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마케터들이 말하는 요즘 강남 부자들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 기조가 뚜렷하다. 요즘 세간의 이목이 부자들의 동향에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부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활성화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어 이들의 움직임은 늘 관심거리다. 강북 부동산 열기가 연일 신문·방송을 장식하던 지난 4월 강남의 한 와인 바에서 전문가 3인을 만났다. 고급 빌라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성기영 럭셔리홈갤러리 대표, 강남 부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 안보국 국보한의원 원장, 국내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차영기 템플럼 본부장. 이들은 대한민국 1% 부자들의 행보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다. 어둑어둑해진 초저녁, 자목련이 활짝 핀 테라스에 앉아 부자들의 최근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새 정부 출범 이후 부자들이 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까.” 시작부터 가장 궁금한 사안부터 물었다. 최근 강북 집값이 들썩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자들의 동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글쎄요. 최근 와서 부자들이 돈을 좀 쓰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사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가 작년 말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투자 환경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느낌입니다.” 성 대표는 최근 고급 빌라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저도 성 대표님의 말씀에 일정 부분 동감합니다. 우리 피트니스센터 회원 분양가가 7200만 원인데, 해를 넘기면서 분양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피트니스센터는 개인에게 2500만 원에 분양했는데 단시일 내 회원권이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였죠.”(차 본부장)그렇다면 부자들의 관심 사항에도 변화가 있을까. 차 본부장이 먼저 말을 받았다.“우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된 지출도 늘고 있고요. 제가 종사하는 분야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예전만 해도 피트니스 센터는 운동과 사교 목적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스파(Spa)를 접목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건강관리의 개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죠.”이와 함께 차 본부장은 요즘 강남에서 유행하고 있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예로 소개했다. “요즘 부자들은 연회비를 내면서도 트레이너를 별도로 외부에서 불러와 운동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1시간에 8만 원씩 내는데, 이 트레이너는 피트니스센터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건강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선 안 원장의 생각도 비슷하다.“제 고객들 중 상당수가 한 달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나가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현지 유명 의료 시설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있어요. 경쟁 상대가 해외로까지 확대됐다는 측면에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어떤 환자는 한의사인 저에게 송도에 해외 유명 메디컬 센터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런 얘길 들을 땐 황당하다는 느낌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질 좋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 보면 이해도 됩니다.”주제가 자연스럽게 부자들의 건강관리법으로 이어졌다. 안 원장은 “부자들이 건강한 이유는 체계적인 관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고객 중 상당수가 치료 목적이 아니라 관리 차원에서 내원합니다. 일반인들이야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지만 그들은 꾸준한 검진을 통해 병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다르다”고 부자들의 건강관리법을 소개했다.“고급 아파트나 빌라 단지마다 담당 주치의를 지정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물론 이분들은 모두 개인 주치의가 있지만, 단지 전체를 일괄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이유로 단지 전담 주치의 제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습니다. 저도 그래서 지금 몇몇 단지들과 주치의 계약을 추진 중이죠.”(안 원장)부자라면 주치의는 당연히 있지 않을까. 다시 질문을 던져봤다.“그렇죠. 그런데 건강이라는 것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환자들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의사, 일반 의사들이 여러 명 되죠. 만약 그중 한 사람이 “선생님 건강에 이런 이상 징후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당연히 그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개인 주치의가 있더라도 단지 차원에서 단체로 좋은 의료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성 대표는 올 들어 대치동 고급 주상복합에 산다는 고객으로부터 괜찮은 고급 빌라를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그는 친환경에 첨단으로 무장된 고급 빌라가 앞으로 대표적인 주거 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사실 지난 몇 년간 부자들의 관심은 초고층 주상복합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고층 주상복합에 살아본 사람들은 이들 시설이 주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요. 일부 고객은 ‘고층에서 사니까 현기증 나서 못 살겠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때맞춰 최근 대형 건설 업체들이 청담동과 방배동 등지에 고급 빌라를 짓자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고객들도 많아졌습니다. 내부 평형도 330㎡를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집들이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비해 투자 가치는 높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집을 선호하는 것은 주택을 투자용보다는 실수요용으로 접근한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모 그룹이 유엔빌리지에 고급빌라는 짓는데 착공 전에 이미 50% 분양이 완료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타운하우스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성 대표는 또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로 더 이상 돈을 벌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객 중 한 사람은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4채 사서 무려 1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앞으로 이 같은 시세 차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달라진 투자 분위기를 전했다.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부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성 대표는 재건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강남이 투기꾼들의 온상으로 비춰진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강남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큽니다. 재산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시장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불안해하기는 일반 사람들과 다름없다고 할까요. 재미있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 문제를 놓고 강남 사람들 간 이견이 크다는 겁니다. 청담동 서초동 사람들은 도곡동 대치동 사람들이 강남 이미지를 다 버렸다고 비판하죠.”재산 증여도 부자들에게는 여전히 화두다. 안 원장은 “요즘 강남 사람들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재산 증여를 계획한다. 그래서 자녀가 열 살, 스무 살이 될 때마다 재산 증여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정도”라며 얼마 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고객은 손자가 태어나자마자 1500만 원을 증여하고 열 살이 되면 1500만 원, 스무 살 때는 3000만 원을 증여하기로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MONEY를 보니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이라는 코너가 있던데, 그런 소재가 부자들에게 많이 어필한다”며 “내재 가치가 뛰어난 기업의 주식을 자녀 이름으로 구입해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식으로 투자를 많이 생각한다”고 부자들의 달라진 투자 패턴을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던 성 대표도 “예전엔 아파트, 땅이 전통적인 상품이었다면 요즘은 안정성이 보장된 것이 최고의 투자 상품”이라며 “강남의 100억 원짜리 빌딩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덧붙였다.“미술품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이쪽(강남 부자들)에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에요. 특히 삼성특검 수사로 삼성가가 대량의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뉴스가 나온 뒤 해외 유명 미술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일단 양도나 상속이 용이하잖습니까. 우리나라 작가 작품이야 가격 부침이 심하니까 아예 그럴 바엔 해외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저도 신문이나 책에서 본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작품을 국내에서 실제로 본 적이 꽤 돼요. 혹 기회가 되면 이거 한 번 취재해 보세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취재가) 쉽지는 않겠지만 아마 알아보면 꽤 될 걸요.”(차 본부장)베라짜노(02-517-3274)는 청담동에 있는 고급 와인바로 전 세계 350가지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며 리조토, 파스타 등 정통 이탈리아식 요리와 바비큐 코스가 일품이다. 함께 마신 지아니 갈리아르도 바롤로 리제르바(사진)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 와인으로 응축된 질감, 강렬한 향, 풍부한 타닌을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파고 데 로스 카페야네스는 토착 품종인 템프라뇨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로 만든 스페인 대표 레드 와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된 루이 라투르 샤블리는 샤도네이로만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미네랄 향이 강하며 적당한 산도에 풍부한 과일향이 더해져 뒷맛이 깔끔하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