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소리는 힐링과 치유의 가장 오래된 형태다. 기원전부터 종교적 행사와 함께 소리와 음악으로 병을 낫게 하는 의식을 함께 거행했다. 그리스와 중국, 동인도, 티베트, 이집트 등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소리 치유는 널리 행해져 왔으며, 고대 아메리카 인디언, 마야인, 그리고 아즈텍인들 역시 음악으로 질병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음악 치료는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 산업화로 인해 정신적 및 육체적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조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1846년 쇼메 박사는 1846년 파리 과학아카데미 논문 발표에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보조적 수단으로서 음악 사용을 강조했다. 20세기에는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음악과 소리 치료의 효능을 입증하고자 했다. 1957년 프랑스의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파리 가톨릭대 음성심리학 교수였던 알프레드 토마티스는 ‘세 가지 듣기 법칙’을 주장, 그 근거로 ‘전자 귀(Electronic Ear)’를 발명해 청각으로 인한 학습 장애뿐만 아니라 자폐증,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적 정신적 질환까지 치료하고자 했다.
1967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철학가, 역사가, 예술가였던 한스 제니가 출간한 <사이매틱스(Cymatics) 1>은 소리의 힐링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획기적인 책이었다. 기체와 고체, 액체에 진동을 가했을 때 다양한 형상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증명했는데, 물질이 소리와 진동에 반응해 아름다운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진동 매트릭스의 일부라는 이론을 전개한 것이다. 그의 이론은 진동의학에 고무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미신으로만 여겨졌던 사운드 테라피의 효과를 대중에게 가시적으로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소리란 1초 동안 움직이는 진동수로, 공기의 파동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다. 소리를 만들려면 음원의 운동인 진동이 필요하다. 또한 이 진동이 연속돼야 한다. 순간적으로 한 번만 움직인 진동은 크게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소리가 되지는 못한다. 1초 동안 진동하는 파동의 횟수를 ‘진동수’라고 하는데, 단위는 헤르츠(Hz)를 사용한다. 보통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20~2만 Hz 사이라고.
소리 힐링의 시작은 모든 물질이 고유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체 또한 진동체이며, 다양한 진동수에 반응하는 능력을 지닌 ‘소리 공명기’다. 여기서 공명이란 진동이 파장을 통해 다른 물체와 유사한 진동을 일으키는 작용으로, 두 물체가 동일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면 쉽게 동조되며 그 진동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진동에 반응하는 우리의 몸도 외부에서 가해지는 진동, 즉 소리에 의해 개선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앞서 말했던 ASMR에 자주 활용되는 자연의 소리, 뉴에이지 음악, 불경과 같은 소리들은 물론 싱잉볼을 비롯해 다양한 힐링 악기들은 공명 작용에 의해 우리의 몸과 정신을 이롭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소리 힐링 도구들
싱잉볼 테라피는 소리로 힐링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 중 하나이자, 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인도와 네팔, 티베트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던 오랜 역사를 지닌 치유법이다. 싱잉볼(Singing bowl)은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 그대로 금, 은, 철, 수은, 주석, 구리, 납의 일곱 가지 금속으로 만든 합금 소재의 사발처럼 생긴 명상 도구다.
밥그릇만 한 사이즈부터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큰 사이즈까지 다양한 싱잉볼이 존재하며, 각각의 용도와 효과 또한 천차만별이다. 해머와 스틱을 사용해 싱잉볼을 두르리거나 문지르면 진동이 발생하고 인체와 공명하면서 스트레스 조절이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뇌가 알파(α)파와 세타(θ)파를 발산하는 것을 도와 명상 상태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픈 부위에 싱잉볼을 올려놓고 연주하면 통증이 완화되고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도 있다.
싱잉볼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편이지만, 지난해 tvN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에서 배우 정유미가 크리스털 싱잉볼을 소개한 이후로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크리스털 싱잉볼의 청아한 소리와 정유미가 배앓이를 자주하는 배우 최우식의 배 위에 싱잉볼을 올려놓고 두드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정통 티베트 싱잉볼 테라피를 가르치고,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김현주 SHS국제치유싱잉볼협회 장도 싱잉볼이 방송을 탄 뒤, 싱잉볼에 대한 문의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방송 이후 싱잉볼은 더 접근하기 쉬워졌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싱잉볼로도 어느 정도의 치유효과가 있지만 각기 다른 용도와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효과를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 회장의 조언이다.
싱잉볼과 함께 널리 사용되는 것이 ‘띵샤(Tingsha)’라는 티베트 악기다. 캐스터네츠 혹은 심벌즈처럼 양손으로 잡고 부딪혀 소리를 내는데, 그 섬세한 울림과 파장이 의식을 각성하고 주변을 환기시키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명상이나 요가 수행을 할 때 시작과 끝을 알리거나 중간 중간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는 데 활용된다.
음계가 있는 힐링 악기도 존재한다. 스틸 텅 드럼(Steel Tongue Drum)은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내 막대기로 두드리는 아프리카의 슬릿 드럼(Slit Drum)에서 유래했다. 음계를 내는 건반 부분이 혀(tongue)처럼 생겨서 그 이름이 붙었으며, 2007년 악기 제작자인 데니스 하브레나가 프로판 가스통에 혀 모양의 절개선을 넣고 두드려 연주한 것이 스틸 텅 드럼의 시초다. 복잡하지 않은 연주법과 부드럽고 신비로운 음색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가 있으며, 명상과 요가 시에도 많이 활용된다.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인 라멜로폰(Lamellophone)의 특성을 반영한 칼림바(Kalimba) 또한 힐링 악기로 손꼽힌다. 나무판 위에 음높이가 다른 금속 건반 여러 개를 브이(V) 형태로 배열한 악기로, 건반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소리를 낸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휴대가 간편해 ‘엄지 피아노’ 혹은 ‘손가락 하프’라고도 불린다. 깨끗하고 맑은 음색이 특징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많이 찾는다.
스틸 텅 드럼과 칼림바가 국내에 알려진 지는 3~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명 ‘집콕 악기’로 각광받고 있다고 이현정 한국감성예술교육연구소 대표는 언급한다. 심지어 취미 악기로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의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중의 관심에 비례해 학교와 각 교육기관에서 빠른 속도로 강의가 개설되고 있고, 수강생들의 개인적인 강의 의뢰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악기를 배울 때 크기나 건반의 개수, 사용된 재료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가격이 비싼 악기가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악기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올바르게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THE GOODS
집에서도 손쉽게 소리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명상 악기들. THE PLACE
내면을 울리는 소리 명상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 러브 미 위드 싱잉볼
‘도심에서 즐기는 프라이빗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가져다준다. 제일 먼저 시작하는 싱잉볼 클래스는 전문 강사와 함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도산공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공간에서 흐트러진 마음의 혼탁함을 비워내는 과정을 거쳐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다. 뒤이어 플래그십스토어 루프톱에서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프로필 촬영과 한방을 융합해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릴렉스 힐링 스파를 경험하면 된다. 프로그램을 마치면 설화수 윤조에센스 30ml를 증정하며, 설화수 티와 함께하는 다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테이크아웃으로만 진행한다. 매주 목·일요일만, 설화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시간 2시간 30분 가격 20만5000원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8,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더 사운드 배쓰
도시의 소음과 혼란 속에서 벗어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너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명상 트리트먼트. 소리굽쇠와 싱잉볼 등이 선사하는 깊은 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또한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은 티베트 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해 명상에 안성맞춤인 선율이 특징이며, 후반부로 갈수록 크고 웅장하게 표현된다. 독소 배출과 림프 순환을 돕는 비건 이어 캔들이 타들어가는 소리 또한 진정 효과가 뛰어나다. 호호바 오일과 콜드 스톤, 핫 스톤으로 이뤄지는 얼굴과 두피 마사지는 감각을 맑고 선명하게 일깨운다. ‘더 사운드 배스’라는 이름 그대로, 소리로 입욕을 즐긴 것처럼 가벼워진 몸과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 60분 가격 15만 원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868, 러쉬 스파 압구정점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42길 10, 러쉬 스파 경리단길점 음악 테라피 명상
2013년 개관한 뮤지엄산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으로 대변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이다. 2019년 오픈한 명상관 또한 안도 다다오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132㎡ 면적의 돔 형태의 건축물로, 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천창을 통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싱잉볼 연주를 들으며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음악 테라피 명상(싱잉볼 침묵 명상) 외에도 이완명상을 통해 피로와 스트레스를 비워내는 쉼 명상, 자신의 목소리를 몸 안으로 돌려 집중하는 보이스 힐링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당일 웰컴센터에서 별도 입장권과 함께 원하는 프로그램 시간을 예약한 뒤 입장 가능하다.
시간 40분 가격 3만2000원(명상권 구입 시)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 산
글 이동찬 기자 cks88@hankyung.com
참고 도서 <오감 멀티 테라피>(장석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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