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관리 시장에서 삼성증권 SNI의 성장 스토리는 경쟁 증권사는 물론 시중은행들로부터도 부러움의 대상이 돼 왔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후광효과는 한국형 자산관리 사업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0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로서의 모객효과도 톡톡히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삼성증권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NI’와 ‘멀티 패밀리오피스’라는 초프리미엄 서비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증권 SNI는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2010년 첫선을 보인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이며, 지난해 론칭한 멀티 패밀리오피스는 ‘금융자산 1000억 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초(超) 프리미엄 서비스다.
SNI가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들로부터 제공받는 최적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라면, 멀티 패밀리오피스는 기관급 투자 파트너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런 구분이 가능한 것은 자산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6월 기준 삼성증권 SNI 고객은 3600여 명, 이들 고객의 전체 자산 규모만 무려 72조 원에 육박한다. 고객 한 명당 평균 200억 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 상무는 “전임 박경희 SNI본부장(전무)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큰 한 계단을 올라섰다’는 말로 멀티 패밀리오피스 출범 의의를 소개했었다”며 “배타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SNI 전체가 더욱 프리미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상무는 올 하반기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프라이빗뎃(Private debt, 사모대출)’과 ‘프라이빗에쿼티(PE, 사모펀드)’, 그리고 글로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트렌드와 결을 같이하는 ‘임팩트투자’(투자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환경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제안했다. 다음은 백 상무와의 일문일답.
오랜 기간 PB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국내 WM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삼성증권이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을 별도로 분리해 거래했던 게 12년 전입니다. 삼성증권 SNI가 출범한 시기이기도 하죠. 흥미로운 부분은 분류 기준인 ‘30억 원’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Highnet Worth Individual(HNWI), 즉 고액자산가라고 하면 통상 현금성 자산 100만 달러(약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의미합니다.
삼성증권이 30억 원대를 정한 배경은 100억 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인 ‘Ultra-HNWI’를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통상 이들 자산가들의 경우 금융사 두세 곳과 거래하는 만큼 30억 원이 기준이 됐던 거죠. 그런데 저희가 정한 이 기준은 어느덧 한국 부자의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부자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삼성증권만 하더라도 12년 전 800여 명이었던 SNI 고객이 지금은 당시의 4배 수준인 3200명대로 불어났으니까요.”
30억 원 이상 부자 고객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의 부가 증대된 것이 주된 배경이겠지만, 삼성증권이 고액자산가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롭게 유입된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아울러 삼성증권이 성장해 온 만큼 고객들의 자산도 그만큼 불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제 통계상으로 보면 삼성증권에 계좌를 개설해 10억 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6~7년가량인데, 10억 원에서 30억 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4년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자산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개인의 자산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면, 고객들이 벌어들이는 근로소득뿐 아니라 투자자산도 스스로 이익을 창출해 전체 자산이 불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죠.”
PB 1세대로 활동하셨는데, 후배들을 보는 시각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희 세대의 PB들은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첫 직장이 옛 동양종합금융이었는데 당시에는 10~20%대의 고금리 상품이 많아 사실상 금리 영업이 전부였던 때죠. 이후 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익혔는데, 이후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PB들은 금리형 상품부터 주식형·채권형 펀드 등으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위로는 뚜렷한 선배가 없어 30대 초반부터 거액의 자산가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고 거액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죠.
반면 지금의 PB들은 다양한 투자 상품을 한꺼번에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데다, 자산가들 역시 오랜 경험을 쌓아온 PB를 선호해 30대부터 고액을 맡는 일이 드문 게 현실입니다. 저희 삼성증권 SNI 소속 PB들이 20년 이상의 평균 업력을 갖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시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장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 PB들의 역할 측면에서의 변화도 있을까요.
“과거의 부자 고객들은 자신의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PB들 역시 그런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썼었죠. 하지만 금융실명제를 거치면서 고객들의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해졌고, 금융사들도 생애주기별 평생고객화, 즉 로열 커스터머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이 질문하는 PB가 능력 있는 PB로 인정받게 된 거죠. 고객이 스스로 얘기하지 않아도 해당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질문을 통해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고객들은 자신의 가족관계부터 자금 출처, 운용 계획 등 세세한 정보까지 적극적으로 제공해주고 있죠. 제대로 된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첨언을 하자면 최근 자산관리 사장에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 거액 자산가들의 경우 자신만의 PB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삼성증권 역시 30억 원 이상 고객이 비대면 서비스만을 이용하는 사례가 더러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투자는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SNI처럼 금융사가 직접 발굴하는 투자는 PB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자산관리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PB 한 명은 꼭 만나보시길 조언드리고 싶네요.”
SNI 서비스 확대에 이어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론칭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기존 삼성증권 SNI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 영업점을 지칭했는데, 지금은 30억 원 이상 전국 고객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SNI 영업점 규모도 늘려가고 있는데 서울뿐 아니라 분당과 부산까지 총 8개로 늘었습니다. 일반 영업점과 달리 SNI 지점은 고액자산가들을 직접 발굴하고 고객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SNI의 차별화는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멀티 패밀리오피스 론칭을 주도했던 박경희 전무도 ‘자산관리 시장에서 큰 한 계단을 올라섰다’는 말로 그 의미를 부여한 바 있죠.
앞서 언급했듯 금융자산 30억 원과 1000억 원에 대한 자산관리는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1000억 원 이상 고객은 단순히 주식이나 리츠 투자에 국한할 필요 없이 회사를 인수하거나 건물을 매입하는 방안까지 고민할 수 있는 거죠. 기존에는 기관투자용으로 주로 제공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삼성증권 본사 차원의 자기자본투자(PI)에 참여할 기회를 개인투자자에게도 열어둔 것입니다. 이른바 ‘투자 파트너’ 개념인데, 개인들도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배타적이고 차별화된 기관급 투자가 가능해진 셈이죠. 그동안 프라이빗뎃 펀드를 비롯해 프라이빗에쿼티, 비상장 주식투자도 패밀리오피스 고객과 함께 진행한 바 있습니다.”
투자 금액이 큰 만큼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경우 일반 고객들보다 긴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당장 손실 우려가 크다고 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거죠. 일단 투자금을 집행하게 되면 만기와 듀레이션을 따져봐야 하는데, 만기가 10년 이상 길더라도 단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일반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더욱이 1000억 원대 거액 자산가들의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규모도 함께 불어나는 효과를 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상품에 전체 자산의 10% 이하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지침도 이미 마련돼 있죠.”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SNI와 멀티 패밀리오피스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은 SNI 고객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1000억 원 이상인 고객은 멀티 패밀리오피스로 ‘초대’하는 형태입니다. SNI 고객으로서 받는 PB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추가적인 투자 니즈가 생길 경우 본사의 전문가들이 맞춤형 커미티(committee)를 꾸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해당 고객만을 위한 자산관리 전문 회사, 즉 패밀리오피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네요. 현재 커미티 구성원은 총 32명으로, 삼성증권 본사에서 펀드, 랩, 채권, 신탁 등의 상품 개발은 물론 인수·합병(M&A), 채권 발행, 기업공개(IPO) 분야의 팀장급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는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 대부분이 기업 오너라는 점이 반영됐습니다. 사실 오너 고객들은 개인보다는 회사 자산에 대한 고민이 더 큽니다. 따라서 원활한 기업금융을 위해 투자은행(IB)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상장사일 경우 애널리스트를, 해외 주식에 관심이 많은 경우 글로벌 주식팀장이 커미티에 직접 참여하고 있죠. 무엇보다 일선 현장에 몸담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직접 들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렇다면 고액자산가들을 위해 눈여겨보는 투자처는 무엇인가요.
“올 하반기에는 프라이빗뎃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도 프라이빗뎃과 프라이빗에쿼티인 것 같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유인이 커지고, 투자자들 역시 그때를 대비해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죠. 기업들은 프라이빗뎃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또 고객들은 그로 인해 연 10% 안팎의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들도 있을 텐데.
“부동산 투자 역시 SNI와 멀티 패밀리오피스 커미티에서 대부분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해외 부동산 등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兆) 단위의 투자는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해외에 자회사를 둔 기업의 오너가 저희 쪽에 부동산 매입 의사를 타진했던 전례도 있었죠. 이에 대비해 별도의 부동산 파트너사를 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SNI 부동산 담당직원은 수익성 분석과 전망,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삼성증권은 해외 리얼터(미국 공인부동산중개인)와의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어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SNI 차별화를 위한 추가적으로 염두에 둔 전략이 있으시다면.
“사실 금융상품의 경우 특허 기준이 명확치 않아 차별화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SNI는 프라이빗 마켓에서의 배타적 서비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나갈 예정입니다. 대신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포함해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공동 이벤트를 통해 양사 고객들이 함께 즐기고 서비스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형태죠.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완화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고액자산가 및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지난해 투자 트렌드가 성장주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실적주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저희 역시 배당주와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이동시키고 있는 상황이죠. 또 하반기 대규모의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저희 고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IPO 주관사나 인수단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패밀리오피스에서는 프라이빗뎃과 함께 ESG 투자와 관련해서 상품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자산가들의 경우 ESG가 아닌 ‘임팩트투자’를 통해 상장 전 단계에서 투자를 할 수 있는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임팩트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를 선정해 상품화할 예정입니다.
최근 해외 패밀리오피스 담당자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임팩트투자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수익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ESG 펀드의 경우 항상 그렇지 못했던 게 현실인데, 해당 하우스는 임팩트투자를 통해 그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고객들로서는 투자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결과로 높은 수익률도 올릴 수 있어 만족도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에는 탄소중립 등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그러한 초기 시장의 경우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는 전례가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백혜진 상무는…
옛 동양종합금융과 한국씨티은행에서 1세대 PB로 활동했다. 지난 2003년 삼성증권 입사 후 투자컨설팅팀장, 강남금융센터 도곡 WM센터장,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을 지냈으며, 올해부터 고액자산가 서비스인 삼성증권 SNI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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