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팬데믹, 상가 투자 법칙을 바꾸다

[스페셜 -총론 ②]

상가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상가 투자 방식 대신 상권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안목을 가져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상가 공실률이 증가했고 매출도 감소하는 등 자영업자들 및 상가주들에게 사상 최악에 가까운 위기가 닥친 가운데 향후 지속 가능한 상권을 찾기도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가 투자에 대한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불투명한 시장을 관망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상가 전문가들은 확실한 수익 확보를 위해서는 입지, 배후 수요, 미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스페셜]상가 투자, 최악에서 최선을 찾다
상권 1번지 명동, 공실률 급상승
싱그러운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5월 4일 오후 2시 명동.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이라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이들의 인파가 몰리는 시간이다. 화장품·의류 매장 등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온 각 매장들의 음악이 분위기를 돋우고 활기가 넘쳐야 했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외국인 관광객은커녕 내국인 쇼핑객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중심 거리 입구에서부터 ‘임대’라고 적힌 텅 빈 매장들만 눈에 들어왔다. 특히 국내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네이처리버블릭’ 매장마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명동역 6번 출구 입구에 위치한 의류매장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은 지난 1월까지만 운영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여기에 대기업이 운영하던 화장품 매장이나 의류 및 커피숍도 명동에서 속속 철수하는 추세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부동산업을 한 중개업자는 “코로나19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상황”이라며 “현재 명동 공실률이 치솟고 있으며 보증금 및 임대료도 평균 30% 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전의 임대료가 월 8000만~9000만 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6000만~5000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명동 상권은 관광객이 수요의 70~80%가량이 차지했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광객들이 다시 찾게 되면 상권이 살아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상가 투자, 최악에서 최선을 찾다
이태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튼호텔 주변에서부터 한강진역 블루스퀘어까지 걸어가다 보면 건물들의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대기업의 브랜드 매장도 간판을 내렸고 영업 종료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퇴근길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저녁 시간이지만 이태원동 세계음식거리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음 날이 5월 5일 어린이날로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며 음식점이며 클럽도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A씨는 “여기에서 장사를 20~3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이렇게 텅 빈 이태원은 처음 본다”며 “코로나19가 끝나게 되면 다시 활기를 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셜]상가 투자, 최악에서 최선을 찾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지역별 편차 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은 13.0%, 소규모는 6.4%로 나타났다.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이상이면 중대형 상가로 분류된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자영업자 감소 및 폐업이 증가하며 13.0%를 기록했고, 소규모 상가는 수도권 및 광역시 중심으로 일부 상권 내 신규 임차수요가 발생해 공실률이 6.4%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자영업 종사자 수도 2019년 548만 명 규모에서 542만 명 규모로 6만3000명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공실률을 유형별,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대형 상가의 경우 울산, 경북, 세종 등이 전국 평균(13.0%) 대비 높은 공실률을 나타냈고 제주, 서울, 경기 등이 낮은 공실률을 보였다. 서울은 명동 상권에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폐업 또는 휴업하는 업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공실률 8.9%를 기록했다. 특히 명동(38.4%), 이태원(22.6%), 홍대·합정(13.1%) 등 이른바 ‘핫 플레이스’ 공실률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소규모 상가의 경우 전북, 세종, 대전 등이 전국 평균(6.4%) 대비 높은 공실률을 나타냈고 제주, 부산, 경기 등이 낮은 공실률을 나타냈다.
서울은 이태원, 홍대·합정 상권에서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에 따른 경영 악화가 지속되며 공실률 6.5%를 나타냈다. 소규모 상가도 중대형 과 마찬가지로 명동(38.3%), 이태원(31.9%), 홍대·합정 (22.6%) 등 임대료가 비싼 대형 상권 공실률이 평균보다 높았다.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산 산출해 3개월간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 성과를 나타내는 투자수익률은, 오피스는 2.04%, 중대형 상가는 1.69%, 소규모 상가는 1.48%, 집합상가는 1.38%로 나타났다. 오피스는 6층 이상 상가 건물을 뜻하며 집합상가는 건물 내 호별 점포를 개인별로 소유한 형태를 말한다.
3개월간의 임대 이익 등 소득수익률은 오피스 1.01%, 중대형 상가 0.89%, 소규모 상가 0.81%, 집합 상가 1.05%로 나타났다. 자산 가치의 변동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은 오피스 1.03%, 중대형 상가 0.80%, 소규모 상가 0.67%, 집합 상가 0.33%로 조사됐다.
투자수익률을 유형별,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대형 상가는 세종, 대전, 경기 등의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으며 제주, 인천, 경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대전은 원도심(2.24%) 상권에서 각종 재개발 사업 진행 및 도심융합특구 지정에 따른 개발 기대감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한 데 힘입어 투자수익률 2.03%를 나타냈다. 제주는 서귀포도심(0.51%), 중앙사거리(0.61%) 상권 등에서 관광객 감소로 인한 투자수요 감소 및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투자수익률 0.69%를 나타냈다.
소규모 상가는 세종, 대전, 경기 등의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으며 제주, 인천, 경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경기는 의정부역(2.02%) 상권에서 GTX-C 추진에 따른 개발 기대감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해 높은 투자수익률을 나타냈으나 수원시 인계동(1.09%) 상권에서 공실 증가 및 상권 매출 둔화 등으로 투자수익률 1.68%를 기록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에는 역세권 상권,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주요 도시 상권 등 상가 투자의 법칙이 존재했다”며 “그러나 최근 소비 트렌드가 변하며 체험과 감성을 누리는 상권 내 상가들이 인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가 투자를 하려면 자신만의 안목과 소신을 길러야 한다”며 “주변의 조언이나 성공 사례 등은 참고서 정도로만 삼고 미래를 예상하고 상권을 분석해 보다 안정적인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OX
미니 인터뷰/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
"코로나19 이후 상가 시장 양극화 확대"

요즘 상가 시장 분위기가 어떤가.

"전문가들은 현재 상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확산한 코로나19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상가 공실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상권이나 유흥 상권의 피해는 더 심각한 양상이다.
반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거 지역 인근의 상권은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고 필수 소비가 이뤄지는 업무 지역 인근 상권은 비교적 피해를 덜 받고 있다.
지역, 상권, 매입가 등의 조건에 따라 현시점에서 상가 투자는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상가 시장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상권, 즉 상가는 존대한다. 따라서 어떤 상가에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성과를 거둘 수도 있고 경제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상가 시장도 양극화 양상도 확대됐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상가 매물에 따라 투자의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투자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예를 들어 당장 임대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타 상권에 비해 입지가 좋지 않더라도 유명한 음식점, 카페 등이 있어 많은 수요자가 방문하는 활발한 상권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만약 시세 차익을 원하는 투자를 한다면 역세권, 대형 업무지역 등의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내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시기, 상가 투자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든다면
"최근 가장 많은 실패 사례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공실 상가 매물을 매입한 것이다. 저렴해서 매입했는데 공실이 채워지지 않아서 월 임대수익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상가 관리비, 은행 대출이자 비용 등의 부가적인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성공 사례는 이미 안정적인 임차인이 있는 상가를 매입하거나 임대가 확정된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를 들 수 있다.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먼저 소비가 이뤄지는 상가인지를 봐야 한다. 입지가 좋고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상가는 아니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위치한 상권은 많은 수의 유동인구가 이동하지만 실질적으로 상가에 들어가 소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또한 역세권 상가라도 역 출구를 등지고 있는 상가에는 많은 이들이 방문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요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방문하는지 상가가 위치한 상권이 인근 상권에 비해 수요자를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 주된 수요자의 연령대는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제는 상가를 고를 때 입지가 전부가 아닌 해당 지역 상권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등 미래를 예상하는 투자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상가 투자는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관광 상권, 유흥 상권의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돼 있다. 이에 반해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는 주거지 인근의 상권이나 대형 업무지구 인근 상가는 비교적 괜찮은 분위기를 유지 중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주거 지역과 업주지구 인근의 투자가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관광 상권과 유흥 상권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부 이슈로 상황이 급변하는 주요 상권이 아닌 레트로 느낌의 골목 상권 내 상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 내 상가 등의 체험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곳으로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