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동양제철화학
근 2년간 주식시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종목을 꼽으라면 동양제철화학을 빼놓을 수 없다. 동양제철화학은 2007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무려 10년 이상 주가가 횡보를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지루함만 안겨주는 그저 그런 종목이었다. 하지만 2007년 3월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시세는 그야말로 놀라움 자체였다. 상승률은 불과 6개월여 만에 700%에 달했다. 대형주로서는 극히 드문 케이스였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순위도 껑충 뛰었다. 한때 8조 원을 웃돌며 유가증권시장 순위가 과거 100위권에서 20위권으로 점프했다. SK 삼성중공업 대우건설 현대모비스 LG화학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앞질렀다.10년간 꿈쩍도 안하던 동양제철화학 주가를 처음 움직인 재료는 뜻밖에도 ‘땅’이었다. 당시 인천 지역 부동산 개발이 한창 붐을 이루면서 이 지역에 땅을 가진 상장사 주가는 모조리 급등세를 탔다. 동양제철화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회사가 인천 지역에 보유한 땅 가치가 엄청난 것으로 평가되면서 관련 테마주의 선두에서 질주했다.하지만 동양제철화학의 주가를 6개월간 8배 가까이 폭발시킨 숨은 재료는 다른 데 있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이 미래 태양광 에너지 관련 사업의 핵심 원료로 부각되면서 대규모 잠재 가치가 주목받은 것이다.동양제철화학이 증시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래에셋이 미는 대표 종목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국내 최대 운용사로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래에셋은 지난 2년간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증시에 ‘미래에셋 신드롬’을 일으켰다. 동양제철화학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2007년 초 모 대형 증권사의 화학 담당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기관 대상 비공개 리포트를 통해 동양제철화학의 숨겨진 가치를 세일즈한 것이 단초가 됐고 미래에셋은 다른 운용사보다 먼저 그 가치에 주목하며 펀드를 통해 집중 매수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여의도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알려지며 국내 다른 기관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달라붙어 매수에 가담했고, 그 결과 동양제철화학 주가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세를 이어갔다.이후 동양제철화학은 주당 40만 원선까지 급등세를 지속하다 2007년 11월 꼭지를 찍고 두 달여 만에 40%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의 이익 실현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주가를 폭발시킨 주역인 미래에셋은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16%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을 그대로 보유 중이다.미래에셋의 운용을 총괄하는 구재상 대표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기업 가치에 변화가 전혀 없고 오히려 미래 잠재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또 그 가치에 비하면 주가는 여전히 싼데 왜 팔겠는가?”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여전히 동양제철화학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는 작년 11월 이후 조정 폭의 절반 이상을 벌써 회복한 상태다. 그렇다면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양제철화학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우선 주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동양제철화학의 매력을 꼽으라면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탄탄한 업력을 첫 번째로 꼽는다. 동양제철화학은 1959년 ‘동양화학’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50년의 역사를 가진 화학 업계 알짜 기업이다. 창업주는 개성상인의 후예인 고(故) 이회림 회장이다. 역사적으로 국내 최고의 상인집단으로 평가받는 개성상인은 사업에 있어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고, 경영의 내실을 중시하며 한 우물만 판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개성상인의 후예가 세운 회사답게 동양제철화학은 창업 후 45년간 기초화학 소재 분야에만 집중하는 보수적인 면모를 보여 왔다. 창업 후 적자를 낸 해가 극히 드물 정도로 탄탄한 경영을 유지해 왔다.동양제철화학의 강점은 주요 제품들이 대부분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황에 따른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적도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해 왔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1~12%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다회 등 무기화학 부문의 성장성 저하, 원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인해 2005년부터 2년간은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장에서 생산하던 합성 소다회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2007년 들어서는 TDI 시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4%나 증가하는 등 수익성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연간으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72.6%, 108.8%씩 급증하는 성과를 기록했다.2000년대 들어 동양제철화학의 변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이다. 2001년 제철유화 제철화학 인수를 통해 석탄 화학 분야에 신규 진출했고 2005년 소디프신소재 인수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2006년에는 미국 컬럼비아케미컬(CCC)을 인수하면서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생산 업체가 됐다.이 같은 일련의 변화 과정에서 화룡점정은 바로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이다. 고유가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그중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태양광 발전 분야, 특히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로 변신하게 되면서 동양제철화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그렇다면 폴리실리콘이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는 재료에 따라 실리콘 태양전지와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로 나뉜다. 또 기판을 실리콘 웨이퍼로 사용하느냐, 유리 등 다른 기판을 쓰느냐에 따라 벌크형과 박막형으로 나뉜다. 가장 전형적인 벌크형 실리콘 태양전지의 제조 공정은 모래 등 실리콘을 포함한 원재료를 정제해 폴리실리콘을 뽑아내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이후 폴리실리콘을 정제해 잉곳(실리콘 덩어리)→웨이퍼→솔라셀→모듈 등으로 이어지는 제조 공정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폴리실리콘 제조 공정이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로 압도적으로 높다. 전 세계적으로 6~7개 업체들이 과점 생산하고 있어 일종의 병목 구간에 해당된다. 과거에는 폴리실리콘 수요가 반도체용으로 한정돼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태양전지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또한 급등 추세다. 2005년 초 kg당 40달러 안팎이었던 가격이 2007년 2분기에는 8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더구나 이는 계약 가격 기준이고 현물 시장에서는 kg당 300달러를 기록할 정도였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따라서 동양제철화학이 성공적으로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입한다면 영업이익률이 불과 10%에 불과한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회사로 변신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점에 대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존재한 게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동양제철화학의 사업 계획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었다.그러나 동양제철화학은 작년 말 기업 설명회를 통해 이 같은 불확실성을 말끔하게 해소했다. 이 회사는 실제 전북 군산 지역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2007년 11월 말 완공,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이 회사는 2008년 4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동시에 2008년 1분기부터 연산 1만 톤 규모로 증설에 나서 2009년 상반기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삼성증권은 2009년 가동 예정인 제2공장의 이익 추정치를 반영할 경우 폴리실리콘 사업 가치가 6조7000억 원에서 11조1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준덕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리실리콘 시장의 성공적인 진입으로 주당순이익(EPS)은 2008년 1만6100원에서 2010년 3만9000원으로 3개년 평균 89.6%씩 증가하는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그 결과 주가수익률(PER)도 2008년 18.4배에서 2010년에는 7.6배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목표 주가를 현 주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61만7000 원으로 제시했다.정종태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