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메타버스, 향후 20년 이끌 경제 화두로 부상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universe)과 초월(meta)의 합성어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며 만들어지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일종의 가상 세계지만 현실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화 <매트릭스>나 <아바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Metaverse is coming’.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향후 20년을 이끌어갈 화두로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인류가 말 그대로 3차원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활동하게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메타버스는 과거 인터넷의 등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잇는 거대한 흐름으로, 연결에 대한 방식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연결의 대상도 확장된다. 인간과 인간의 연결 방식을 넘어 인간과 기계(AI)가 공존하는 세상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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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Z세대의 요람
메타버스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게임을 통해 초기 단계의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포트나이트다. 일인칭 슈팅(FPS) 게임이지만 커뮤니티 기능 강화를 통해 새로운 메타버스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 최초 공개, 트래비스 스캇의 가상 콘서트(1200만 명 동시 시청 및 수익금 2000만 달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 산업은 기본적으로 메타버스로 진화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대신하는 게임 캐릭터(아바타)가 존재하며, 이들이 모여서 함께 플레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Z세대(1995~2000년생)다. 이들은 이미 디지털 기기 활용과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에 익숙하다. 메타버스를 포기한다는 것은 특정 세대의 고객층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의 주요 연령층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제페토(누적 가입자 2억 명)의 10대 이용자 비중은 80%다. 로블록스는 미국 16세 미만의 55%가 가입돼 있다. 현실 세계의 고단한 비용(돈, 감정)들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들일수록 더욱 메리트가 크다. 자신만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권력은 세대 간 불균형에 대항하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Z세대 이후에도 이어질 큰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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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메타버스 관련 시장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5년 기준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 규모로 전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전망한 확장현실(XR)의 글로벌 파급효과는 2025년 기준 관련 520조 원(4764억 달러)에 달한다.

기대 아닌 현실, 애플도 진출한다
고도화된 메타버스의 구현에는 관련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다. 5세대(5G) 및 다양한 하드웨어의 제약 요인들로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아이폰의 5G 지원 등으로 VR·AR의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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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메타버스 진출 본격화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대중화를 앞당기는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려진 AR 글라스 외에도 VR HMD(Head Mounted Display), VR 장갑을 준비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애플의 VR 헤드셋은 3000달러가 넘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이라면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299달러의 10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가성비가 아닌 사용자경험(ux) 자체에 집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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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높은 가격과 고성능의 사양을 감안하면 기업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추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기기에 대한 노하우 축적 및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 목적인 소비자용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뉴스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 VR 장갑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제 막 특허를 낸 상황으로 아직 제품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이지만, 기존 플랫폼들의 VR 기기가 헤드셋에 집중됐던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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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과 강도·지속성이 관건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에픽게임즈(Epic Games) 언리얼(Unreal) 엔진의 메타휴먼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실사에 가까운 디지털 인간을 손쉽게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툴이다. 이러한 툴을 활용할 경우 콘텐츠 제작자의 시간과 비용이 큰 폭으로 절약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모델 자체의 품질 이외에도 작업 자체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미래에는 누구나 고도의 렌더링 기술 없이도 영화와 같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메타버스 시대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소비에서 창조로의 무게 이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화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대전환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거쳐 메타버스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진정한 고도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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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부문의 흥행도 심상치 않다. ‘하프 라이프: 알릭스(Half Life: Alyx)’가 대표적이다. VR 게임에 한 획을 그은 타이틀로 2020년 3월 출시 당시 동시 접속자(concurrent user)는 4만3000명에 달했다. 이전에 VR 게임 중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을 보유한 본웍스(Boneworks)가 8700명 수준이었고, 대표 VR 게임 비트세이버(Beat Savor)의 최고 동시 접속자 기록이 45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일반 PC, 콘솔 게임을 포함해도 당일 접속자 순위 톱25에 포함되며 기염을 토했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패러다임 그 자체다. 현실과 연결된 가상 세계는 그야말로 거대한 범주다. 게임, VR, AR, 인공지능(AI)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을 포괄한다. 오히려 관계가 없는 종목을 찾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그만큼 거대한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별 수혜주의 등장 시기와 모멘텀 또한 천차만별이다.

결국 보텀업(bottom up) 관점의 접근이 효과적이다. 최우선 고려순위는 수혜 타이밍과 강도 및 지속성이다. 빠를수록 좋다. 다방면에 걸쳐 있을수록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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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업분석]

로블록스(RBLX US) - 메타버스를 평정할 초통령의 등장
로블록스는 Z세대가 열광하는 게이밍 소셜 플랫폼이다. 레고 모양의 아바타와 함께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딩 없이 직접 제작한 게임을 업로드해 수익화가 가능하다. 일종의 게임 버전 유튜브인 셈이다.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는 SNS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유니티 소프트웨어(U US) - 메타버스 대표 기업 두둥 등장!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유니티 게임 엔진으로 유명한 서드파티 게임 개발용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게임 엔진으로 출발했지만 유니티의 솔루션은 게임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 내 3차원(3D) 콘텐츠 제작에 활용된다. 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와 게임 외 산업 확장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US) - 메타버스의 멀티플레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를 확보하며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으로 월 활동 유저는 1억 명을 넘어섰다. 게임뿐 아니라 MR 글래스 홀로렌즈, 클라우드 플랫폼 아주라(Azure)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혜가 전망된다.

텐센트(0700 HK) - 글로벌 메타버스 세계의 절대강자
텐센트는 글로벌 게임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메타버스 시대의 확실한 승자로 부각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양대 축인 ‘콘텐츠·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이코노미를 구축했다. 2016년부터 VR 기기 출시로 하드웨어 영역도 준비해 왔다. 향후 게임의 플랫폼화에 따라 라이브 스트리밍, 핀테크, 클라우드 등 전 사업부의 수혜가 기대된다.

페이스북(FB US) - 원조 메타버스 맛집
페이스북은 VR를 시작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SNS 사업과의 시너지, 기존 운영체제(OS)에서 벗어난 독자적 생태계를 꿈꾸며 장기 로드맵을 구축했다. 오큘러스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전략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만큼 소프트웨어(호라이즌, 인피니트 오피스) 생태계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세이프(비상장) - 온라인 카지노계의 페이팔
아이게이밍(iGaming) 및 온라인 게임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결제 기업이다. 사업구조는 △전자지갑 △전자화폐(eCash) △결제 프로세싱으로 구성되며, 전자지갑은 글로벌 2위, 전자화폐는 글로벌 1위다. 메타버스 시대와 함께 관련 파트너사 증가가 기대된다. 향후 스포츠 베팅의 언택트화와 온라인 카지노 성장에 따른 마진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AVER(035420 KS) -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가 뜬다
네이버는 2018년 10대를 위한 한국판 멀티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출시했다. 출시 2년 만에 2억 명에 육박하는 글로벌 이용자가 다운로드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아이템 판매, 브랜드 광고 판매 등 본격적으로 수익 모델을 확대할 계획임에 따라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빅히트(352820 KS) - 메타버스로 무대 영역 확장
빅히트는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을 통한 뮤직비디오 공개, AR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제트 등에 대한 투자, 아티스트의 아바타 캐릭터 공개 등과 함께 메타버스 영역으로 발 빠르게 확장했다. 강력한 아티스트 라인업에 ‘위버스’의 플랫폼 영향력 확대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이익 증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리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한국경제DB | 자료 삼성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