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 ‘솔라시도’는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다. 이 도시에 있는 차들은 모두 자율주행자동차들이다. 사람들이 어딘가에 도착하면 스마트한 자동차는 스스로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해준다. 가로등마다 스마트 센서가 달려 있어 도로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알려주는 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가 한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증권사가 스마트시티 관련 특허를 내고 도시계획을 세우며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최남단 해남군에 위치한 2314만㎡에 달하는 ‘솔라시도’에 스마트시티가 본격적으로 조성된다. 솔라시도는 해남군의 관광·레저 기업 도시로 재탄생되지만 기존의 도시와는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시 안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자율주행 파킹 시스템, 스마트 의료시설 등이 설치되는 등 신개념 스마트시티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또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솔라시도에 구축, MZ(밀레니얼+Z) 세대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SK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솔라시도 스마트시티 도시계획을 진두지휘했다. 관련 특허들도 출원하며 사업 가시화를 위한 첫발을 디뎠다. 솔라시도는 최근 공고한 정부 주도의 지역 거점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업계의 이목을 끈 것은 SK증권이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지식에 기반한 사업의 주도적 역할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최초로 애널리스트가 갖는 지식자산을 제공해 수익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다.
최석원 SK증권 부문장 "지식자산 활용해 수익모델 창출...시장 길잡이 될 것”
이번 사업을 주도한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전무)은 1993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증권 채권분석전략팀·투자전략팀,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를 거쳐 2011년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2021년 6월 확대 개편된 리서치센터의 부문장으로 승진한 그는 리서치센터와 스마트시티 추진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솔라시도 스마트시티의 기획 총괄을 맡은 최석원 부문장을 한경 머니가 만났다.

-증권사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시티를 기획했는데 이유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자산을 다양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널들은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투자 분석이 주 업무지만 다양한 인적 및 기업 네트워크라는 중요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애널들의 역량을 단순히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만 사용하기보다 지식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식서비스는 증권사 고유의 역할인 금융상품 판매, 중개 기능 외에도 지식을 판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 팀은 2018년에 소재 산업 분야의 애널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지 3년여 만에 지식서비스 본부로 승격됐다.”

-스마트시티로 조성하는 솔라시도는 어떤 콘셉트의 도시인가.
“스마트시티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시에 적용한다는 취지의 미래형 도시다. 솔라시도는 전남 해남군에 위치한 2314만㎡ 정도의 비어 있는 땅이다. 스마트시티 조성 취지는 도시 전체의 인프라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가로등마다 라이다(3차원 센서)를 부착해 교통 상황 등을 데이터화하고, 자동차는 전부 자율주행차로 운영이 된다. 자율주행 주차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예컨대 목적지에 도착 후 건물 앞에서 내린 다음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자율주행으로 주차가 가능해지게 된다. 물류 자동화와 쓰레기 처리 자동화 등도 도시 곳곳에 설치된다. 규제 허용 범위 안에서 스마트 의료도 할 수 있게 된다. 솔라시도 스마트시티는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도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마트시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스마트시티 조성과 동시에 메타버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이 도시의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도시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다양한 기업들이 들어와 있는데 라이다 회사인 에스오에스랩,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퍼피레드 등도 솔라시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도시에 3만~5만명 정도의 유동인구 유입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동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상주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 제공도 이뤄질 예정이다.”
최석원 SK증권 부문장 "지식자산 활용해 수익모델 창출...시장 길잡이 될 것”
-SK증권은 스마트시티 조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SK증권은 스마트시티가 완성될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설계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외부에서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을 섭외하는 작업을 통해 플랜을 실현시키는 일을 한다. 앞서 지난 2~3년간 재단법인 ‘여시재’라는 외부기관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리포트를 시리즈 형태로 낸 바 있다.

이후에 스마트시티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됐고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솔라시도의 스마트도시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후 스마트폴(가로등 센서 방식) 관련 특허와 여기서 파생된 특허를 잇따라 내면서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지식을 기반한 사업 분야를 만들어내고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솔라시도라는 스마트시티 건립의 목적이 핵심 기술을 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아무도 없는 땅에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스마트시티를 통해 구현되는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나
“스마트도시의 트렌드는 새로운 기술보다는 친환경적이면서 거버넌스 부분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를 만들더라도 기술적인 부분만 부각시킨다는 개념보다 친환경적이면서 시민들의 행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본다.

2021년 11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참가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스마트시티도 친환경 부분을 더 부각시켰다. 유럽은 이미 스마트시티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고, 중국과 중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스마트도시화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제2의 솔라시도가 나오려면 디지털트윈이라는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예컨대 서울시를 똑같은 형태의 디지털 환경으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모니터링을 통해 오류를 잡아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도시를 스마트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스마트시티에서의 투자는 공공 부문, 민간 부문, 시민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실제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업종의 융합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 안에도 플랫폼·건설·에너지·소재 산업 등 다양한 업종들이 들어가 있다. 앞으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기존에 나눠놓은 업종 구분으로는 애매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는 여전히 정해진 업종대로 분야를 나누고 있지만 앞으로 산업 간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지는 융합형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2016년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기존의 업종 구분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로지스틱스, 스마트 바이오 형태로 나눠보자고 제안했지만 당시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증권사 애널이 가지고 있는 지식자산들을 좀 더 폭넓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 증권사 애널들이 실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식자산을 제공함으로써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애널들의 역할이 단순히 투자 정보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에 대해서는 해당 전문가들이 필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하고 나아갈지에 대해선 애널의 지식들이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 사업과 관련해서 단기적 목표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지역 거점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다. 실제 진행이 된다면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종합적인 내용을 비정기간행물을 통해 낼 계획이다.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비정기간행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솔라시도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들에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장기적 목표로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 있다. 국내에 출원한 비즈니스 특허를 현재 베트남에도 출원한 상태다. 앞으로도 리서치센터를 주축으로 스마트시티 시리즈물을 발간하는 등 리서치가 기반이 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최석원 부문장은
2021년 7월~ 지식서비스부문장
2016년 3월~2021년 6월 SK증권 리서치센터장
2014년 7월~2016년 3월 메리츠화재 자산운용부서장
2011년 5월~2014년 1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상무)
2008년 2월~2011년 5월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