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BIZ/ 빅데이터 프리즘 [BigData Prism]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회, 경제, 과학, 기술 심지어 정치마저도 모두 그 밑으로 숨어버리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지치고, 어느 정도 적응해 가는 듯도 하다. 자연스럽게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라든지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함께) 등의 다음 단계를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BigData Prism]포스트 코로나에 탄소중립이 뜨는 이유
기후변화=탄소중립, 산업 리더 중요성 인식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런 대재앙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이 ‘기후변화’라는 걸 깨달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탄소중립’ 또는 ‘탄소제로’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학적 사고와 함께 변화하는 기술과 무역 및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이른바 서구 선진국들의 ‘기득권 유지’ 및 ‘신흥개도국 견제’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탄소중립’을 국제적 규범으로 제시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상응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개념이다. 탄소중립화와 순배출 영점화(net zero), 탄소제로(carbon zero)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범위를 확대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좀 더 포괄적인 기후중립(climate-neutr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탄소중립은 어떻게 보면 나와 큰 상관이 없는 누군가가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문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이윤과 생존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산업 현장의 리더들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급한 대응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BigData Prism]포스트 코로나에 탄소중립이 뜨는 이유
탄소배출량, 국가적 어젠다 설정 중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에너지 소비와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2019년 기상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기상 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0조7000억 원에 달한다. 높은 화석연료의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지난 106년간 평균 온도는 1.8도상승했다.
저탄소·친환경 기후변화 이슈는 1992년에 유엔기후협약(UNFCC)을 통해 제기된 지 30년 가까지 된 문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구가 견딜 수 있는 기후 상승의 한계치를 2도 정도로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기구 등은 2도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된 목표치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2100년까지 적어도 1.5도 이하로 억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각국은 탄소중립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산업과 기술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정책을 수립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50 탄소중립선언'과 함께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며, 무역정책과 기후 목표를 친환경과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무역장벽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의 부상과 중국과의 마찰을 돌파할 수 있는 미국을 포함한 서구 선진국들의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 세계 47번째로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이후 국가적 차원의 대응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집권 후반기에 들어 소재·부품·장비 대책, 코로나19 대응 전략과 맞물려 ’한국판 뉴딜‘을 제시하고 이의 핵심 어젠다로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선언했다. 12월에는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해 구체적 실행 전략도 제시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했다.
[BigData Prism]포스트 코로나에 탄소중립이 뜨는 이유
기업·민간 부문, ESG 필수 전략으로 내세워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도 탄소중립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최근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대응이 기업 경영의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한 기술, 산업, 과학 및 사회적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BMW, 소니, 제너럴일렉트릭(GM) 등 280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 제품 생산을 하겠다는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참여하고 있다.
지멘스는 2015년에 글로벌 기업 중에서 최초로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선언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환경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들여 ‘기후혁신기금’을 설립했고,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탄소 블랙리스트’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2020년 10월 한국 최초로 204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공언했으며,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2017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 ‘탄소중립 대응’은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의 선제적 대응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하고, 특히 석탄발전 비중은 40.4%에 달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포스코, LG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탄소중립 성장’을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BigData Prism]포스트 코로나에 탄소중립이 뜨는 이유
탄소중립, ‘그린’을 기반으로 한 5차 산업혁명 예고
탄소중립 어젠다는 정부나 기업이나 넘어야 할 당면한 큰 과제가 됐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과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은 당연하거니와 이에 못지않게 기업들의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 및 확보가 필수다. 또한 이를 산업적이고 경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전략과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과 기술 개발 및 제품에 관한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산업과 규제에 관한 대응전략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 연구소 등의 협업과 지원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정보화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넘어 ‘그린’을 기반으로 하는 5차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과 산업의 전환점을 예시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상 상당히 불리한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믿으며 탄소중립 선도 국가로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소대섭 센터장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플랫폼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