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수명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는 데다 은퇴 후 소득이 급감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슬기롭게 보내야 할 은퇴 후 나의 인생, 스마트한 재무 설계로 나머지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정유진 기자
도움 글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신한은행 미래설계 보고서·KB골든라이프센터 등


[빅스토리]슬기로운 은퇴 위한 설계는
예상 은퇴 연령 68.1세, 최소 생활비 월 205만 원

노후 준비에는 ‘3더 원칙’이 있다. ‘더’ 긴 시간, ‘더’ 많은 금액, ‘더’ 높은 수익률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더 많은 금액을 준비해야 하고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를 위한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계속 증가해 2019년 83.3세(남성 80.3세, 여성 86.3세)에 달하게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0년 기준 813만 명으로 전체의 약 15.7%를 차지하고 있다.

다가오는 2067년에는 노인인구가 46.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초고령사회 진입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의 은퇴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을까.

[빅스토리]슬기로운 은퇴 위한 설계는


통계청 ‘가계금융 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주의 예상 은퇴 연령은 68.1세다. 그리고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의 54.8%가 ‘은퇴 준비가 잘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가구가 은퇴 준비의 부족을 호소한 것이다. 또 은퇴 후 최소 한 달 생활비는 205만 원, 적정 생활비는 294만 원이라고 답했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의 은퇴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은퇴 후에는 소득이 급감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활고에 처할 위험마저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의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의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균등화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을 보면 43.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멕시코 24.7%, 라트비아 39%보다도 월등히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8%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연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개인연금 등 적극적인 연금 설계, 더 나아가 연금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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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 성향 따져 자신에게 맞게 선택

펀드를 이용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저축펀드 설정액은 2019년 말 기준 14조5000억 원으로 2014년 6조5000억 원에 비해 지난 6년간 2배가 넘는 규모로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노후 준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신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그에 따른 위험도 상당해 투자 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가장 좋은 펀드는 자신에게 맞는 펀드다. 아무리 높은 수익의 펀드라도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다면 적합한 펀드라고 할 수 없다. 나에게 맞는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투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성향이란 수익 및 투자 위험에 대한 본인의 기대 수준을 말한다. 높은 수익을 위해서라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위험선호형과 수익은 낮더라도 손실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위험회피형인 투자자에게 맞는 연금펀드는 각기 다르다.

진단 결과에 따라 공격투자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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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은 펀드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펀드수익률은 최근 1개월, 3개월 등 짧은 기간의 반짝 수익률이 아니라 3년 이상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장기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중요한 연금펀드의 경우 더욱 그렇다. 3년 이상 연환산 수익률이 목표수익률을 넘어선다면 펀드가 비교지수(BM, 시장지수) 대비 성과가 양호한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A와 B 펀드의 수익률이 10%로 같을 때, A 펀드의 비교지수 수익률이 15%, B 펀드의 비교지수 수익률이 5%라면, A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B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펀드 투자 시 체크리스트를 직접 챙기기 어렵다면, 펀드평가사의 펀드 평가등급을 참고하면 된다. 국내 대표적인 펀드 평가 회사인 제로인, 에프앤가이드, 한국펀드평가에서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펀드 평가등급을 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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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의 밑천이 되는 주택연금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지역의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거나 가격이 낮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을 현금화하는 방법 중에서는 주택연금을 가장 많이 선호한다. 주택연금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매달 연금 방식으로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국가 보증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이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수령하는 대출 상품이지만 주택 소유권을 잃지 않고 평생 거주하면서 종신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출이자도 주택 연금 신청자가 사망한 이후 주택을 처분해 상환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당장 이자부담도 덜 수 있다.

주택연금 이용은 노후자금에서 기본인 ‘안정성’과 ‘지속성’을 겸비한 방법이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에 따르면 주택연금 누적가입자 수는 2009년 2334명에서 2019년 말 기준 7만1034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연금 평균 가입 나이는 72세, 평균주택가격은 2억9700만 원, 평균 월지급금은 101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우대형 주택연금에 신규로 가입하는 신청자는 월 수령액을 일반 주택연금보다 최대 20% 더 지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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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종합저축, 고령자의 must-have item
비과세종합저축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 등의 가입 자격, 5000만 원 납입한도 등의 제한이 있지만 배당 및 이자소득에 세금이 전액 면제되는 가장 강력한 절세 상품이다.

비과세종합저축 예금 및 보험의 경우 만기 또는 중도 해지 시 인출 가능한 반면 비과세종합저축계좌는 만기가 없으며 가입기간 동안 비과세로 운영된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비과세종합저축계좌를 잘 활용하는 것은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에는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된다. 저금리 시대에 세금까지 내고 나면 실질적인 수익률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비과세, 저율과세 등의 절세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과세종합저축은 가입 자격, 납입한도 등에 제한이 있지만 분리과세 등의 감면이 아닌 비과세이기 때문에 다른 절세 상품과 비교해도 혜택이 크다. 예를 들어 동일한 수익이 발생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교해도 세제상으로 더 유리하다.

또한 비과세종합저축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의무 가입기간이 없다. 단 하루라도 가입기간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며 중도해지를 하게 돼도 세제상 불이익이 없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장점이 많기 때문에 고령자라면 비과세종합저축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현재 투자 여유가 없다면 최소 금액만 납입하고 여유가 있을 때 투자금액을 서서히 늘리면 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850만 명이다. 2019년 기준 귀속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는 약 16만 명으로 이들이 모두 65세 이상이라고 가정할 경우 1.9% 수준이다.
비과세종합저축은 고령자의 필수 사항이다. 가입 기한이 또 연장될지 알 수 없지만 가입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단 가입부터 해두는 게 노후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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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등 중도해지 되도록 피해야

개인형퇴직연금(IRP), 연금저축은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아니라 고율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IRP, 연금저축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대신 최소 5년 이상 적립해야 하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연금 수령 시에는 저율의 연금소득세(연령별 3.3~5.5%)가 부과된다. 그러나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고율의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납입기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16.5%보다 적게 받은 경우에는 연금 수령 기간 동안 납부하는 기타소득세를 감안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단,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해지 시에는 저율과세 적용). 그러므로 연금계좌는 중도에 해지하지 않고 끝까지 장기 투자를 한 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BOX
은퇴 포트폴리오 투자, 이렇게 하라
1. 나만의 기준을 정한다

시장의 변동성에 휘둘리느라 급상승 시 추격 매수하거나 급하락 시 패닉 셀링을 하지 않고 균형 있는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 나의 투자 성향, 목표수익률, 투자할 자산의 종류, 선택한 자산별 투자 비중, 리밸런싱 기준 등에 대한 원칙을 정해둔다.

2. 정한 기준에 따라 자산 및 종목을 선택하고 분산투자를 한다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대체자산(금, 부동산 등), 현금성 자산 등 투자 자산 중에서 나의 목표수익률에 적합한 자산을 선택하고 정한 목표 비중에 맞게 자산 배분을 해 분산투자를 실행한다.

3. 움직임이 상반된 자산으로 구성한다
투자의 변동성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는 움직임이 상반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 자산이 올라갈 때 반대로 내려가고, 내려갈 때 반대로 올라가는 식으로 서로 움직임이 상반된 자산에 투자해야 리스크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를 한다면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국채에 함께 투자하는 게 좋다.

4. 정한 주기에 따라 리밸런싱을 실행한다
적절한 리밸런싱(rebalancing: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재조정하는 일) 주기를 미리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실행한다. 자산을 사고팔 때 거래 비용이 발생하므로 리밸런싱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또 배분 주기가 너무 길면 리밸런싱의 효과가 반감된다. 보통 6개월에 한 번, 분기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5. 여윳돈 추가 투입 시와 시장 변동 시 리밸런싱을 한다.
정기적인 리밸런싱 시기가 아니더라도 특정 비율을 넘어가면 리밸런싱을 해준다. 특히 여윳돈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시장에 큰 변동이 오는 경우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여윳돈 투입 시에는 새로 투입하는 여윳돈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더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조금 덜 매수하는 식으로 비중을 조절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한 시장 급변 시에는 목표 비중을 재검토하고 시장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리밸런싱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