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강연을 할 때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웃으며 할 때가 있다. 다양한 대답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팔순은 넘어야 섭섭하지 않을지 모른다. 실제 90세 넘어 사시는 분들도 주변에 적지 않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어르신’이란 말은 좋은 말인데 요즘 잘 쓰지 않으려고 한다. 웃지 못할 민원이 한 병원에서 발생했는데 젊은 인턴 선생이 60대 남자 분께 어르신이라 했더니 그분이 기분 나빠 민원을 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아는 선배가 지하철에서 “아버님, 여기 앉으세요”라는 이야기에 영 기분이 별로였다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지는 않지만 잘 관리하면 상대적인 동안과 성공적인 노화를 이룰 수 있다. 성공적인 노화의 핵심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의 변화인데, 이 부분이 새해의 주요한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공적인 노화에 있어 가장 걱정스러운 병이 치매다. 치매 관련 통계를 보면 어르신 10명 중 한 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고 수년 안에 환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치매는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다 보니 관련한 법적 다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상속자인 자녀가 피상속자인 부모가 치매가 의심된다며 성년후견인 신청을 해 정상이라 주장하는 부모와 법적 다툼을 하거나, 치매에 걸린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후견인 선정을 놓고 가족끼리 소송을 하는 씁쓸한 상황을 보게 된다.

최근에는 상속 관련 유언장을 작성할 때 인지 기능이 정상이란 소견을 첨부하기 위해 건망증이 없는데도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유언장을 작성하려 하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치매 발병 시 자녀들이 자신의 결정을 치매에 의한 것으로 돌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치매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넘어 법적 소송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치매가 가져오는 큰 부담은 간병하는 가족이 겪는 스트레스다. 간병하는 가족의 60%가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보이고, 진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우도 4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동생이 제 눈에 부모님 모시는 것을 싫어하는 기운이 가득하다고 하네요”라는 말을 하며 열심히 치매 부모를 간병한 자녀가 눈물을 흘린다. 사람의 공감 능력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효심이 가득해도 간병에만 몰두하면 마음에 번아웃이 찾아올 수 있고, 번아웃 된 마음은 공감에너지가 고갈돼 짜증, 분노, 우울 같은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열심히 간병하느라 고생하고 그러다 지친 마음에 못된 생각이 드니 죄송스러운 마음에 한 번 더 내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그래서 간병을 주로 맡고 있는 가족에게 혼자서 다하다 지치지 말고 꼭 주변 가족과 나누어서 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잘 간병하기 위해서라도 원래 하던 즐거운 활동을 지속하라고 조언한다. 최고의 간병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픈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간병인이 고갈되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치매 백신이나 완치 약물이 없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치매 발병 위험도를 상당히 떨어트릴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대표적인 치매 예방 3종 세트를 소개한다. 우울증 예방, 사회적 고립감 떨쳐내기, 운동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더 우울하고, 더 고립되고, 더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힘을 내보자. 몸을 움직여주고 비대면이라도 따뜻한 소통을 하다 보면 우울증에 대한 저항력도 함께 강해진다.

운동, 뇌를 위한 최고의 항노화 보약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


뇌(腦) 건강 관련 강좌를 할 때면 무엇을 먹어야 치매 예방이 되는지 질문을 받는다. 정답은 ‘그만 먹고 운동해야 한다’다. 젊은 뇌를 유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규칙적인 운동파다. 운동은 혈관, 심장은 물론 뇌를 위한 최고의 항노화 보약이고 항우울 활동이다.

‘작심삼일’을 극복하고 새해 건강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건강 행동 실천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행동 변화에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자기효능감(自己效能感, self-efficacy)이 있다. 계획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뜻하는데, 이를 튼튼히 하는 데 ‘첫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 ‘새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겠어’와 같은 강한 계획이 성공적일 것 같지만 화끈한 계획은 목표가 높아 오히려 실패를 경험하기 쉽다. ‘일주일에 단 하루 10분이라도 걷겠다’와 같은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계획으로 시작해 성공 경험을 쌓아 가면서 조금씩 목표치를 올려주는 것이 좋다.

성공 경험은 변화에 대한 동기를 강화해 더 높은 목표를 쉽게 실천하게끔 한다. 지속적인 칭찬도 동기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몰래 운동을 열심히 해 몸짱을 만들어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겠다는 생각보단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내 새해 건강 계획을 소문내 칭찬을 부탁하는 것이 더 좋다. 예를 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운동을 실천한 사진을 올리면 밀물처럼 ‘멋져요’란 메시지가 들어오도록 칭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이 숙제가 아닌 즐거움이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면 숙제가 된다. 운동 자체가 삶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자연과 내가 호흡하는 활동은 상당한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삶의 구성요소다. 그 활동을 즐기다 보니 마음의 긴장도 이완되고 몸의 움직임도 늘어나 자연스럽게 건강이 찾아오는 것이 맞는 순서다.

걷기 운동을 즐겼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이다. “무엇보다 걷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날마다 나는 나 자신을 행복 속으로 바래다주고, 모든 아픔에서 걸어 나온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