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카인에게는 요통 환자가 없다. 100% 맞는 말은 아닐지라도 이런 얘기가 나올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승용차가 없어 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걸어 다니기 때문에 척추를 감싸고 있는 주위의 지지 근육이 튼튼해 요통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요통이나 디스크를 진단하는 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병원 문턱이 높고 의료 기술이 뒤떨어져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거나 질병을 조기 발견할 인프라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병원에 갈만한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의료 기술 및 일반인의 건강 지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오히려 병원 쇼핑, 건강 염려증, 과잉 진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디스크(척추간판탈출증)의 경우 대학병원 교수들은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전체 내원 환자의 15∼20%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른바 ‘척추전문병원’에선 무려 70%가 넘는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한다. 이런 문제점이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으나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첫째는 수술로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환자의 조급함 때문이고 둘째는 의사를 이길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수술은 아무리 정교해도 인접 부위의 근육 신경 인대를 건드리게 되므로 수술 후 척추는 이전보다 약해지게 마련이며 통증이 일시 감소해도 체중이 불거나 운동을 게을리 하거나 부주의하면 언제든 재발 또는 악화될 수 있다.최근에는 갑상선암과 유방암 진단을 받는 주부들이 급증해 의구심을 사고 있다. 갑상선암의 연평균 신규 환자는 2000년 전후에 350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9000명 선으로 늘었다. 정밀 초음파 기기가 보급되면서 동네 병원에서도 5mm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을 잡아낼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갑상선암 중 ‘온순한’ 유두상(乳頭狀, papillate) 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80∼90%를 차지하는데 환자가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90∼95%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거 크기가 1cm 이하인 미세 유두상 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그러나 최근 의사들은 만의 하나라도 다른 장기로 전이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며 수술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엔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6∼8개월 이상 대기 상태다.유방암도 마찬가지다. 암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보통 사람의 1.5∼2.0배에 달하는 유방 양성 종양에 대해 공격적으로 수술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다. 예컨대 유방에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1이라면 일부 유방 양성 종양은 암이 아닌데 장차 암이 될 확률이 1만 분의 1.5∼2가 되는 극히 미미한 확률이다.그런데도 이들 양성 종양이 암처럼 취급돼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 또 멍울이 단단하게 만져지는 섬유선종은 암이 될 확률이 0.1∼0.5%에 달하는데 개원 의사들은 만약을 알 수 없다며 맘모톰(Mammotome)이란 간편한 기구로 제거할 것을 권한다.이처럼 의료의 많은 부분에서 의료 상업주의, 의사의 자의적 판단, 진단 기술의 발전, 진단 기준의 강화 등에 의해 과잉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인들은 이런 문제가 계속되지 않도록 자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디스크에 관한 한 환자의 건강이나 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수술을 통제할 정책적 수단이 나와야 하고 환자들도 디스크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