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장세 대비, 배당 성장주에 주목하자
지난 10년간 전 세계 주요국 정책 입안자들은 자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는 디플레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완전히 지배했고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유례없는 부양책으로 디플레와 맞섰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전 세계 고령화, 과거보다 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점, 이커머스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언급하며 저금리·저물가를 당연시했고, 자연스럽게 시장참여자들은 물가 상승보다 물가 하락을 걱정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세상에 익숙해졌다.

고개 드는 인플레 공포
올해 1분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스탠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생산자 물가 또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코로나19 정복을 앞두고 있지만, 금융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기다리던 경기 회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투자자들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tapering) 가능성일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지속적으로 아직 테이퍼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정책 입안자들의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증시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풀린 초과 유동성 중 상당한 양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미국 주식시장(S&P500 기준)의 밸류에이션이 60% 가까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투자자들의 셈이 복잡해진다. ‘지금의 물가 상승이 Fed의 전망처럼 일시적인 현상일까’, ‘2013년처럼 Fed가 갑작스럽게 테이퍼링을 선언하지 않을까’, ‘지금의 가치주 랠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 ‘2018년처럼 미·중 갈등이 투자 심리를 해치지 않을까’ 등 투자자들은 많은 뉴스를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점이 있다면 현재 글로벌 경제가 회복 경로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물가 상승이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면, 우선 실물경제가 기대치만큼 좋아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이러한 실물경기 개선 여부는 기업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과거 실적이 미래의 주가를 설명할 순 없겠지만,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이라면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적 개선 판단의 주요 지표 ‘배당’
문제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을 찾는 것’은 말이 쉽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가격을 추종하기보다 기업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가격(주가)이지,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경쟁 우위, 그리고 재무 상태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지표 중 하나가 ‘배당’이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기 위해서는 견조한 실적과 재무 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단순히 높은 배당률을 보이는 고배당주가 좋은 주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배당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꾸준히 배당금을 증가시켜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배당금을 증가시킨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해당 산업군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런 기업들은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매출을 빠르게 증가시키며 기업 가치를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해외 주식투자를 시작한 초보자라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배당귀족지수(S&P500 Dividend Aristocrats Index)를 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S&P500 배당귀족지수는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최소 25년 연속으로 배당을 증액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다.
최소 25년 연속해서 배당을 증액시킨다는 것은 아무 기업이나 보여줄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 어떤 기업이 적게는 25년, 많게는 58년 연속해서 배당을 증액해 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속한 비즈니스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투자로 높은 이익률을 지켜왔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3M, 존슨앤존슨, 맥도날드, IBM 등이 이 지수에 포함된다.

S&P 지수위원회에서 매년 1월 과거의 배당 증액 현황을 고려해 편입·편출 종목을 선정하며, 1월이 아니더라도 연중에 배당을 감액하거나 배당 지급을 중단하는 등 배당 증액 연속성에 문제의 소지가 발견될 경우 해당 종목을 지수에서 편출한다.
다시 말해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증액한 우량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지수는 구성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하는 동일 가중 방식으로 구성돼 있고 분기별로 비중을 동일하게 재조정하는 분기 리밸런싱을 진행함에 따라 소수 종목에 대한 쏠림을 사전에 차단하는 특징도 있다.

나아가 S&P500 배당귀족지수의 구성 종목들은 고배당주가 아닌 배당 성장주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 고배당 지수의 경우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 부동산, 에너지 섹터에 치우친 한편, 이 지수는 섹터 구성이 상대적으로 다변화돼 있는 편이다. S&P500 또는 나스닥100 지수와 비교 시 산업재, 필수소비재, 소재 섹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비중이 낮다. 이는 IT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고집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다각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에게 가치주를 지혜롭게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의 인플레는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성장해 오던 산업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성장세가 꺾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의 주가 조정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변한 것이 아니라 너무 오른 주식에 대한 불편함이 해소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성장주이기 때문에 조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치보다 가격이 더 빠르게 커지면서 확대된 괴리가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지금처럼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어지는 변곡점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쏠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추종하기보다 가치가 성장하는 산업과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직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배당의 성장성’은 좋은 지표가 된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진입한 초보 투자자의 경우 S&P500 배당귀족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펀드를 활용하면 경기 회복 구간에서 소외되지 않는 투자 수단을 갖게 될 것이다.

지난해와 같이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배당금을 증가시킨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해당 산업군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런 기업들은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매출을 빠르게 증가시키며 기업 가치를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