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폭을 고려한다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금리·대출 압박 상당...부동산 시장
분위기 바뀌어”
지난 몇 년간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와 함께 한 달도 남지 않은 3월 대통령 선거, 그리고 설 연휴 등의 계절적 요인들로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뢰를 잃은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선거 이후 차기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섰고 거래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력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에는 공급 물량 확대와 함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상향과 주택담보대출 완화 등이 담겨 있어 대선 이후에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는 가뜩이나 쪼그라드는 부동산 시장 거래 감소에 직격탄을 안겼다.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수요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금융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며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 변화에 금융 규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과 관련한 자금 조달 어려움이 (매수 희망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27일 기준으로 총 450건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1163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거래량이 수반되지 못한 부동산 시장은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 집값 상승이 멈춰 섰고, 서울 아파트 값은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5월 25일(-0.02%)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권에서도 보합과 하락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 감소와 함께 하락 거래 역시 늘어났다. 전세 시장 역시 최근 아파트 매매 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 시장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전세 가격은 2주 연속 하락했다. 강남권 역시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급매 중심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세계 경제의 흐름 변화와 맞물려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큰 위기를 체험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세계 경제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화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던 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이후 올해에만 세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세계 주요국도 4월까지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국내도 이에 발맞춰 현재 1.25% 수준인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2% 중후반이던 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5% 중반으로 높아졌고, 6%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크게 인상돼 임차인들 사이에서는 “은행에 이자를 주나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나 비슷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며 전세 수요의 월세 대체도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매매 시장에는 매물이 누적되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고, 대출상환 부담마저 커져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뤄진 아파트 거래 2만2079건 중 이전 최고가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는1만8068건로 집계돼 79.5%를 차지했다. 아파트 10채 중 8채 값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아파트 값 상승을 이끌었던 경기와 인천의 경우도 12월 하락 거래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료를 신중히 분석해야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최근 몇 년간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초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대출에 기대 주택을 매수한 이들의 심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 관련 많은 지표들에서 부정적 수치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취약성지수(FVI)’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금융 불균형 정도와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하는 수치다. 지난해 1분기 지수는 58.9를 기록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60을 나타낸 바 있다.
금융취약성지수가 상승하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에 초래될 부정적 영향의 크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수 범위는 0부터 100까지로 기록된다. 역사적 최고치를 100으로, 최저치를 0으로 설정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서울 주택 구입 부담 역대 최고치 경신
부동산 부문 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해 올해 3분기 최고치인 100까지 도달했다. 2021년 3분기 서울 주택 구입 부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또 경신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원리금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통계 시스템을 살펴보면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2로 2022년 2분기의 172.9보다 9.1포인트나 상승했다.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으로 가장 고통 받던 2008년 2분기의 지수가 164.8이었다.
지수 100은 주택담보대출을 갚는데 소득의 25%를 쓴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2021년 3분기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매달 소득 45.5%로 거의 소득의 절반을 대출원리금 갚는 데 써야 한다.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2022년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6%로 두 달 연속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은 61.7%로 서울보다 높다. 집값 하락 시 전세가율이 더 올라갈 수 있어 임차인은 이런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다주택자 임대인은 크게 오른 보유세를 임대료로 방어하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관리본부
리서치팀 수석연구원
“매매보다 전월세 가격 상승 폭 더
높을 것”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내용 중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매매보다는 전월세 가격의 상승 폭이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점”이라며 “전세가격의 상승에는 수급 요인 등 크게 다섯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을 꼽는다”고 말했다.
첫째, 2020년 7월말 시행된 임대차3법(단, 신고제는 2021년 6월 시행)은 갱신청구권이 물건 잠김 현상을 유발해 물건의 회전률 저하에 따른 전월세 가격 폭등에 일조했다.
다만 정부의 말처럼 한편으로는 상당수 임차인이 5% 상한제를 이용해 반사이익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3법 시행 후 약 2년 사이에 전월세 가격이 26%가량 폭등한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8월부터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물량들의 가격 따라잡기가 상당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임대차3법만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전월세 가격은 주택 입주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나타낸다. 2022년 예정된 전국 입주 아파트는 31만7804가구로 직전 5년 평균치(약 38만), 3년 평균치(약 35만) 대비 적은 수준이다.
수도권과 지방도 마찬가지며, 특히 전체 가격 변동의 키를 쥐고 있는 서울은 올해 아파트 입주량이 2만 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셋째, 또 다른 문제는 최근에는 입주량이 많아도 예전만큼 전월세 시장의 안정세를 이끌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9478가구로 2008년(5만7341가구)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었다. 하지만 2020년 전세가격은 14.24% 상승해 부동산R114가 2001년부터 관련 시세를 집계한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연간 상승 폭이었다.
넷째, 신축의 경우 과거에는 입주장이 형성되면 기존 구축보다 신축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이 구축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신축의 경우 보안과 커뮤니티 시설, 시스템, 녹지 등이 기존 단지보다 우수하고 여기에 입주 초기의 임대료가 2년 뒤 갱신청구권 사용에 따른 가격 상승 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대인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료를 책정할 유인이 적다.
다섯째, 현 정부가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을 위해 가점제와 특별공급 비중 확대 등을 제도화하면서 입주단지의 계약자 대부분이 무주택 가구에 해당된다.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이 생겼고 최근에는 입주 청소 대행업의 발달로 새집 증후군도 덜한 상황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본인이 입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서울 같은 도심은 조합원 입주 비중이 높고 각종 규제로 실거주 요건(양도세 면제를 위한 2년 거주, 주택담보대출 시 직접 거주 등)이 강화되며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눈에 보이는 수준 대비 더 적다. 매매가격이 오를 다섯 가지 이유
이처럼 전세가격 상승세가 유지된다면 매매가격이 안정되기는 더 어렵다. 높아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고 각종 대출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레버리지 효과(이른바 갭투자)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최근 매매가격 하락을 이끄는 요인들은 단기간 오른 가격 수준에 대한 부담감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매매가 선행 성격의 전월세 가격 안정이 2022년에는 담보되기 어렵다. 현재의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전월세 보증금 담보대출 시장에도 미치므로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영향은 매매를 통해 안정적 거주 공간에 대한 욕구, 즉 매매 시장 갈아타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공존한다. 특히 임대차3법 제도의 2년 차에 따른 영향으로 신축 전환 물량들의 최근 2년 사이에 폭등한 다중(2중, 3중 혹은 다중) 가격 따라잡기 현상이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 전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둘째, 기존 주택의 노후화로 인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성격의 개발 활성화로 도심 내 대규모 재정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와도 엮여 있으며, 특히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조합원의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며 매매가격이 안정세로 전환되기가 더더욱 어렵다.
셋째, 모든 대통령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다. 공급 확대는 기본적으로 신도시와 택지, 유휴부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도로 등의 대규모 개발·교통 호재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차기 정부는 단기 변동성을 희생하더라도 중장기 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아쉽게도 이는 단기에 토지보상금이 과하게 풀리는 이슈로도 작동한다.
넷째, 서울의 입주물량 부족 현상 등 수급 문제에 명확한 개선점 혹은 전환점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2~3년 사이의 인허가 물량도 적은 수준이었고, 최근에 매물량과 미분양 주택이 소폭 늘어나고 있으나 과거 대비 절대량은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다섯째, 물가 상승 영향으로 3~5% 수준의 가격 상승세가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평가된다. 국내는 10년 만에, 유럽은 30년 만에, 미국은 40년 만에 최대 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사비와 토지매입비가 반영되는 신축 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승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주택 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영향도 예상된다.
종합하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대부분 무주택자의 1주택자 전환 물량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전월세 혹은 매도 물량으로 나오는 비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은 올해(2만 가구 예정)는 물론 2023년(2만3000가구 예정)까지도 아파트 입주의 총량이 과거보다 절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로 수도권 3기 신도시와 대규모 개발지 등 특정 지역에 전월세 수요가 쏠리면서 실제 입주 때까지는 해당 지역 임차 시장에 머무를 가능성도 높다.
결국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전세가격은 임대차2법이 시행 이후 2년 차에 해당되는 올해까지 상승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주고받는) 매매가격의 안정세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글 정리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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