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 방송사에서 신년특집 프로그램으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을 방영했다. 그중에서도 음성 데이터 학습으로 재현한 가수 고(故) 김광석의 음성은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이는 2016년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 당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다가왔던 AI와는 다른 차원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AI 기술은 인류의 편이 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AI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AI는 이미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기업 간의 AI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수익성을 제고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필살기로 AI 기술을 활용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에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AI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AI 기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시장을 만들고 있다. AI가 또 하나의 투자 테마로 부상 중인 이유다.

AI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이다.

AI라는 용어는 1956년 처음 등장했으며, 1990년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AI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검색 엔진 등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 즉, ‘머신러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AI의 한 형태인 머신러닝은 시간이 흘러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한 후에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단계를 지나, 자체적으로 배우고 지능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딥러닝’으로 진화했다.

현재 딥러닝은 누구나 AI 스피커, 자율주행자동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해당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기술이다. ARK 인베스트먼트는 딥러닝이 향후 15~20년간 주식시장에서 약 30조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20년 동안 인터넷이 창출한 시장 가치가 약 13조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AI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AI 산업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 잡아라
AI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 범주는
그렇다면 AI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물론 현재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글로벌 초대형 정보기술(IT) 또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다. 그러나 AI 기술은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헬스케어, 에너지, 농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음식료 기업들은 고객들의 구매내역, 선호도를 빅데이터화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다. 의류 업체들은 제품에 전자태그(RFID) 칩을 부착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단기간에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농업에서는 드론으로 촬영한 농경지의 이미지를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병충해에 취약한 곳에 농약을 추가로 살포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metaverse)’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가상세계 속 사람의 모습 구현부터 원활한 의사소통, 사용자의 행동 인지 및 분석까지 AI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AI 기술의 보편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AI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AI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개발자를 양성하고 AI 산업의 진화를 앞당기기 위함이다. 이 덕분에 스타트업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의 AI 분야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상황이다.

둘째, AI의 자기지도학습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차, 음성비서 등 AI 분야의 성장을 주도한 ‘지도학습’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라벨링해야 하는 등 매우 노동집약적인 비효율, 즉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AI가 최소한의 데이터만으로 스스로 규칙을 찾아 분석하는 자기지도학습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AI 훈련 비용을 절감시킨다. 실제 AI 훈련 비용은 매년 37%씩 하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머신러닝 개발 과정 중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는 오토머신러닝(Auto ML)이 부상하고 있다. 오토머신러닝은 쉽게 말하면 직접 코딩하는 AI로, 머신러닝 개발 과정 중 개발자의 개입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최적 알고리즘 선정을 통해 더 나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AI는 SF영화에 나오는 꿈의 기술이 아닌,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활용하고 싶은 영역이 되고 있다.

AI, 미래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
2020년 발표된 딜로이트 컨설팅의 조사 자료(2737개 글로벌 IT 기업 임원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기업의 AI 도입 후 투자 회수 기간이 2년 이내일 것이라고 답했으며, 64%가 AI가 산업에서 상대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기업들은 AI를 통해 투자 후 회수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AI로 인해 2030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14%(15조 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향후 15년 동안 모든 산업의 연간 글로벌 경제성장률 기여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농업, 숙박업, 유틸리티와 같이 현재의 기여도가 평균 이하인 산업들의 성장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 산업에 걸쳐 수많은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산업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 잡아라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AI 산업 확장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AI가 향후 오랜 기간 투자 테마로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AI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미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로보틱스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ETF의 운용 규모는 약 25억 달러이며, 2021년 초 이후 2.8% 수준(2021년 7월 말 기준)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AI 핵심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관련 기업부터 기업 비즈니스모델에 AI를 도입한 기업까지 매우 광범위한 투자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정해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해당 상품의 올해 운용 수익은 약 11.2%(2021년 7월 말 기준)에 이른다.

AI가 전 산업에 걸친 미래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과거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전 세계 경제, 사회, 문화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AI 활용 사례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관련 산업의 성장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IT섹터만의 투자에서 벗어나 투자 유니버스를 확장해 AI 관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 변효정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