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 시절에는 더 많은 것이 미덕이었고 동경의 대상이 됐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헐벗음과 굶주림을 면하자 이젠 넘치는 쓰레기와 비만·환경 오염으로 인한 질병이 문제가 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통통한 일등 며느릿감의 시대는 가고 날씬함을 넘어 앙상할 정도가 돼야 겨우 축에 끼는 세상이다. 지극히 정상인 소녀들까지도 끼니를 굶으며 다이어트에 열중한다.이런 분위기에서 단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웰빙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웰빙’이 무엇인가. 외국어이니 우리말로 ‘참살이’로 부르자.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고급 명품으로 집을 꾸미고 몸을 감싸며 비싼 와인에 수입 식품과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이 웰빙인 것으로 많이 알고 있다.그러나 웰빙은 옷이든 음식이든 비싸고 고상한 것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활에 필요한 것, 몸에 필요한 것을 최소로 줄여서 하는 생활을 말한다. 먹을거리로 말하자면 재배할 때도 최대한 인위를 덜고, 최소한으로 가공해 소박하고 거친 듯한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이다.참살이를 강조하는 세상. 달고 탁하고 자극적인 음료에 질려서일까. 맑고 은은한 차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 민족은 천년의 세월을 차와 함께했고 차에 얽힌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꼭 믿을 만하지는 않지만 가볍고 재미있는 차나무의 기원에 대한 여러 설들로 시작한다.우선 신농씨 설부터 살펴보자. 중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육우(陸羽)는 ‘차경’에서 “차를 음료로 삼은 것은 신농씨로부터 시작되어 노나라 주공에 이르러 널리 알려졌다”, “신농의 식경에는 ‘차를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힘이 있게 하고 뜻을 즐겁게 한다’는 구절이 있다”라는 기록을 남겼다.신농은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한 사람으로 단군과 비슷한 시대인 기원전 2500년께, 불의 덕으로 왕이 됐다고 해 염제라고도 한다.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신농이라 했는데, 머리는 소와 같이 뿔이 나 있고 몸은 사람과 같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그는 식경을 지으면서 하루에 백초를 맛보고 92번이나 중독됐는데 그때마다 찻잎을 씹어서 해독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약의 신이라고도 불린다.우리나라의 다성 초의선사(1786~1866)도 ‘동다송’에서 육우의 기록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선사는 인류가 차를 마신 기원을 신농이라고 하면서 그를 차의 신이라고 불렀다. 차계에서는 신농씨가 동이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기파와 편작의 설도 있다. 석가모니에 귀의해 주치의가 된 기파는 인도의 명의였다. 먼 여행에서 돌아오자 20세 된 딸이 아버지를 기다리다 병으로 죽었다. 자신이 필요할 때 없었던 자책감에 딸의 무덤에 약을 뿌려주자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나무가 자랐다. 그 나무를 20세 사람(十十人)의 나무(木)라 해 차라고 했다고 전해진다.비슷한 이야기로 중국의 신의였던 편작의 아버지의 묘에서 처음 자란 나무가 차나무였다는 설이 있다. 편작의 아버지도 명의였는데, 평소 8만4000가지의 약방문을 알고 있었으나 6만2000가지의 방문 밖에 전수하지 못해 나머지는 차나무로 대신했다는 것이다.선종 초조인 달마대사가 소림사에서 9년 면벽 수행을 하면서 최고로 고통스러운 것이 졸음이었다고 한다.수마를 물리치기 위해 눈꺼풀을 떼어서 마당에 던졌더니 나무가 돋아났는데 그것이 바로 차나무였다. 이후 수행자들은 이 나무를 달여 마시고 수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김동곤농림부 지정 대한민국 녹차 명인쌍계제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