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률은 허구다. 그것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4%로 완전고용 수준(KDI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연실업률은 3.1~3.7%다)임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가 일자리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이를 ‘노동의 종말’이라고 불렀다.일자리가 부족하니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고 창업 관련 지침서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아 투자 원금마저 까먹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구직 포기자와 조기 퇴직자가 늘면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음식료업과 도·소매업 자영업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이디어와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더욱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체인점이 진출해 이들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의 소매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완전 경쟁의 희미한 기억을 뒤로 하고 시장은 점점 과점 상태로 진화 중이다.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06년 중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연평균 14.6%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도 연 10%는 너끈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상장기업 중에서도 우량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피(KOSPI)200 종목만 놓고 보면 이 수치는 좀 더 올라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장기업들의 성장률이 10%를 넘는다면 경제의 나머지 부분,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과 농업 부문 종사자들의 성장률은 5%에도 이르지 못할 것은 불문가지다.과거에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됐으나 한 투자 전문가의 표현대로 “이제는 ‘호황인’과 ‘불황인’만 존재”한다. 하긴 이런 주장이 심하게 들릴 수도 있다. 현상을 과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현실은 지금이 왜 투자의 시대일 수밖에 없는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해 준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6%일 때 연 10%, 15%씩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할 만하지 않겠는가.물론 이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안하면 정기예금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를 한다면 위험과 변동성은 크게 줄어든다. 더욱이 우리 기업의 이익 변동성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현저하게 축소됐다. 500%를 넘던 평균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떨어졌고 시장 경쟁력의 강화로 경기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다. 미국의 기업 조사 전문 회사 IBES의 연구는 우리 기업의 이익변 동률이 50%(표준편차)로 미국과 영국보다 약간 높지만 프랑스와는 비슷한 수준이며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보다는 오히려 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또 어떤가. 이들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충격으로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지난 1분기에도 우리 기업들은 눈에 띄는 약진을 보여 주었다.전년 대비 평균 14.8%나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철강과 중공업의 호황은 여전했고 전자는 ‘화려한 귀환’을 신고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전망은 밝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글로벌 시장의 동조화 현상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7부 능선을 넘었다지만 서브프라임의 포연도 아직 자욱하다.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하나은행 목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