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회 차를 맞은 ‘2021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는 불확실성 요인이 혼재된 금융 환경하에서 진행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던 주식시장도 연초부터 횡보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주목받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자산관리다. 최근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이 간편함을 무기로 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를 통해 자산관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고액자산가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수십 년에 달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의 투자 경험과 노하우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금융사들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발맞춰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아우르는 옴니 채널(omni channel)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불허전’ 금융권 자산관리 명가 3사
한경 머니가 실시한 2021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 기간 3월 2~9일)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사 30여 곳의 WM(PB+FP) 관련 종사자 9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설문의 공정성을 위해 자사의 순위 기입은 배제하도록 했다. 평가 항목은 △고객 서비스 △전용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 등 총 7개 항목이다. 올해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베스트 PB센터 3사(삼성생명, 신한은행, 삼성증권)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첫 설문조사 이후 8년째 1위 자리를 지킨 삼성생명(총점 629점)은 2위인 교보증권(397점)을 큰 점수 차로 따돌리며 자산관리의 ‘왕좌’ 자리를 공고히 굳혔다. 서비스별 평가점수에서도 전 분야 1위를 석권하는 저력을 보였다.
총점에서 3위인 미래에셋생명(275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으며, 한화생명(135점), 메트라이프생명(61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관리 분야의 전통 강자이면서,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선진국형 가문관리’ 개념을 처음 도입한 금융사로 인식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총점 507점으로 8년 연속 은행권 왕좌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2017년 ‘WM스타자문단’을 출범시킨 KB국민은행(479점)이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원조 복합금융점포인 ‘신한PWM’ 프리미엄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뒤이어 하나은행(382점)과 우리은행(174점), 한국씨티은행(90점) 등이 5위권에 안착한 모습이다. 항목별로는 부동산 서비스에서만 KB국민은행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선두 자리를 지켰다.
증권 업계의 경우 삼성증권(477점)이 지난해에 이어 미래에셋대우(404점)를 크게 따돌리며 베스트 PB센터 자리를 공고히 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2019년까지 3년 연속 미래에셋대우에 증권 업계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초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인 ‘SNI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 지난해 왕좌 탈환에 성공한 바 있다. 나머지 증권사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262점), NH투자증권(121점), 신한금융투자(120점)가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비스별로는 펀드·증권 서비스에서만 3위에 머물렀고 나머지 분야 모두 삼성증권이 최고 평가를 받았다.
‘종합자산관리’ vs ‘투자 다변화’ vs ‘상속·증여’
이번 설문조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최근 부각되는 서비스’가 각 업권별로 일부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은행의 경우 부동산과 세무 컨설팅에 대한 니즈와 함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객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미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응답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강력한 채널 경쟁력을 갖춘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 투자 상품은 물론 부동산, 세무 등 특화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복합금융점포 확대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의 경우 ‘해외 투자’ 및 ‘투자수익률’ 관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동학·서학개미 열풍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대형사들이 글로벌 리서치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보험업의 경우 업종의 특수성이 반영된 상속·증여 등 ‘가업승계’ 및 ‘노후 설계’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주식시장 호조로 인한 변액보험 수요 증가에 대한 응답도 많았다. 이외에도 자산관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는 ‘마이데이터 사업’ 및 이로 인해 격화될 초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응답도 눈길을 끌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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