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이 큰 시장은 키움증권에 꼭 악재만은 아니다. 키움증권 고객들 중 상당수는 변동성이라는 큰 파도를 즐기는 성향이 있다. 시장 위축기에는 중위권 업체들이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1위에는 오히려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김봉수 키움증권 대표는 “올해 국내 증시 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주식 거래 1위 업체인 키움증권의 위상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초부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갈지(之)자’ 행보지만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에게서는 32년 증권맨의 자신감이 넘쳐났다. 후발 주자로 출발해 국내 온·오프라인 증권사 가운데 주식 위탁 매매 부문의 절대 강자로 올라서기까지의 관록이 묻어났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주식 위탁 매매 부문에서 대우 미래에셋 우리 등 대형 증권사와의 격차를 확대하며 1위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전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위탁 매매 점유율 10%를 넘겼다.과거 대형 증권사들이 ‘레드오션’으로 여기던 위탁 매매 시장을 자신들만의 블루오션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리서치센터 구축, 중국과 홍콩 주식을 안방에서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거래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도 키움증권의 이 같은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에 긍정적이다.“키움증권이 이제 주식 위탁 매매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일부 업체들이 키움증권보다 낮은 최저 수수료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키움증권의 점유율이 늘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이제 고객들도 수수료 몇 푼 아끼려 옮겨 다니기보다는 불편 사항에 대한 빠른 피드백과 안정적 서비스를 중요시합니다. 그런 면에서 1주일 단위로 고객 의견을 HTS에 반영하는 키움증권의 서비스는 가장 고객 친화적입니다.”“매출에서 위탁 매매 비중은 지난해 43%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2005년 49.8% 수준이었으나 매출 확대와 사업 다각화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2006년 5월에 출범한 리서치센터는 첫해 50억 원의 손익분기점 달성에 이어 지난해에는 150억 원의 매출 기여를 했습니다. 매출뿐만 아니라 키움의 시장 영향력과 평가를 한 단계 끌어올린 효과도 크다고 봅니다. 행가래 펀드몰은 내년쯤 손익분기점 돌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위탁 매매는 여전히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입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5%의 시장점유율이 필요한데 우리 대우 등 대형 증권사의 점유율이 5~6%인 점을 감안하면 후발 주자의 5%대 진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현 최저 수수료보다 낮춘 저가 공세를 펼치더라도 그 후 폭풍은 후발 업체들에 돌아갈 공산이 큽니다. 실제 일본에서 노무라 자회사가 저가 공세로 밀어붙였으나 결과는 위탁 매매 1위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재팬의 시장점유율만 높여 놓은 사실이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2000년 증권업을 인가해 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을 2004년 점유율 4%대였을 때 만났습니다. 그분이 당시 ‘키움증권의 성장은 지금이 한계인 것 같다’고 지적하더군요.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초 다시 만났더니 ‘자기 분석이 틀렸다’고 인정했습니다. 키움의 역사는 타사가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된다’고 믿고 뛰어든 역발상적 접근입니다.”“키움증권도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지난해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357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50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PI(자기자본투자)를 지향하는 기존 증권사와 다릅니다. 자통법에 대비해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며 온라인 선물환 거래와 보험 등 온라인 기반의 확장 전략을 준비 중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인력 스카우트도 추진 중이고요.”“지난해 외국인 지분 감소는 자연스러운 손 바뀜 현상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1주일에 2∼3회씩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회사를 방문할 정도로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업종 1위 업체는 외국인들이 다시 사들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이머징 마켓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동안 외국인이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팔았다고 봅니다. 이는 시장이 안정되면 가장 먼저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증시에 해외 악재가 대부분 노출된 만큼 추가 악재보다는 향후 펀드 자금 유입세 둔화 및 이탈 여부가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전년보다 주식시장 거래액 규모가 10%가량 줄어들 것을 전제로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계획입니다. 올해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관건이 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신용 공여 규모 축소가 키움증권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이 부문의 수익 감소는 사실 연간 40억 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규모에 관계없이 위험한 시장 변수를 모두 반영해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마련할 생각입니다.”“증권 업종 평균 주가수익률(PER)과 비교하면 저평가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어 딱히 적정 주가를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다만 약세장일수록 시장 1위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아직 험난한 4분기(1~3월)가 남아 있어 정확한 배당 규모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업 실적에 비례해 배당을 해 온 성향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섭섭하지 않은 정도가 될 것입니다.”김봉수키움증권 대표고려대 법학과쌍용투자증권 기획실장SK증권 상무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