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은 중국 인구, 경제 복병될까
“중국 인구가 2021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의 2021년 출생아동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000만 명인데, 2021년 사망자 수는 1000만 명 이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 이사회 의장이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인 량젠장(梁建章) 회장의 전망이다.

량젠장 회장은 중국의 인구경제학자로서 국가 인구구조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이자 성공한 기업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량 회장은 트립닷컴 그룹을 공동 창업했고,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중국 경제와 인구구조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량 회장은 2012년 저서 <중국인이 너무 많다고?>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2018년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핵심 이유는 고령화”라며 “노동력이 고령화돼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고 창업이 줄어 과거 워크맨,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혁신을 내놓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량 회장의 전망대로라면 중국에선 2021년 인구 곡선에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2020년 출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8%나 하락했다. 1961년 대약진 운동이 초래한 대기근 이후 최저치다. 사망자 수는 2019년 998만 명에서 2020년 1036만 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인구의 자연증가율은 1.45%에 그쳤다.

중국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등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도 2020년 출생률이 4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간한 ‘통계연감 2021년’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출생률은 8.52명을 기록했다. 이는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출생률로, 10명을 밑돈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0년 출생률이 공산당 창당 이래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출생률은 2017년 12.43명을 기록한 이후 2018년(10.94명)과 2019년(10.48명) 10명대를 기록하다가 2020년 8명대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만 낳도록 해 온 산아제한정책을 완화해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고, 2021년에는 세 자녀까지 가질 수 있도록 했지만 신생아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전역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중국 31개 성 가운데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허난성의 경우 2021년 1∼9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줄면서 5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의 2021년 1∼10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중국에서 아홉 번째로 인구가 많은 안후이성의 2020년 출생아 수는 4년 전보다 46%나 줄었다. 안후이성의 2021년 출생아 수는 53만 명으로 전망되는데, 2020년에 비해 18%나 줄어든 수치다.

안후이성 츠저우시의 경우 2021년 1~10월까지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나 줄었다. 중국의 재야 인구학자인 허야푸 박사는 2021년 출생 인구가 2020년보다 13~20% 감소한 950만~1050만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치 상단을 기록한다고 해도 1994년 2100만 명의 절반수준이다.

류제화 베이징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은 “줄어드는 추세인 출생 인구가 2020년 1200만 명에서 올해 1000만 명 미만일 경우 총 인구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202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년 전 1.7명에서 1.3명으로 낮아졌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1.66명) 이후 1.59명을 기록한 1999년을 제외하고 1.6명대를 줄곧 유지해 왔지만 2020년 1.3명을 기록하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저출산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중국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교육 금지 조치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가 7월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을 대폭 줄이도록 했다. 그 내용을 보면 의무교육 단계인 학생들에게 예체능 이외에 국어(중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기존의 사교육 업체는 모두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사교육 업체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과 광고 등을 금지하고, 상장기업들과 외국인들의 사교육 업체에 대한 투자도 금지했다.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교 교과와 관련된 모든 사교육이 금지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강도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이유는 사교육이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부담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출생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또 ‘인구의 장기적 균형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출산정책 최적화에 관한 결정’이라는 문건을 발표하고 기존 산아제한정책 위반 가정에 부과하던 벌금인 ‘사회양육비’ 등 모든 처벌 규정을 철폐했다. 이와 함께 출산휴가와 양육보험 제도를 개선해 셋째를 낳은 산모의 경우 98일의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3세 유아를 책임질 유아원을 지원하며, 방과 후 문화 및 체육 활동 등을 마련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 등 각종 육아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정점 찍은 중국 인구, 경제 복병될까
중국, 출산장려정책에도 출산율 저조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출산율 저하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광둥성을 비롯해 지방 정부들도 출산장려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광둥성 정부는 만 3세 이내 자녀를 둔 부모에 매년 10일씩 육아휴직을 주기로 했다. 또 법적 출산휴가(98일) 이외에 추가로 산모에 출산 포상휴가를 80일간, 배우자에게 출산휴가를 15일간 각각 제공하기로 했다. 베이징시 정부도 추가로 산모에게 출산 포상휴가를 60일간, 배우자에게 15일간의 돌봄휴가를 각각 주기로 했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자녀 1명당 연간 5일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자녀 가정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장시성과 칭하이성 정부도 추가로 산모에게 출산 포상휴가를 90일간 제공하고 법정휴가를 포함해 모두 188일의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저장성 정부는 첫째 아이의 경우 60일, 둘째 이상은 90일의 출산 포상휴가를 제공하고, 허베이성 정부는 둘째까지는 60일, 셋째 아이부터는 90일의 출산 포상휴가를 주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젊은 층은 대부분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해도 한 자녀만을 갖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만혼,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족 등이 많아지면서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신고 건수가 814만3300건으로 2019년 대비 113만 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811만4000건을 기록한 이후로 최저치다. 게다가 젊은 층은 결혼을 해도 임신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구통계학자인 황원정 중국 세계화센터 연구원은 “과거엔 도시 지역 출산이 줄어도 비도시 지역의 출산율이 이를 상쇄했는데, 이제는 중국 농촌에서조차 출산 의향이 한국, 일본보다도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구와 발전 연구센터 연구진은 “젊은 층이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도적으로 임신을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콘돔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해 큰 폭의 성장세를 걷던 중국 결혼 관련 산업은 지난 2019년 2조1120억 위안(390조 원)에서 2020년 1조4148억 위안으로 대폭 감소했고, 코로나19 감염세가 누그러진 올해도 1조6978억 위안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연간 콘돔 생산량은 1995년 10억 개에서 2020년 100억 개 이상으로 크게 확대됐다. 육아 관련 산업도 크게 쇠퇴하고 있다. 심지어 2025년에는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가 영유아 기저귀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에서 14% 미만의 사회를 고령화사회, 14% 이상에서 20% 미만을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9년 말 기준 전체의 12.57%로 1억7000만 명이나 된다.

고령화와 저출산, 경제 성장에 ‘복병’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2.6%에 달한 시점은 2015년,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90년과 1992년이었다. 이 시점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가 2만7000달러, 미국이 2만4000달러, 일본이 3만 달러였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19년 1만276달러를, 2020년 1만504달러를 각각 기록했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중국의 2021년과 2022년에도 1인당 GDP가 1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내년에 고령화사회를 건너뛰고 고령사회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각국은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이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한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노인 복지 예산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부(富)를 축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1인당 GDP 1만 달러 수준에서 노인 복지 예산을 재정적으로 감당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2035년에 1인당 GDP를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때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인 복지 예산이 필요하다.

인구의 고령화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중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청년층의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할 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 근로연령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노인은 17.8명이다.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6명이 있어야 한다.

국제 경제기관들은 대부분 중국이 이르면 2028년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33년부터 미국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2035~2040년 중국의 노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미국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젊은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성장률은 올라가고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20~64세 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은 2050년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폭탄’이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려는 야심에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고령화와 저출산이 ‘강 건너 불’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2020년 합계 출산율은 0.837명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