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부동산 게임
‘집값 고점이냐, 아직 상승장이냐.’
현재 대한민국은 집값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생존경쟁을 펼치는 것처럼 최후의 승자를 노리며 극심한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죠. 한국은행이나 주요 경제부처의 부동산 거품 경고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부동산 게임’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집값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사상 최장기의 저금리와 유동성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기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었다며,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반면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의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죠. 더구나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부채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진단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는 18%나 올랐습니다. 지난 8월 기준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서울 8억7000만 원(아파트 11억8000만 원), 수도권 6억2000만 원(아파트 7억4000만 원)입니다. 또 국내 가계부채 현황을 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80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22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완화적인 금융정책으로 인해 대출이 급증하고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 불균형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2.2%까지 하락하고,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입니다.
주택 시장에는 이른바 ‘10년 위기설’이라는 게 전해집니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택 시장이 고점 대비 20~30% 시세가 급락했던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물론 ‘10년 위기설’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줄곧 대세 상승을 보이며 꺾이지 않고 치솟는 집값을 봤을 때는 더욱 상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2007년 말의 경우 상당수 언론들은 오히려 집값 급등을 우려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죠.
한경 머니는 11월호 빅 스토리로 ‘대출절벽기 부동산 투자 2.0’을 다뤘습니다. 금리 인상, 대출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냉철히 분석하고, 부동산 투자를 복불복 게임이 아닌 자산관리 차원에서 향후 방향성을 점검해보기 위해서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고(go)’와 ‘스톱(stop)’으로만 이뤄진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주택은 평생 일궈온 마지막 삶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