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홍광호 압도적 무대 눈길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속 메시지는 여전히 명징했고, 극은 진화했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장치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몰입도 있는 스토리텔링과 세기의 넘버들이 맞물려 '꿈의 무대'를 빚어냈다.
[리뷰]무대 위 '홍광호'라는 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사진 오디컴퍼니(주)]

여기에 그 어느 때보다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아름다운 앙상블까지 더해지면서 명불허전 최고의 뮤지컬임을 입증했다. 단연, 그 중심엔 '돈키호테' 홍광호가 있었다. 이미 지난 2018년 시즌에서 독보적인 고음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돈키호테를 완벽히 연기한 그에게 이루기 '힘든' 꿈은 그 이상의 무대를 선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대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꿈의 전달자'이자 '실현자' 그 자체였다.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은 더욱 깊어졌고, 발성은 또렷했다. 정확한 대사전달과 자유자재로 바뀌는 목소리의 변주는 그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오가는 모든 순간을 물 흐르듯 이어줬고, 극의 몰입을 높였다.
[리뷰]무대 위 '홍광호'라는 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사진 오디컴퍼니(주)]

물 오른 연기력도 배역의 입체감을 부여했다. 그간 홍광호는 '넘사벽' 보컬에 비해 연기에 대해서는 그 평가가 빛을 덜 본 것도 사실이다. 흡사 과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브래드 피트가 빼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연기력이 가려졌던 것처럼. 그러나 지난 2월 7일 저녁 공연에서 펼쳐진 그의 연기는 ‘클린연기’라고 해도 될 만큼 매끄럽고, 섬세했다.

뜨거운 눈물연기에도 진정성이 묻어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무대에 서지 못했던 지난 1년간의 그리움과 절실함이 더해진 듯 보였다. 그의 진심에 화답하듯 관객들은 함께 웃고, 울며 기립 박수로 무대를 함께 채웠다.
[리뷰]무대 위 '홍광호'라는 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사진 오디컴퍼니(주)]

백미는 역시 작품의 대표 넘버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을 부를 때였다. 돈키호테 홀로 부르는 1막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면, 2막에서 알돈자가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은 무모한 꿈을 향한 응원과 위로를 전한다.

"희망조차 없고 / 또 멀지라도 /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중략)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 가네 저 별을 향하여"라고 이어지는 넘버의 가사는 코로나19로 장기적으로 침체된 우리들의 마음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울린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 그는 평소와 다르게 끝부분을 올려 부르면서 간절함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리뷰]무대 위 '홍광호'라는 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사진 오디컴퍼니(주)]

흔히 뮤지컬마니아들 사이 ‘열창하다’는 찬사를 두고 ‘극장 천장을 뚫었다’고 하는데, 이날 홍광호의 열창은 천장을 뚫다 못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 속 응어리마저 뚫는 느낌이었다. 아마 올해를 통틀어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꼽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뭉클했다. 이 넘버 하나만으로도 분명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현실에 안주해 무료한 삶에 방황하고 있거나, 꿈을 잃고 주저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위로제가 되어 줄 것이다.

김수정 매거진한경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