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종종 돈 앞에서는 혼돈의 흙탕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재산 분할에 불만을 품고,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면 그 납세의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가될까.
형제 간 상속세, 대신 낼 수 있나
CASE
경황없이 선친의 장례를 치른 후 가족들이 모여 상속재산을 나누었는데, 재산 분할에 불만을 가진 동생이 자기 몫의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잠적했습니다. 이 경우 동생 대신 모친이나 제가 상속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맞는지 궁금합니다.


SOLUTION
가족을 잃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를 애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와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임상심리 전문가들의 견해인데, 상속 문제에 대해서도 불편하다고 그저 뒤로 미루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인들이 각자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대로 부담합니다.

이때 상속인들은 전체 상속세에 대해 서로 연대해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어느 상속인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과세관청은 다른 상속인들에게 그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을 받은 둘째 자녀가 납세고지서를 받고도 이를 납부하지 않고 잠적한 경우에는, 모친이나 첫째 자녀가 연대 납세의무자로서 둘째 자녀의 상속세를 대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다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 각자가 상속에 따라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상한으로 하게 됩니다. 또한 모친이나 첫째 자녀가 과세관청에 대납을 하더라도, 추후 둘째 자녀에게 민사적으로 해당 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어느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를 대납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별도로 부과되지 않습니다. 다만 애당초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상한으로 해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그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을 대납한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절세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는데, 예를 들어 상속재산 협의분할을 할 때 상속인의 배우자가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현금 등 금융재산을 충분히 상속받고 해당 금원으로 자녀들 몫의 상속세를 대납한다면, 자녀들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절세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은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