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달러보험 안전장치 지적 배경은
최근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강세 영향으로 달러보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달러보험이 가입자에게 환차손 리스크를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30대 회사원 A씨는 지난해 B생명보험사에서 달러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미국 회사채 시장에 투자,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이율을 적용해 재테크 효과가 높다는 보험설계사의 설득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 강세 시기에 해지하거나 중도인출을 할 경우 환차익을 노릴 수 있고, 환차익을 활용해 해외여행이나 자녀의 유학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말도 솔깃했다. 하지만 A씨가 가입한 달러종신보험은 투자 목적의 상품이 아닌 조기 사망에 대비한 보장성 상품이었다. 해지하려고 알아보니 보험사는 납입한 원금의 극히 일부만 환급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을 뜻한다. 외화보험 중 95% 이상이 달러보험다. 달러보험은 외국계 보험사가 주로 판매했으며, 대부분 저축성 보험이었다. 그러다 2018년 1월 메트라이프생명이 보장성 달러종신보험을 출시,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생명도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했다. 그러자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도 앞 다퉈 상품 개발을 검토했다. 실제로 달러보험으로 대표되는 외화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2017년 1만4475건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16만5746건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무려 11배 이상 성장했다.

외국계 보험사에 이어 국내 대형사들도 판매를 검토하자 올해 초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달러보험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상품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환차손 리스크 우려…
낸 돈보다 적게 받을 수도

보험은 초장기 상품이다. 종신보험, 연금보험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달러보험 만기도 마찬가지로 초장기다. 판매한 상품의 납입 만기는 통상 20년이며, 만기는 사망 기간까지다. 가령 30세에 가입할 경우 50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며, 죽을 때까지 보험의 효력이 지속된다.

문제는 달러보험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변하며, 보험 효력이 있을 때까지 환율 변동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보험사는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마케팅을 했지만, 이를 뒤집어 설명하면 ‘환차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환율 변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 1000원일 때 월납보험료 300달러(30만 원)를 내면 10만 달러(1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보험금 수령 시점에 원·달러 환율이 800원이 됐다면 수령하는 보험금은 원화로 1억 원이 아닌 8000만 원으로 2000만 원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납입기간 중 환율 변동은 납입하는 보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입 시점 원·달러 환율 1000원으로 매월 300만 달러(30만 원)를 내는 조건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납입기간 평균 환율이 1200원이었다면 납입보험료는 300달러가 아닌 360달러(36만 원)이 된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 100원 조건에서 가입해 납입할 때 평균 환율이 1200원이었고, 보험금 수령 시점 환율이 800원일 경우 납입한 보험료 원금보다 더 적은 보험금을 수령할 수도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보험사는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을 강조할 뿐이지만 실제 환차손 위험은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보험사가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 환차손 리스크 안전장치 만들어라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에 주식이나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 즉, 자산시장 변동에 따라 소비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보험사들은 최저금액을 보증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변액종신보험의 경우 최저 사망보험금을 보증하며, 변액연금보험은 최저 연금을 보증한다. 가입자가 투자를 잘 하지 못했거나 만기 시점에 시장이 폭락했을 경우에도 소비자는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달러보험에 대해서도 이런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모든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보험으로서 의미가 없다는 것.

하지만 보험 업계는 달러보험은 변액보험과 달라서 안전장치를 만들기 어렵다고 실토한다.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품(환헤지)은 만기가 대부분 1년이라는 것. 이에 십수년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보험사들의 입장에도 금융당국은 금융 전문가집단인 보험사도 하지 못하는 환헤지를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가입은 신중히, 해지는 더 신중하게
전문가들은 달러보험 가입을 고민하고 있었다면 잠시 기다려보라고 조언한다. 환헤지와 관련해 어떤 안전장치가 생길 것인지 확인하고 가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보험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의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만약 이미 달러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해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특히 달러연금보험이 아닌 달러종신보험의 경우 해지하면 납입했던 원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다.

달러종신보험을 저축·투자형 상품이라고 오인해 가입했다면 민원으로 납입한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설계사가 오인할 수 있도록 판매했다는 것을 가입자가 입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몇 년 더 납입한 후 환급률이 높아지고, 원화 강세 시기에 해지하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글 김승동 뉴스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