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자산운용의 ‘동부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펀드’
난해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꾸준하게 주목받고 있는 펀드가 있다. 동부자산운용의 ‘동부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펀드’다. 2006년 설정된 이후 흔들림 없이 수익률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펀드 상품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4월 4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42.0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수익률 상위 3%에 드는 빼어난 성적이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81.31%에 이른다.‘진주찾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펀드는 시장에 숨어 있는 가치주를 발굴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운용 전략을 구사한다. 업계 경쟁 상품들과 비교해 이 펀드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가치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시장 상황을 적극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좌근 주식운용본부장은 “예컨대 도시가스 업종에 가치주 영역의 종목들이 많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도시가스주를 많이 편입하면 펀드 성과가 시장 흐름과 다르게 나올 우려가 크다”며 “가급적 업종별로 시장 중립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탄탄한 팀워크도 이 펀드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펀드가 만들어진 이후 운용팀과 리서치팀의 인력 이동이 없다. 운용역과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의 이직이 잦은 업계의 관행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동부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펀드’의 성과가 좋은 이유는 이런 팀워크에서 나온다. 특히 업종별 애널리스트와 실제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 간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협력 작업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은 이 펀드의 가장 돋보이는 경쟁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지난 2002년부터 동부자산운용은 책임리서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개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각자 업종을 나눠 맡아 애널리스트 역할도 겸하는 섹터 매니저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 회사는 주식운용팀과 조사분석팀으로 업무 영역을 나눴다. 6명의 애널리스트가 포진한 조사분석팀의 독립성을 대폭 키운 것이 이 회사 펀드 운용 조직의 특징이다. 올해로 7년째 시행 중인 책임리서치 제도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조사분석팀은 6명의 애널리스트로 구성돼 있다. 팀장은 노래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듀엣 ‘더 클래식’의 김광진 씨가 맡고 있다. 펀드 이름에 있는 ‘더 클래식’은 정통적 기법의 펀드 운용을 뜻하는 동시에 김 팀장의 듀엣 이름에서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장은투자자문과 하나경제연구소,삼성증권 등에서 리서치 업무를 맡았고 현재 이 운용사의 조사분석팀을 총괄하면서 금융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의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다.펀드 운용에서 조사분석팀의 힘은 상당하다. 애널리스트들이 리서치를 통해 발굴해낸 종목들로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제시하면 주식운용팀은 MP 이외의 종목은 매수할 수 없다. 반대로 MP에 들어있던 종목이 빠질 경우 매니저는 해당 종목을 매도해야 한다. 이 같은 운용 방식은 책임리서치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서 이제 시스템화 돼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이좌근 본부장은 “애널리스트가 반대 의견을 내놓는 종목은 절대 펀드에 편입할 수 없다”며 “종목 발굴에서 실제 편입까지 과정이 엄격한 시스템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펀드 규모가 커지더라도 운용에 무리가 없다”고 소개했다.조사분석팀과 주식운용팀 멤버들은 매일 아침 한자리에 모인다. 애널리스트들은 전날 리서치 내용을 전달하고 펀드매니저들도 시장의 동향과 움직임을 정리해 발표한다. 두 팀의 의견 교환과 충분한 토론이 이뤄진 후 편입 종목에 대한 미세 조정이 이뤄진다. 애널리스트들은 1인당 매주 5∼6개 기업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확인한다.종목 발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지표는 주가순자산배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PBR는 낮으면서 ROE는 높은 종목 위주로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홍현기 주식운용팀장은 “지난 2000년부터 6년간 저PBR과 고ROE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시장 평균을 가장 앞서는 조합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울트라건설 태광 STX팬오션 팅크웨어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펀드 운용팀이 찾아낸 ‘진주’들이다. 홍현기 팀장은 “울트라건설의 경우 국내외 수주 모멘텀이 있으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터널 굴착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주목했다”며 “1조5000억 원대에 이르는 수주 잔액만 제대로 소화해도 충분히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매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울트라건설은 작년 말 대선을 앞두고 대운하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1만 원대에서 3만 원 가까이로 급등했다. 운용팀은 당초 2만 원을 목표 주가로 설정하고 주가 상승 후 2만 원대에서 분할 매도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배관 이음새 제조사인 태광은 실적 호조에 비해 주가 수준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리서치팀이 찾아낸 종목이다. 주로 선박용으로 납품되던 이 회사의 제품이 중동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로 발주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 것이다. 리서치팀은 물론이고 이좌근 본부장까지 직접 기업 탐방에 나서 현장을 확인하고 매입을 결정한 종목이다. 이 본부장은 “배관 이음새를 만들기 위한 금형이 고가이면서 종류가 많아 신규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이 회사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수주에서 납품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재료인 후판 가격이 오르더라도 곧바로 제품 가격 인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1만 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3만 원대까지 상승했다.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이 펀드의 주식 중 태광 비중은 3.01%에 이른다. 최근에는 CLSA 등 일부 외국계 투자자들도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다. 이 밖에 토필드(3.26%) 시노펙스(2.38%) 등 중소형주들도 주요 보유 종목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본부장은 “피드백 시스템이 전산으로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펀드 운용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 평균이나 벤치마크보다 펀드 성과가 일시적으로 좋지 못할 경우 어떤 업종과 종목에서 실수가 발생했는지 즉시 파악해 해당 팀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