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투자고수에게 듣는 쩐의 전쟁

[빅스토리]투자 줄고 매물 증가...부동산 빚투 위험하다
부동산vs

둘째 아이에게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을 읽어주다가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 “아빠, 그런데 양은 누구 거야?” 거짓말 하면 안 된다는 쉬운 결론으로 끝날 이야기였는데 아이의 질문에 머리가 살짝 복잡해졌다. 양치기 소년은 혼나고 끝났을 테지만, 마을 사람들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다. 처음 양치기 소년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원인 파악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킬 수 있던 재산이었다. 모든 일은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양치기 소년>의 현대적 교훈이다.


특별한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움직인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아파트 실거래가격 누적 상승률은 전국 57%, 서울 82%에 달한다. 단기간에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 측면에서 주목하는 건 투자 수요다. 금리가 인하되고 가격 상승률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수한 다주택자 현황을 보면 2013년 169만 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무려 228만 명으로 집값 상승 기간인 6년 동안 59만 명이 증가했다.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도 약 15만 명 이상 늘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한 채 더 산 사람이 매년 10만 명이 증가했다. 결국, 집값을 상승시킨 수요는 투자 수요의 증가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증명된다. 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신고된 서울 주택 매입 자금조달계획서 60만 건을 분석해보면 약 42%가 임대 목적으로 집을 매수했다. 쉽게 이야기해서 상당수가 갭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다.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도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을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집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다. 즉,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에 내놓는 물건이 공급이다.

매도 물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거래회전율을 살펴보면 가격 상승 기간에 빠르게 하락한다. 2015년 서울 거래회전율은 9.8%로 100채당 9.8채가 거래됐다. 이후 지속 하락하다가 2020년에는 5.62%를 기록했다. 거래회전율 하락은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집을 안 팔았다는 의미다.
투자 수요 증가와 매물 감소는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을 크게 상승시킨 결정적인 이유였다. 명확한 원인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제 집값을 전망할 때도 투자 수요 변화와 매도 물량이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투자 수요 감소, 매물은 증가할 가능성 크다
가격을 움직이는 투자 수요를 전망하면서 참고가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수자 중 다주택자 비율이 15% 이상에서 5%(2020년 4분기)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수요가 줄고 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등 세금이 강화되면서 집에 투자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 수요는 지속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최근처럼 전세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가 증가해 집값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가격이 상승할수록 실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도 물량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도 물량은 집값 변동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 부담이 커지고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아질수록 집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매도 물량을 감소시킨 원인이었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없어지면서 말소되는 임대 주택이 매물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동으로 말소되는 등록임대주택은 2023년까지 전국 기준 83만 호, 서울 25만 호에 달한다. 매물 증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아실에 따르면 서울은 석 달 전 매물이 6만9425건에서 3월 21일 기준 8만5878건으로 23.7% 증가했다.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거래량 감소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2021년 2월 3284건으로 2020년 2월 대비 60% 감소하고 2021년 1월 대비 43% 감소했다. 3월 17일 기준으로 415건에 불과해 거래량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집값 안정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몇 가지 변수들, 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

투자 수요 감소와 매도 물량 증가를 전망하면서 시점을 결정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재건축 규제 등이 완화된다면 매도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집값이 안정되는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의 공급 계획이 늦어지게 되면 수요가 단기에 증가할 수도 있다. 정책과 선거는 집값 전망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변수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는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값 안정을 전망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전망은 의미 없고,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시장은 변화할 수 있다.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높아진 가격에 주택 매수에 나선다면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 위험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집값은 왜 오르는지에 대한 원인 파악이다.

양치기 소년이 세 번째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똑같은 거짓말을 했을 때, “심심해서 그러는 거지? 우리가 같이 있어줄게”라고 했더라면 마을 사람들은 양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글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