사업은 자동차 판매 대수보다는 운행 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자동차 관련 사업 가운데서는 가장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해 주고 있다. 더구나 현대모비스의 AS 사업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AS 비용의 40% 수준이 재료비(현대모비스 매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이 용이하다. 또 현대차 기아차 해외 판매 증가에 따른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매출액 감소 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며 이익의 가시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익의 가시성, 다시 말해 이익의 예측성이 뛰어난 기업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의 제품 구성에서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 역시 크게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현대모비스 AS 부문은 현대차 및 기아차의 운행 대수가 안정적이면서 고급 차종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매년 20% 가까운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및 기아차의 국내 차량 운행 대수는 2006년 1186만 대에서 2007년 1220만 대로 늘어난데 이어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1255만 대, 1292만 대로 연평균 3%가량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AS 부품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모듈 부문은 올해부터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사업은 2005년까지만 해도 20%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06년 이후 추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이에 따라 마진율도 낮아졌다. 모듈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006년 5.5%에서 작년에는 4.5%로 하락했다. 모듈 사업부의 마진 축소를 해소하기 위해선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부품 공급을 늘려야 한다. 현대모비스 스스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올해를 기점으로 2015년까지 해외 매출을 단계적으로 늘리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마련한 상태다. 2008년의 경우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매출액은 7000억 달러로 모듈 매출액의 7% 수준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의 중장기 실적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당장 2008년의 경우 매출은 9조3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893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9.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문별 영업이익률은 AS 사업 부문이 가격 인상을 통해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모듈 사업은 중국 쪽 수출 물량 감소와 단가 인하에 따라 4.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진투자증권은 현재의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최소 2012년까지 안정적인 매출 및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현대모비스의 또 다른 매력은 자동차 업종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각종 악재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완성차 업계의 하투는 여느 해보다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노조가 없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하투 우려가 없다. 완성차 업계의 노사협상이 시끄러울수록 상대적으로 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런 현상이 올해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포스코 등 철강업계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이 완성차 업계에 악재로 부각되고 있으나 현대모비스는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현대모비스에는 긍정적인 뉴스다. 물론 현대차 그룹의 대규모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당장 지주회사 전환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부의 지주사 전환 조건 완화로 중장기적으로 전환 가능성은 높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주주(지분율 15%)로서 정몽구 회장의 개인 지분(5.2%)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자. 흥미로운 점은 현대모비스 주가의 밸류에이션 흐름이 역사적으로 현대차와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현대차와 밸류에이션이 벌어지다가도 다시 좁혀지는 일이 반복됐다. 현재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 보면 현대모비스의 경우 10.43배로 현대차의 14.20배보다 낮게 평가돼 있다. 전문가들은 벌어진 갭이 조만간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이렇게 보는 근거는 또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이후 감소 추세로 반전됐다. 영업이익률 감소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원화 강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이에 반해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차의 단가 인하에 따른 모듈 영업이익률 감소와 원화 강세에 따른 AS 사업 부문의 이익률 감소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AS 부문의 가격 인상을 통해 10%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4%포인트대로 증가했고 2006년에는 5~6%포인트 수준의 차이가 나고 있어 이익률 차이의 확대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 단가 인하에 의한 현대모비스의 모듈 사업 부문의 이익 감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AS 사업의 가격 인상으로 10%의 영업이익률이 지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PER 스프레드는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차 대비 모비스의 상대적 할인은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현대모비스 6개월 목표 주가는 11만~12만 원선이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