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투자고수에게 듣는 쩐의 전쟁

암호화폐vs

국내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 시장 거래액이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에서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고수익 투자처로 돈이 이동하는 현상)’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빅스토리]고공행진 비트코인, '디지털 금' vs '뜬구름 잡기’
상승세 가파른 비트코인, 투자할까 관망할까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에 따르면 3월 18일 오전 3시 기준 국내 주요 4대 거래소의 지난 24시간 거래액은 △업비트 13조6780억 원 △빗썸 2조3758억 원 △코인원 5940억 원 △코빗 469억 원 등으로 총 16조6947억 원을 기록했다. 3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액인 16조459억 원과 코스닥 일평균 거래액인 11조4126억 원을 크게 넘어선 숫자다.
특히 암호화폐 대장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한때 사상 처음으로 71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국내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3월 14일 오전 7100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또 다른 거래소 빗썸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육박하는 등 몸값을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발표하면서 유동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비트코인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영끌’ 열풍을 불러온 주식보다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 '이미 늦었다', '거품이 빠져 폭락할 것으로 예상돼 상투를 잡는 격이 된다' 등 다양한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빅스토리]고공행진 비트코인, '디지털 금' vs '뜬구름 잡기’
거래 암호화폐 500여 개…비트코인, 세계 자산 순위 6위 등극
암호화폐는 지폐, 동전 등의 실물이 없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초반 눈에 보이지 않고 컴퓨터상에 표현되는 화폐라고 해서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 또는 ‘가상화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암호화폐의 종류는 무려 10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약 500여 개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캐시, 리플, 대시, 라이트코인, 모네로 등이 있다. 현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 데이터 플랫폼 애셋 대시(Asset Dash)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테슬라,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주요 대기업을 제치고 세계 자산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시가총액 1조6500억 달러(약 165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0조 원)로 알려져 있다.

가상화폐 끝판 대장 비트코인, 일론 머스크에 웃고울고
가상화폐 시장이 흥미로운 이유는 부동산이나 채권 등과 같은 전통 자산의 장점으로 꼽히는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번 비트코인 신고가 경신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지속적인 지지 발언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가상화폐는 세계적인 기업 경영자의 말 한마디로 급등하기도 한다. 잃어도 크게 타격을 받을 게 없는 소규모 자산으로 모험적 투자를 선호하는 층에는 그야말로 대박을 꿈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유동성 때문에 암호화폐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디지털 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낙관론과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실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뜬 구름 잡기’라는 비관론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미국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E)에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돼 있다. 최근 테슬라는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나섰으며 나스닥 시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유럽·중국 기업들도 동반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헤지(Hedge)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담부서와 인력 충원을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마저 자회사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 상품 제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교육 기업 다스아카데미 이충 대표는 비트코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면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21세기 디지털 골드로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각국 정부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으며 과거에는 단순히 규제 대상에 머물던 암호화폐를 이제는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라며 “비트코인에 금이 밀리고 있어서 연초 대비 14% 하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센터장은 엔터테인먼트·콘텐츠·플랫폼 업계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트렌드가 자산 거래 시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는 현실(Universe)과 초월(Meta)의 합성어로서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며 만들어지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일종의 가상 세계지만 현실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임 기업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과 엔터테인먼트 기업 빅히트 등이 메타버스 사업을 구상 중이거나 실행하고 있다.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튜브에서도 메타버스 세계관을 반영한 캐릭터가 인기다. 일본에서는 현실 유튜버가 아닌 가상 유튜버가 채널 소득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메타버스 트렌드와 암호화폐가 유사성이 많다고 강조한다. 실제 그의 설명처럼 암호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현실 금융시장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최 센터장의 말처럼 디지털 골드인 비트코인과 전통적 국제 화폐로 사용돼 온 금과 관련한 시장 질서가 변화하는 추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 말까지 금 ETF 자금은 46억3000만 달러 유출된 상황이지만 같은 기간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는 37억5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면 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 센터장은 “어떤 상품이 존재한다고 해서 아주 기본적인 거래조차 금지해버리는 게 맞느냐”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차지할 역할과 그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시장경제 자율에 맞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 부동산, 금, 구리, 국제유가 등 실질적으로 자산으로 인정받는 실물 거래는 국제 정세 및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런 경제 상황에 아무런 영향과 변화가 없기 때문에 화폐 및 자산으로 평가 받을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 급등”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까지 높은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런 현상에 편승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있다”고 말했다.
[빅스토리]고공행진 비트코인, '디지털 금' vs '뜬구름 잡기’
암호화폐 투자, 선택 아닌 필수?
투자에 정답은 없다. 은행 정기적금처럼 수익성이 담보된 로 리스크(low risk) 상품 외에는 투자 전략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수익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비트코인은 900% 치솟았다. 금이 120% 올랐고 나스닥은 180%, 코스피는 200% 올랐다”며 “비트코인이 5만3500달러(3월 인터뷰 시점 기준,약 6160만 원)로 오른 현 상태에서 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아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말한다. 과거 암호화폐는 사용처가 없다는 이유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약점이었던 사용처 문제도 해결 조짐을 보이는 만큼 실제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시점이 성큼 다가왔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실제 내 돈이 빠져나가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어디서 주워들은 듯한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일희일비하면서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다 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중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충언한다.
이 대표는 “자산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주가와 함께 동반하락 조정되는 등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시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온다면 암호화폐가 가장 먼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먼저 가격이 회복할 것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높은 변동성 때문에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따라 다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의 투자 기법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정책, 환경, 경제 등 거대한 뉴스의 흐름 등 지속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정보와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투자 전략을 세우고 산업의 흐름을 익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장치 부족…보완 시급
암호화폐는 주식시장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많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어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여하지만 암호화폐를 금융상품 또는 화폐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는 범죄 수익 돈세탁 뉴스의 단골손님이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으로 잃게 된 피해금 중 3000만 원이 암호화폐에 투자됐다가 3년 만에 7배로 불어나 피해자에게 환원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세 조작 및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