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지금의 프롭테크는 굉장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만큼 미지의 시장이고요.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는 프롭테크 시장의 미래를 ‘대박’이라고 표현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미지의 산업이지만,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새로운 시장이다.
[Special]“부동산 계약 온라인화…1인 가구 생태계 구축”
부동산 시장에 혁신의 기운이 몰려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프롭테크(proptech)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1세대 부동산 플랫폼 중 하나인 다방도 프롭테크가 이끄는 혁신의 물결에 몸을 담았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를 직접 만나 프롭테크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스테이션3와 다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다방’이라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9년 정도 서비스를 해왔고요. 주로 원룸과 투룸, 특히 전·월세 쪽을 찾는 고객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20~30대 젊은 층 고객이 저희 서비스를 많이 이용 중입니다. 그 외에도 아파트나 분양과 같은 다양한 주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롭테크가 부동산 시장의 화두인데, 다방도 ‘다방싸인’ 등 프롭테크 서비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비대면으로 부동산 계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다방싸인’을 올해 하반기 도입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에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준비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던 터라 올해 선보이게 됐죠. 우리가 호텔을 예약할 때도 사진만 보고 하룻밤 30만~40만 원의 숙박료를 결제하잖아요. 집 계약도 그렇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어요.

부동산 또한 정보가 잘 제공된다면 충분히 전자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집의 내부와 외관 모습을 가상현실(VR), 3차원(3D) 스캔, 동영상, 도면 등으로 모두 제공할 예정이에요. 하다 못해 주차장이나 쓰레기 처리장까지 다 공개하는 형태가 될 겁니다.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전자계약은 장점이 뚜렷해요. 이용자들이 영구 보관에 가깝게 계약서를 보관할 수가 있죠. 전·월세 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끝날 때면 과거 계약서를 다시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기도 하거든요. 집주인 연락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죠. 전자계약을 통해 임대인과의 소통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덩치 큰 매물도 전자계약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없어요. 인식의 차이일 뿐이죠. 언젠가는 그쪽으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당장 이 시스템을 통해 아파트 계약과 같은 큰 거래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저희가 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우선은 원룸 전·월세 계약처럼 좀 더 작은 거래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고객층에게 맞게 말이죠. 장기적으로 전자계약을 통해 1인 가구에 밀접한 사업을 하고 싶어요. 1인 가구가 이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니즈를 해결해주는 쪽으로 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보안 이슈도 민감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네, 저희가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입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일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암호화해서 진행합니다. 보안 문제 때문에라도 작은 물건들로 조금은 가볍게 시작하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집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계약하냐’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계약의 니즈는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다방싸인은 직접 중개에 참여하는 형태는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가요.
“지금처럼 중개업자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형태는 앞으로도 유지하겠지만, 중개 수익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직접 중개는 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 프롭테크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거든요. 부동산 전자계약이 하나 체결되면 이를 매개로 대출, 보험, 청소, 세탁, 새벽배송까지 사업을 연계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분명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방싸인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을 연계한다는 말씀이신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짜리 집을 계약한다고 가정할게요. 계약이 체결되면 이용자에게 5만 원 정도의 마일리지를 줍니다. 이후 입주를 할 때 저희 플랫폼과 연계된 이사, 청소, 세탁 서비스를 이 마일리지로 할인 받아 이용하는 식이죠. 뿐만 아니라 보험사나 은행과의 연계도 가능합니다. 이용자가 편의 서비스나 대출 서비스를 받으면 저희 회사로도 어느 정도 이익이 공유되는 형태예요. 파트너들이 많아질수록 이용자도 더 편리해지겠죠. 일종의 1인 가구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방싸인에 대한 기존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 사업 계획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중개업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습니다. 힘든 일을 저희가 다 해주거든요.(웃음) 매물이 나오면 직접 방문해 3D 스캔 작업 등을 거친 뒤 광고를 올려주는 방식이라, 저희 쪽에서도 허위매물을 거를 수 있죠. 송금도 온라인으로 하고, 계약서도 온라인에 저장되니 편리하죠. 집주인 얼굴을 한 번도 안 본 상태에서 입주까지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서비스를 관리하는 운영팀과 고객서비스(CS)팀은 존재하겠지만, 희망적으로는 저희가 손을 대지 않아도 잘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럼에도 ‘집을 꼭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당연히 봐야겠죠. 그런데 사진과 관련 정보도 이미 다 있고, 집도 신축이라 깔끔하고, 위치도 이미 알고 있는 경우라면 전자계약으로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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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중개가 아닌 연계 사업만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희도 직접 중개를 검토한 적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직접 중개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내려면 필수적으로 아파트 시장에 들어가야 해요. 원룸 시장은 직접 중개를 한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거든요. 중개비도 10분의 1 수준일 테고요. 더군다나 아파트는 하나의 단지에 똑같은 물건이 모여 있는 형태지만, 원룸은 저마다 형태가 제각각이고 집주인도 모두 다르다는 특성이 있어요. 아파트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원룸과 투룸에 치중된 저희 사업과는 맞지 않았죠. 전국 매물을 다 커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물론 부동산 플랫폼이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바뀌고, 법인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인데요. 공인중개사협회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롭테크 기업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펼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기존 공인중개업자 11만 명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크더라고요. 서로 상생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고, 부동산 산업의 파이를 더 키우는 방향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인 것 같아요. 저희도 이런 부분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접근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최근 프롭테크 기업과 공인중개사협회 간의 갈등이 이슈인데요.
“저희도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부동산 중개사들로부터 ‘이런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뭐냐’는 반발을 받기도 했고요. 특히 매물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임대인 연락처를 수집하다 보니, ‘혹시 다방이 직접 중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해명을 한 적도 있고요.

결국 많은 부분에서 한발 물러서는 게 키포인트인 것 같아요. 당연히 중개 시장에 직접 들어가면 좋죠. 더 나은 퀄리티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도 확실하고요. 시장에서 어떤 부분이 도태되면 또 다른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어요. 아마존이 작은 가게들을 몰아낸 대신에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것처럼요.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일단 상생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도 한발 물러서고, 그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으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고 봐요. 가장 쉬운 답이 정답은 아니니까요.”

프롭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게 다 걸림돌이었죠.(웃음) 이 사업을 준비하는 데 2년도 넘게 걸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바일로 호텔을 예약하는 것처럼 집도 그렇게 계약하도록 만들자는 단순한 취지였어요. 그런데 부동산 계약이다 보니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중개사를 포함한 삼자 계약이라 기존의 전자계약하고는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송금 관련 이슈도 있었죠. 일반적으로 호텔은 한 번 결제하면 끝나지만, 부동산은 미리 계약금을 낸 뒤 중도금을 내고, 잔금까지 치러야 모든 계약 과정이 끝나잖아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테스트해봐야 하는 부분들이 남은 상태이고요. 전자계약서의 진위 여부와 사본 관련 이슈도 있었습니다. 실물 계약서는 종이에 손으로만 써도 효력이 인정되는데요. 전자계약서도 제대로 된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컸습니다.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이 의미하는 바가 큰 만큼, 좀 더 정확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방싸인 외에 계획하고 있는 프롭테크 사업이 있나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빌라나 원룸의 수익성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월세나 전세 관련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임대인들에게 수익성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고요.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을 고민 중입니다. 또 요즘 이슈인 메타버스 관련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저희도 지도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프롭테크 시장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진단하신다면요.
“지금의 프롭테크는 굉장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만큼 미지의 시장이고요. 특정 업체가 유독 뛰어나게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단계도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국내외 프롭테크 서비스가 많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프롭테크라고 하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모델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프롭테크의 미래는 매우 좋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박이죠.(웃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 프롬테크를 통해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자계약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1인 가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원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업체가 되는 게 중기적인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전자계약을 온라인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은행도 인터넷뱅킹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됐잖아요. 부동산도 온라인으로 계약하는 것을 기본으로 만들고, 부동산 자산까지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