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대사회의 별칭으로 나노 사회라고 부르는 이가 많아졌다. 사회와 구성원들이 조각조각 쪼개지고 나뉘면서 각자 도생하는 무한 경쟁 체제로 내몰리고, 경제적·심리적으로는 양극화를 겪게 되는 단절의 세상이라는 점이 나노 사회의 단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영향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대한 우주와 자연의 법칙에 따른 필연적 산물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 변화하지 않는 진리’라는 격언도 있듯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은 생존을 위해 적응하며, 때론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자연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모이다, 나노 사회
코로나19는 우리 주위의 모든 익숙한 것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이미 1인 가구의 비중이 급증하던 시기였음에도 그것이 더욱 가속화되어 타 지역의 가족을 만나기가 더 어렵게 되었고, 다인 가구마저 집 안팎에서 모이는 것을 조심해야 했다. 거실의 TV는 존재감을 잃고, 각자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본인의 감상도 공유하지 않고 스스로 삼키고 만다.

이런 시대에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같은 지인이 어쩌다 내뱉는 말 한마디의 조언에도 상처를 받는가 하면 부모의 조언을 무신경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오히려 내가 잘 모르는 페이스북 친구의 친구 혹은 유명인의 조언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는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약한 관계의 강함The Strength of Weak Ties’으로 정의했다. 나노 시대가 되면서 우리에게 그간 강한 연결 고리이던 지인과 멀어지고, 약한 관계인 누군가의 감성적인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는 그런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변화 가득한 미래, 나노 사회를 넘어 퀀텀 문명으로나노 사회라는 현상이 한동안 더욱 심화되면서 궁극적으로 디지털 문명이 퀀텀 문명으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본다. 더는 작게 쪼갤 수 없는 자연계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의 특성을 이용한 퀀텀 컴퓨터가 상용화되는 10년 후 즈음에 우리의 후손들은 알파고를 수백만배가량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상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디지털컴퓨터가 0과 1의 신호를 직렬로 연산하는 데 반해 퀀텀 컴퓨터는 양자의 성질을 이용해 00, 01, 10, 11 등 네 가지 조합을 한 번에 병렬 연산하는 큐빗 방식의 계산으로 현존하는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일을 단 몇 초 만에 완료한다고 한다. 현존하는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복잡한 딥 러닝의 방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의 쇼히니 고스Shohini Ghose의 실험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확률 50%인 ‘동전 뒤집어 알아맞히기 게임’에서 사람을 상대로 양자컴퓨터가 97%에 달하는 승률을 보이는데, 나머지 3%는 기계적 조작 오류로 나온 것이라고 보고했다. 과연 그 컴퓨터는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분명 인간의 패를 읽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놀라운 결과다.

그 장치를 만든 과학자들마저도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가 양자의 세계에 존재한다며, 신의 존재까지 운운하는 설명을 듣는 순간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미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컴퓨터의 등장이 머지않았고, 조만간 영화 <그녀Her>에 등장한 사만다와 같은 메신저 친구가 인간 친구를 대신 할 날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 생태계가 종말하고 퀀텀 컴퓨팅 생태계가 대세가 되는 양자 시대, 즉 퀀텀 문명이 도래하면 2022년 과거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그 당시엔 아직 인간의 온기가 많이 남아 있던 시대였다고 회상할지도 모른다.

미래는 알 수 없는 변화를 거듭하며 그렇게 진화해가고 있다. 지금이 나노 사회라고 서둘러 정의하지만, 어차피 이러한 현상도 유행처럼 지나가고 결국 더는 나눌 수 없는 양자 단위의 세상으로 진화해갈 것으로 전망한다. MZ세대가 이끄는 미래나노 사회의 주류로 등장한 MZ세대의 특징들이 화제가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온몸으로 경험한 ‘스마트 네이티브Smart Native’라고도 불린다. MZ세대 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프로그램 개발 등의 기술교육을 받을 때면 ‘그들의 기술 수용 속도’를 따라잡기가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수많은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환경이 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나노 사회의 개인화된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도 우려와 달리 비교적 긍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의 출생 배경을 함께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나노 사회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만남을 이어간다.
나노 사회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만남을 이어간다.
베이비부머로부터 출생한 X세대와 비교해보자. 당시 X세대의 부모들은 산업화 현장의 역군 내지는 1차 산업 생산자들이었다. 그들의 부모는 대학을 나온 사례도 드물고, 자가용도 없었다. X세대는 전쟁을 겪은 세대를 공경하며 갈등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나누고자 했다.

M세대는 빠른 X세대의 후손으로 각종 정보산업의 성장기에 인터넷을 이용하며 성장했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개선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자랐다. Z세대는 늦은 X세대와 빠른 M세대에게서 태어나 풍족한 사회적 인프라와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배우며 성장한 세대로, 부모를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끼며 자라났다. 따라서 존경의 대상은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 너머의 유명인이 차지하고 있다.

M세대가 다소 권위적인 부모 아래서 권위적인 면과 실속적인 면을 습득했다면, Z세대는 친구 같은 부모 아래서 권위보다는 풍부한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스마트폰으로 재미와 가벼움을 만끽하며 혼자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하다.

혼자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Z세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경제와 산업구조를 윗세대의 간섭없이 새롭게 만들고픈 욕구가 가득하다. 그래서 새로운 가상의 대지와 암호화폐 체계에 먼저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평등하거나 우위에서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바로 윗세대 인 M세대가 주류지만, NFT대체 불가 토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Z세대이고 메타버스상의 주류는 Z세대 또는 더 어린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Z세대가 NFT와 메타버스에 심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상이 곧 현실 세계와 다를 바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생태계는 스마트폰으로 온전히 접근 가능한 재미로 무장되어있기에 이 가상의 세상을 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또 다른 현실, 즉 디지털 트윈 세상으로 인식한다. 셋째, 자신들이 습득한 경험과 자산을 후대에 물려줄 자신감에차 있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또 Z세대가 맞이할 가상 세계의 경우 국경의 의미가 희박하고,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도 없이 대등하게 강대국과 어깨를 겨루며 상대할 줄 아는 자신감이 기본이 된다.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 사회로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소통과 긍정적 마인드가 있다면 함께 살아가는 밝은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 사회로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소통과 긍정적 마인드가 있다면 함께 살아가는 밝은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세대는 그 안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에는 하나의 공동체적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 즉 나노 단위로 조각나게 만든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자만의 시간이 늘자 가장 크게 발전한 산업이 가상현실·증강현실과 같은 실감 콘텐츠였으며, 최근 메타버스가 급성장한 이유 역시 사람들이 공동체를 그리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것이다. X세대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가상의 세상이 거품이라고 여기지만, Z세대는 20~30년 전 인터넷 초기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거품 속에서 희열을 느끼며 열광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주의와 탈가족화는 불가피할 것이고, 산업이 발전할수록 그 정도는 심화할 것이다.

그렇지만 소통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립되고 고독하며 개인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세대와도 소통하며 공감력을 기르고 긍정적 마인드를 거쳐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지금 세대의 열정과 에너지를 잘 살펴주고, 그들이 기를 펴고 살 만한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쪼개지고 나뉘는 세상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밝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글.이상호(경성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박혜원 기자 phw06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