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 부동산 투자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 몇 해 동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는 틈새 투자처로 여겨져 왔다. 더군다나 정부가 해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인·허가 과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묻지마 투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강남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해 은퇴 이민용으로 구입을 검토했던 필리핀 수빅의 한 아파트가 인·허가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 은퇴 이후 노년을 동남아에서 지낼 생각에 분양을 적극 검토했던 김 씨로서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현지에서의 사업 추진 차질이 분양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의 분양 사고는 인·허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데다 해외 투자라는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특히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흡한 동남아국가에서 분양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인·허가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상당수 물량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베트남에서 고급 리조트를 분양한 A사일정 기간 임대 수익을 보장해 주는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인·허가 서류 중 일부분이 위조로 판명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날릴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업체가 제시한 임대 수익은 연 8~10%선.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확약서까지 발급했지만 베트남 정부와 협의 도중 사업을 중단,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다.필리핀 수빅의 고급 리조트 암펠로스타워는 착공 도중 건설사가 부도난 케이스다. 작년 11월 충남지역 건설 업체인 KT건설이 시공사로 나서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수빅에서도 경치가 빼어난 곳에 들어서 현지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사업이 일절 중단됐으나 한일건설이 지난해 12월 14일 프로젝트 일체를 승계하기로 결정돼 투자자들이 걱정을 덜게 됐다.수빅 내 또 다른 분양 물건인 C리조트는 ‘봉이 김선달’처럼 인·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F타워는 현지 가격보다 비싸게 분양돼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해외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함정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또 우리와는 법률 체계가 달라 국내 부동산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면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동남아 국가는 대부분 토지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양을 받더라도 재산권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필리핀 경제자유구역인 수빅, 클라크만 해도 건물에 대해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부지는 30년간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토지는 물론 건물에 대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베트남은 아예 외국인이 토지는 물론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베트남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6개월 이상의 비자를 받고 3개월 이상 베트남에서 근무한 사람에 한해 아파트를 임차할 수 있는 권리만 주고 있다. 이런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베트남 사람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필리핀은 개인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약 25억 원 이상의 현지법인을 설립해야 한다.영리 활동을 벌이지 않는 법인은 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투자자들이 특별한 영리 활동이 없는 법인을 현지에 대거 설립해 필리핀 이민 당국이 집중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더군다나 필리핀의 경우 건설 허가 전 분양권 허가가 나오는데 국내에 분양되는 물량 상당수가 분양권 상태에서 분양하는 것들이어서 사업이 중단될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수빅의 S리조트는 관련 서류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빅항만청(SMB)으로부터 정식 건설 허가를 받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땅만 계약을 체결하면 분양권 허가를 받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한국에서 분양되는 상당수 물량이 이런 식으로 분양권 허가만 받은 상태에서 분양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업체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필리핀의 고급 휴양지 앙겔레스에서는 최근 대규모 사기 분양 사건이 터져 교민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모 한인 개발 업체가 개발한 이 한인 빌리지는 당초 5~6명의 한인들이 전세 1억 원에 입주를 신청했지만 개발 업체가 부도를 내고 잠적한데다 추후 권리 관계를 확인해 보니 필리핀 금융사로부터 수억 원대의 대출을 받은 후라 분양 대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분양 업체들이 제시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말레이시아에 들어선 D타워는 최근 말레이시아 교민 사회에서 사기 분양 의혹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초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했던 이 건물은 실상 쿠알라룸푸르 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 분양 업체가 제시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당초 신축되는 주상복합이라고 홍보했지만 현지 확인 결과 슬럼화된 상가 위에 주거 시설을 짓는 ‘무늬만 주상복합 아파트’인 것으로 파악됐다.결국 해외 부동산 투자는 현지 사정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것과 2~3차례 이상의 현지 답사가 필요하다. 장밋빛 청사진보다는 건설사의 지급 보증 여부가 더 중요하며 시 외곽보다는 수요가 많은 시내 중심에 건립되는 물량을 선택해야 한다.루티즈코리아 이승익 대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믿을 만한 개발 회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팔 때까지 고려해 구입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