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은 어떤 투자에 주목할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올 상반기까지 역동적인 시장을 경험했지만 하반기는 자산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오히려 기대수익률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으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big story] 자산가들이 주목한 하반기 투자 트렌드 5
# 증권사 대표인 A씨는 3년 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해 1억 원 규모의 달러 자산을 사들였다.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달러 자산을 추가로 매입했다. 달러 자산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정성 확보와 위험관리 차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향후 달러 강세 전망으로 달러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자산 배분 차원에서 달러 비중을 좀 더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 60대 자산가 B씨. 애플, 구글, 테슬라 등 해외 주식으로 지난해 크게 수익을 내고 최근엔 한국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민감주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목받기 시작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테마펀드에도 투자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있어 자산 배분 차원에서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냈다.
[big story] 자산가들이 주목한 하반기 투자 트렌드 5
하반기에 자산가들이 주목하는 투자 상품에는 뭐가 있을까.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이 꼽은 상품들은 유동성을 조이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위험관리를 토대로 한 안정적인 수익률에 초점이 맞춰졌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격언에 맞게 투자에 대해선 경계와 관망하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자산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역동적인 시장을 경험했던 만큼 하반기 기대수익률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투자 성향 역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는 셈이다.

자산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시화에 따른 긴축 시그널, 중국 경기 둔화 조짐, 금리 상승기,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 등 국내 경제를 압박하는 대내외 변수들을 고려하면서 올 하반기 위험관리와 수익률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시중은행 PB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는 일시적으로 회복세가 약화된 후 확장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실적 개선세로 주식시장도 우상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산가들도 이러한 시장 전망을 토대로 투자 시장을 관망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국내 5곳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PB센터에서 꼽은 하반기 자산가들이 주목하는 베스트 5 투자 상품이다.
[big story] 자산가들이 주목한 하반기 투자 트렌드 5
1. 달러 자산
달러 자산은 자산가들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투자 상품으로 지목된다.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어떤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흔들리지 않으며 위기에 강하다는 점에서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투자 상품이다. 달러에 투자하려면 달러 실물, 달러 예금, 달러 ETF, 달러 리츠,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 보험, 역외 펀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미국 주식 매매 등을 활용해 달러에 투자할 수 있다.

달러 자산 투자는 단기 환차익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정성 확보와 위험관리 차원에서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최근 미국발 긴축 본격화에 대한 우려와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 표시 자산을 통한 주식과 채권 투자를 원하는 자산가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고액자산가들이 대체로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절세 니즈가 강하다는 점에서 달러 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서 달러 매수를 꾸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2. 해외 주식 및 선진국 주식형 펀드
자산가들은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적기는 지났지만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기업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위험자산은 매력적인 투자 환경으로 인식된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로 분류되며 분리과세가 가능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 요인으로 부각된다. 그럼에도 해외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가운데 신흥국 시장에 대해서는 투자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성장의 발목이 잡히고 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자본 유출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고 고려 요인이다.

반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미국 지수가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신흥시장 대비 변동성이 낮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우량 대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이나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PB팀장은 “자산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3. 테마형 ETF
자산가들은 주식 포트폴리오에 테마형 ETF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중장기 투자에 익숙하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친환경 테마 등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성장주와 글로벌 소비재를 테마로 압축 투자하는 ETF로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6개월간 테크·에너지·헬스케어·금융·소비재 ETF에서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진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작용했다. 테크 섹터 주식 ETF는 지난 1분기에 고평가 논란으로 자금 유입이 다소 줄었지만 올 3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의 자금 유입 규모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지난해 큰 관심을 받았던 커뮤니케이션 섹터 주식 ETF는 고평가 부담으로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ESG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주식뿐 아니라 신흥국과 전 세계에 투자하는 ESG ETF로는 자금 유입이 늘었다. ESG ETF와 관련해선 클린에너지, 수자원, 기후변화 등 테마펀드 형식으로 신규 펀드 설정이 늘었다. 이외에도 2차전지 ETF를 비롯해 전기차 ETF, 미국 가치주, 다우존스리츠 등 지수 대비 수익률을 웃돌며 성과를 내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TF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모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는 펀드보다 ETF 형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big story] 자산가들이 주목한 하반기 투자 트렌드 5
4. 단기성 투자(공모주 & 인컴 상품)
코스피 지수가 올 초에 고점을 찍고 박스권에 진입하면서 자산가들도 단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로 공모주나 인컴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의 첫 스타트를 끊었던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등 대어급들이 잇따라 상장에 성공하면서 공모주 투자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공모주는 공모 이후 빠른 자금 회수와 주가의 상승세로 단기 투자 상품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금리상승기에 맞춰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의 인컴 상품도 자산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컴자산은 금리 상승에 맞춰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3~6개월 단기 예금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산 증식을 위한 목적이거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고려할 경우 현금성 자산보다 인컴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리츠와 고배당주, 하이일드채권 등 주요 인컴자산은 여전히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5. 변액저축보험
자산가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고수익보다 위험관리 수익률 방어에 초점을 맞춘 상품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절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액저축보험은 상품 내 펀드 변경이 용이하고 과세이연과 함께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과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부각된다. 중도인출과 추가납부 수수료가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서도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김성희 NH농협은행 NHAII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채권형 상품을 위주로 많이 운용했지만, 이후에는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주식 편입 비중을 30% 정도 담아가는 글로벌 자산 배분형 상품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글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