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젊다고 안심 금물…치명적 합병증 우려
고혈압은 통상 중년층 이상부터 나타난다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실제 조사를 해보니
젊은 층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발간한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률은 10%나 된다. 10명 중 1명이 고혈압인 셈. 고혈압은 단일 질환으로 사망 원인 1위인 심뇌혈관질환의 씨앗이 된다. 젊은 나이부터 고혈압을 앓으면 그만큼 질병을 앓는 기간이 늘어나고, 혈관 손상 등이 누적돼 이른 나이에 심뇌혈관질환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학회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6만6000명, 전 단계 환자까지 합치면 약 338만7000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 중 고혈압을 인지하는 비율이 17.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65세 이상의 인지율은 85.8%, 50~64세 71.4%, 40~49세 44.8%와는 대조적이다.

고혈압 관리의 첫째는 ‘혈압 수치’를 아는 것이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청년층은 드물다. 국가건강검진이 20대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참여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집에서 혈압을 재는 경우도 드물다. 젊은 층은 자신의 혈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율은 더 떨어진다. 학회 조사 결과 20·30대 치료율은 13.7%로 매우 낮다.

젊을 때부터 혈압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20대부터 높은 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이 ‘누적’돼 향후 심장병, 뇌졸중으로 일찍 쓰러질 수 있다. 노인의 경우 다른 건강 위험요인이 많아 고혈압 유무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이나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젊은 층은 다르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건강 위험요인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으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고혈압, 세계 사망에 미치는 기여도 1위 질병
고혈압은 전 세계 인구의 사망 위험 요인 1위다. 세계 사망 원인 1위와 2위는 각각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인데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기 때문이다. 뇌혈관질환의 경우 고혈압 환자가 정상인보다 발생 위험이 7배나 높다.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3배로 높다.

특히 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은데, 혈압이 높으면 지속적으로 혈관벽에 높은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해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혈류가 많이 가는 장기이므로 혈압의 영향에 민감하다. 실제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5%에 불과하지만, 뇌로 가는 혈류의 양은 전체의 20%에 달한다. 또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장기도 뇌이기 때문에 그만큼 혈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혈압이 장기화되면 심장 역시 부담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HGS)’에서 40세 이상 70세 미만 1만38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인(수축기 혈압 120㎜Hg 미만)보다 7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급성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7% 늘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또한 81.7% 증가했다.

그 밖에 고혈압은 신장(콩팥)의 사구체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단백뇨, 혈뇨 등이 오지만 결국 신장 기능 장애를 일으켜 돌이키기 어려운 신부전에 빠지게 된다. 우리 몸에서 미세혈관인 망막혈관도 손상시켜 향후 실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온몸의 장기를 조금씩 망가뜨리는 만성질환인 것이다.

고혈압, 대부분 증상 느끼지 못해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목덜미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뻣뻣하게 느껴지는 두통, 어지럼증이다. 간헐적으로는 안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등 폐경기 여성의 증상과 혼동될 수 있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반드시 혈압을 측정해봐야 한다. 그 외의 호흡곤란, 손발 저림이 올 수 있다.

그렇지만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압 측정을 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 아침, 저녁 혈압을 재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전자식 혈압계가 보편적으로 보급돼 가정에서 스스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보통 한 번의 혈압 측정만으로 고혈압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적어도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가 140/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최근에는 보다 정밀할 혈압 측정을 위해 병원에서 ‘24시간 활동 혈압검사’를 시행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혈압의 변동을 측정해 평균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팔에 혈압기를 차고, 검사 기기를 허리에 착용한 후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혈압 상태를 기기 내부 장치에 기록해 분석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기본
20·30대는 젊다는 이유로 고혈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혈압 측정과 치료를 게을리한다. 젊은 층도 정기적으로 혈압 측정을 하고 정상 혈압으로 적극 관리해야 한다. 일례로 수축기 혈압이 4㎜Hg, 이완기 혈압이 3㎜Hg만 떨어져도 뇌졸중은 23%, 관상동맥질환은 15%, 사망률은 14% 감소한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다. 젊은 층 고혈압은 나쁜 식습관과 비만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평소 고염식, 고지방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생활습관으로 조절이 안 되면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혈압이 생긴 순간부터 혈관에 나쁜 상태는 누적되고 있으므로 개선을 위한 치료를 서둘러 해야 한다.

고혈압 약을 처방 받았다면 보통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체중 감량 및 저염식이 등 생활요법을 같이 병행하면 혈압 약을 줄일 수는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약을 바꿀 수도 있다. 고혈압 약제는 종류가 많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혈압 정도, 기저질환, 연령 등 개인의 상태에 맞춰 전문의가 처방한다.

한편,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의 원인으로 취미생활, 운동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체중인 사람은 혈압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으므로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어느 정도 차고 맥박이 빨라질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