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장 인터뷰

최근 1년 새 동학개미운동, 기업공개(IPO) 청약 광풍이 몰아치면서 장외주식투자 시장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자산가들이 유독 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장을 만나 질문의 실마리를 엿들어봤다.
[big story]부자 꿈꾸는 MZ세대, 장외주식에 꽂힌 이유는
이른바 개인투자자 ‘큰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핵심은 단연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다. 이들은 그야말로 요즘 ‘투자’에 꽂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다)’족의 행복한 소비에 열광했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등에 생존 위기를 느끼면서 흐름이 재편됐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주식투자에 입문해 ‘동학개미’ 운동 붐을 이끌었고, 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기성세대가 부동산이나 주식, 금 등에 투자한다면 MZ세대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화폐, 그림, 게임 등 투자 대상이 훨씬 다양하다.

이 중 2030세대 개인투자자들이 유독 주목하는 시장중 하나가 바로 ‘장외주식’ 시장이다. 장외주식이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으로 증권시장 밖인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의미한다. 장외주식은 상장 요건을 못 채웠거나, 요건을 채웠으나 준비 중인 경우가 보통이다. 무엇보다 장외주식은 환금성이 낮지만, 투자에 성공하면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투자 종목이 상장하면 상장 프리미엄이 있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민간 비상장 장외시장 외 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인 K-OTC 시장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말 17조 원대에 머물렀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20조 원대를 넘어섰다. 10조 원대였던 2016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무려 2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비상장주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배경은 IPO 시장 활황의 영향이다.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우량주를 미리 선점하기 위한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술력을 앞세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의 연이은 등장은 ‘비상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한 몫을 했다. 실제로 비상장주식 거래는 대개 제도권 밖에서 개인 간 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자칫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최근 규제특례를 받은 모바일 거래 플랫폼들이 대거 출시돼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장외주식 하면 막연히 ‘위험하다’고 짐짓 우려하는 이들에게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장은 장외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와 노하우를 적극 피력해왔다. 소 소장은 과거 드림투자연구소장, 퀸즈소프트 대표이사, 피스탁(Pstock)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대한민국 장외주식투자 1세대 인물이다.

그가 투자한 장외주식 종목들은 강원랜드, 안철수연구소,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 아미코젠, 크래프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있다. 그는 “공부와 시간이 필요할 뿐 장외주식이야말로 비교할 수 없는 큰 수익을 돌려주는 투자”라고 확신한다. 그가 전하는 장외주식투자의 매력과 투자 노하우, 주의점 등을 정리해봤다.

소장님은 23년간 장외주식에 투자하셨는데 장점과 단점을 꼽아보신다면요.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상승 탄력이 높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거래소와 코스닥 등 제도권 시장에서는 2~4배 상승률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통상 지수포인트가 3000~1만 포인트 이상이 돼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에 비해 비상장주식은 종목을 잘만 선택하면 10배, 20배, 심지어 100배까지도 오를 수 있는 상승 탄력성을 갖고 있죠. 반대로 단점을 꼽자면 거래소 코스닥처럼 정리 매매 절차가 없다 보니 회사가 부도나면 바로 휴지가 될 수도 있을 만큼 하이 리스크 인 면이 있어요. 또한 개인 간 거래이다 보니 거래상 사기나 가격 거품의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젊은 투자자들에게 장외주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소위 요즘 MZ세대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벼락거지’란 표현입니다. 재테크 없이 그저 충실하게 일하고, 저축만 해서는 자칫 자기 혼자만 거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안타깝지만 국가적 환경이 만들어낸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의 열망이 주식, 그리고 더 나아가 가상자산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실제로 2030세대 사이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국가적 제재가 강화되고, 워낙 리스크가 큰 분야이다 보니 그것보다는 안전하되, 수익률이 높은 장외주식시장에 젊은 세대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올해 연이어 공모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개인들의 공모주 열풍이 거세졌죠. 공모주 열풍이 치열해지면서 그보다는 경쟁률이 좀 낮은 곳인 장외주식에 투자 바람이 이어진 거죠.”
[big story]부자 꿈꾸는 MZ세대, 장외주식에 꽂힌 이유는
특히, 2030세대 큰손들도 장외주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네, 실제로도 2030세대들의 장외주식투자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소위 말하는 젊은 빅리치들의 자금력이 커지고 있어요. 소비 패턴만 봐도 그렇습니다. 요즘 샤넬, 롤렉스 등 초고가 명품 시장의 큰손은 단연 2030세대입니다. 관련 매장만 가봐도 줄을 서 있을 정도고, 때론 물건이 없어서 웃돈을 주고 중고로 사기도 하는 상황이죠. 이 젊은 빅리치들 상당수는 신(新)금융 부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요. 바로, 가상자산이나 주식을 통해서죠. 코로나19 이후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이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이들의 특징은 기성세대에 비해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게 정보를 취득한다는 점이에요. 그 강점을 발판으로 장외주식에 눈을 돌린 거죠. 이들 중에는 5억~10억 원까지 한번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는 개미가 아니라 장을 주도할 만큼 큰 세력이 됐습니다.”

아직도 장외주식 하면 낯설고, 진입장벽이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장외주식은 주로 어떻게 운용되고, 개인투자자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인가요.
“장외주식은 간단히 말해서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비상장주식 거래를 통칭하죠. 미국은 나스닥, 일본은 점두 시장, 그리고 한국은 K-OTC가 거래소 역할을 해왔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지 않으니 일반 개인이 접근하기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것도 사실이죠. 우선, 이 시장 주식거래 주체는 기관입니다. 기관이 일반 기업의 초창기 투자를 하잖아요. 이때 기관들은 조합원들의 돈이나 연금을 통해 운용을 하죠. 기관은 상장 전 만기가 도래되는 비상장주식들을 시장에 유통시키게 되는데 그 역할을 중기업체에 넘기고, 중기업체는 또다시 장외주식거래 플랫폼을 통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38커뮤니케이션, 피스탁 등이 대표적인 사설 장외투자 시장이었죠.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장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관련 거래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고 있어요. 삼성증권이 두나무와 손잡고 2019년 11월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론칭했고 신한금융투자는 피에스엑스(PSX)와 협업해 지난해 12월 ‘서울거래소 비상장’을 선보였죠. 이제는 제도권에서도 장외주식을 엄연한 거래의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죠. 그 과정에서 그저 어렵고, 위험하다는 장외주식투자가 이제는 누구나 공부하면 쉽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장외주식은 안전한 투자처인가요. 장외주식이 보통주식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싼 건 단기적 투자를 하는 경우죠. 장외주식들 중 상장을 바로 앞둔 기업들은 비쌉니다. 주식과 마찬가지죠. 장외주식은 당장의 공모 이슈와 같은 단기적인 관점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지만, 적어도 3년 정도의 긴 기간을 보고 여유 있게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장외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첫째는 기관이 투자한 회사에 투자할 것, 둘째는 상장 주관사 선정 전에 투자할 것, 셋째는 상장 심사 통과 전에 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는 이미 기대감이 반영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장외주식은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큰 수익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2030세대가 이 시장에 더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2030세대는 대개 투자 자본이 많지 않습니다. 당장 가진 돈이 많지 않은데 큰 수익을 내려면 빚을 내어 투자 자본을 불리는 수밖에 없는데 장외주식은 꼭 ‘영끌’을 하지 않아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장은 길게 볼수록 투자수익이 높습니다. 기성세대에 비해 2030세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죠.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할 수 있고, 실패해도 만회할 여력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알 수 있는 세대라는 겁니다. 유망한 장외주식 종목들 중에는 게임, 온라인 플랫폼, 인공지능(AI), 자율주행과 같이 기술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산업들이 많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먼저 찾아내는 눈은 당연히 2030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장외주식 섹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플랫폼 시대를 상당히 앞당겼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관련 기업들이 연초 대비 주가가 50% 이상 상승했죠. MZ세대 역시 이 시대적 흐름에 맞게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선호합니다. 그중 제가 요즘 주목하는 비상장주식 섹터 중 하나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토스의 경쟁력은 간단하다는 거죠. 원스톱으로 은행 업무는 물론 보험, 증권까지 토스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1020세대 사이 금융 플랫폼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로 요즘 1020세대들은 패션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동시에 편리한 구매 방식과 합리적인 가격, 자기 개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에 열광하죠. 그 점에서 무신사와 지그재그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고평가됐다고 보시는 영역이 있다면요.
“일부 인터넷뱅킹 주식에 대해 우려감이 있긴 합니다. 물론 향후 빅테크, 핀테크 시대는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너무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느낌이에요. 가령, 카카오뱅크가 그렇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아직까지 매출의 95%가 은행 업무에서 나와요. 그 외 금융서비스 매출은 2% 정도죠. 그런데 마치 이 회사가 토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실상은 좀 다르죠. 카뱅보다 영업이익이 10배 높은 KB금융의 시가총액은 그 절반이 된다는 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기업을 평가할 때 향후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그 근간에는 매출액이 꼭 담보돼야 합니다. 그 점에서 단기간 내 급격히 오른 비상장주식 케이뱅크 투자 시에도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든 투자에는 공부가 뒤따라야 하죠. 특히 장외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공부하고, 대비해야 하나요.
“저는 장외주식투자자를 택시기사로 표현하곤 해요. 자신이 택시기사인데 길을 모르고 무조건 길 위를 달린다고 생각해보세요. 낭패겠죠. 장외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예요. 철저히 준비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돼버려요. 실제로 현재 국내 비상장주식으로 나온 게 5000여 개인데 실제 거래는 50개 수준이고, 그중에 상장에 성공하는 건 1년에 채 몇 개 되지 않아요. 따라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해요. 장외주식 관련 서적을 읽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주식처럼 시뮬레이션 모의투자를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비상장주식은 매매 주체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가격 비교는 필수랍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물론이고, 앞으로 성장성, 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