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부정적 BATNA를 제거하라: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감독: 론 하워드 주연 : 러셀 크로(제임스 브래독 역)·러네이 젤위거(매 브래독 역)·폴 지아미티(조 굴드 역)·브루스 맥길(존스턴 역)타고난 감각과 근성으로 세계 챔피언을 바라보던 전도유망한 라이트헤비급 복서 제임스 브래독(러셀 크로 분). 그러나 주무기인 오른손 주먹의 잇단 부상과 연이은 부진한 시합으로 선수 자격마저 박탈당하고, 때마침 들이닥친 대공황은 하루아침에 그를 빈민 구제소나 기웃거리는 부두 노역자로 전락시키고 만다.빈곤의 바닥에서 사랑스러운 아내(러네이 젤위거 분)와 어린 아이들과 뿔뿔이 헤어지게 될 위기에 내몰리던 어느 날, 자신의 매니저였던 조 굴드(폴 지아마티 분)의 주선으로 링에 다시 설 수 있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고, 세계 랭킹 2위의 상대를 3라운드에 KO로 눕히면서 파란을 일으킨다. 빈민가 출신 부두 노역자가 링 위의 스타로 거듭나는 순간, 바로 ‘신데렐라 맨’의 탄생이었다.녹슬기는커녕 고된 막노동으로 더욱더 강해져 돌아온 브래독. 게다가 공황기의 힘든 삶에 지친 서민들의 가슴에 오랜만에 환희를 심어 준 신데렐라 맨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가히 센세이셔널하다. 이를 지켜보다 내친 김에 세계 챔피언 타이틀까지 노려보는 매니저 조 굴드. 그러나 프로 복싱 업계의 거물 흥행주인 존스턴은 여전히 브래독의 가능성에 회의를 보이며 경기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브래독의 매니저이자 오랜 친구인 조 굴드는 최대 고비인 시합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존스턴을 상대로 희대의 말재간을 선보인다.대공황 때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존스턴의 사무실. 한물가도 단단히 간 복서라며, 브래독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사실 얼마 전 치른 랭킹 2위 그리핀과 브래독과의 대전에서 그리핀에게 돈을 걸었다가 브래독의 예상을 뒤엎는 KO승으로 판돈 꽤나 날린 터라 브래독의 매니저를 마주 대하고 있는 것 자체도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인다.: (시가를 피우며 냉랭한 목소리로) 왜 브래독의 경기를 승인해야 하나. 내게 남는 게 뭔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신문도 안 보세요. 신문마다 브래독 얘기로 난리도 아니에요.: (귀찮은 듯)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나까지 신경 써야 할 이유가 뭐냔 말일세.: 끌리면 끌릴수록 겉으론 무관심하라(The more attractive, the more reluctant)성공 협상의 첫 단추는 ‘무관심의 연출’임을 기억하라. 아무리 상대의 제안이 매력적이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행동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면, 판매자라면 살 사람은 어차피 있다든지, 재고는 반품하면 그만이라든지 하며 굳이 팔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매자라면 나쁘진 않은데 당장은 굳이 살 필요가 없다든지, 기존 거래처가 있어서 당장은 구매 의사가 없는 데 조건이나 한번 얘기해 보라고 튕기는 것이다.그러나 이 무관심 전술이 진정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선행 전술이 요구된다. 바로 상대의 발을 빠뜨리는 후킹(Hooking) 전술이다. 즉, 상대로 하여금 당신을 결코 놓칠 수 없는 우수 거래처로 판단하도록 사전에 적정한 정보를 제공해 강한 인상을 심어 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매력, 자금력, 기술력, 판매망, 매출 규모, 브랜드 파워 등등 상대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를 충분히 인지시킨 후 이 무관심 전술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죄송스러운 듯 어눌한 목소리로) 브래독이 그리핀을 때려 눕혀 아직 화가 덜 풀리신 것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압니다. 아마도 여러 사람을 속상하게 했을 겁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논리적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상대의 심리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튜닝하라. 부정적인 감정이나 선입견을 가진 상대에겐 단순한 논리적 접근을 통한 설득은 먹히지 않는다. 논리적 설득에 앞서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버리고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이 설득의 첫 단추니 반드시 제대로 끼워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감정적 공감대(Emotional Common-ground)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신도 상대방의 고통, 어려움, 고민, 낙담을 충분히 공감한다는 것을 표정으로, 음색으로, 말로 넌지시 전달하라. 자신의 고통을 같이 나누는 당신을 싫어할 리 만무하다. 자, 여기까지가 영업 협상 전초 작업이다.일례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공을 이끈 핵심 역량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사람을 끄는 힘, 즉,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거의 마력에 가까운 거의 매력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와 1분 이상 얘기를 나눈 사람치고 그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하니 가히 마력이라고 하겠다. 그 인간적 매력의 핵심이 바로 그의 동병상련 전술이다. 특히, TV 카메라 앞에서 약자 입장의 다수 일반 서민과 유색인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다 결국 흘려버린 몇 방울의 눈물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는 재당선을 가져 왔다.: (존스턴이 말려들었다고 판단, 진지하게 당위성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브래독과 루이스를 다시 붙이는 겁니다. 루이스가 이기면 브래독에게 복수해서 좋고(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며) 그리고 또요. 존스턴 씨는 돈을 버는 거죠. 그 반대로 생각해 볼까요. 정말 만약인데요. 만에 하나 브래독이 루이스를 이기면 래스키하고 붙게 될 거고 거기서 브래독이 지면 당신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거죠. 한마디로 브래독을 복귀시키지 않는 것보다 복귀시켰을 때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더 돈이 된다 이 말씀이죠.: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마침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 입 서커스 판에 내놔도 손색없겠군.상대가 당신과의 거래를 원하지 않고 다른 거래나 거래처를 선택하는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로 기우는 가장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는, 당신과 당신이 제시하는 제안 내용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즉, 불안하기 때문이다.이러한 불안 요소는 예산 초과, 납기 지연, 추가 업무 등의 부정적 상황과 맞물리는 경우 당신의 협상을 실패로 몰아갈 수 있다.결국 상대의 불안 요소 즉, 당신과의 거래에서 자칫 야기될 수 있는 각종 손실, 실패, 비난, 문책 등 각종 불안에서 풀려 날 수 있는 논리적 설명과 자료를 제시, 상대의 심리적 저항을 무력화시켜라. 그리하여 가시적 수익 개선, 시장 확대, 비용 절감 외에 잠재적인 추가 혜택과 이익을 조목조목 부각시켜 투입 비용 및 위험 요소 대비 탁월한 성과 달성 가능성과 그에 따른 개인적 인센티브, 예를 들면 승진, 업무 개선, 고과개선, 신기술 획득, 네트워크 구축 등에 집착(Addiction)하도록 관점을 유도(Reframing)하라.존스턴의 승인을 이끌어 낸 것은 어쩌면 살려고 몸부림치는 친구 브래독을 향한 조 굴드의 속 깊은 우정과 인간애가 아닐까. 그 측은지심 한 조각이야말로 신데렐라 맨의 기적을 만든 마법이 아닐까. 시대도 상황도 다르지만 고달픈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의 평범한 남편들, 아버지들의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왠지 가슴 한쪽이 먹먹해져 온다.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