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재깍 답을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보험료가 대략 얼마인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월급을 받을 때 건강보험료를 먼저 떼고 남은 금액만 수령하기 때문이다. 물론 급여명세서를 찾아보면 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순 있겠지만, 애써 찾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보험료를 안다고 한들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수중에 월급이 들어오기 전에 보험료를 먼저 떼지만, 지역가입자는 이미 수중에 들어온 돈에서 일부를 떼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숲속에 새떼보다 내 손 위에 있는 새 한 마리가 더 소중한 법이다. 같은 돈이라도 수중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떼는 것과 이미 수중에 들어온 돈에서 일부를 떼어내는 것을 천양지차다. 아무래도 손아귀에 거머쥔 돈을 내놓는 게 훨씬 아깝다.
게다가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로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소득과 함께 재산과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별다른 소득은 없고 재산만 있는 사람도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별다른 소득이 없이 연금에 기대어 생활하는 은퇴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말 연금 이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떤 연금에 얼마나 보험료를 부과하는 걸까.
1.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부과하나
은퇴자를 살펴보기 전에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부터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모든 사업장 근로자와 사용자, 공무원, 교직원 등은 직장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소득에만 부과한다.
직장가입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는 크게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로 나뉜다. 이 중에서 보수월액보험료부터 살펴보자. 직장가입자가 한 해 동안 회사에서 받은 보수를 전부 더한 다음 이를 근무 월수로 나눈 것을 ‘보수월액’이라고 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가입자의 보수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2022년 기준으로 보험료율은 6.99%인데, 이 중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근로자는 보수월액의 3.495%만 보험료로 납부한다.
직장가입자는 이것으로 건강보험료 납부가 끝난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는 보수 이외에 다른 소득이 많다면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데, 이를 ‘소득월액보험료’라고 한다. 보수월액 이외에 이자·배당·기타·사업·근로·연금소득이 연간 3400만 원이 넘는 직장가입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이자·배당·기타·사업소득은 전부 소득으로 평가하지만,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은 30%만 소득으로 평가해서 연간소득을 계산한다. 한 해 연금소득이 1000만 원이면, 소득이 300만 원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평가해서 얻은 연간소득이 3400만 원을 넘는 경우 소득월액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먼저 3400만 원을 초과한 소득을 12으로 나누어 ‘소득월액’을 구하고, 여기에 보험료율(6.99%)을 곱해 소득월액보험료를 산출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회사가 절반을 부담해주지만, 소득월액보험료는 가입자가 전액 납부해야 한다. 2. 은퇴자가 받는 연금소득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나
직장에서 퇴직하면 건강보험을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직장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피부양자 등재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자. 피부양자가 될 수 없는 경우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해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소득만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재산에는 토지, 주택, 건축물, 선박, 항공기, 전월세가 있다. 이 중 전월세 금액은 30%를 재산가액으로 평가한다. 자동차는 사용 연수가 9년 미만으로 4000만 원 이상이거나 배기량이 1600cc가 넘는 것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지역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은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과 같다. 이자·배당·사업·기타소득은 100% 소득으로 평가하고, 근로·연금소득은 30%만 소득으로 평가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연금소득에도 건강보험료 부과된다는 점이다.
3. 모든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나
은퇴자가 수령한 연금에는 죄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법에서 정한 내용과 현실 적용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소득세법’에서 정한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연금소득으로 본다. 먼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 등 5대 공적연금에서 지급하는 연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같은 연금계좌에서 연금 형태로 받는 금액도 연금소득으로 본다.
연금계좌에 적립된 돈은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가입자가 스스로 저축한 돈이 있다. 연금저축과 IRP 가입자는 한해 1800만 원을 적립할 수 있는 있는데, 한 해 저축한 금액 중에서 최대 700만 원을 세액공제 받는다.
이와 별도로 퇴직금도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 있다.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40%가량 감면받을 수 있다. 그리고 적립금을 운용해서 얻은 운용수익도 있다. 연금계좌 적립금 중에서 세액공제 받은 적립금, 퇴직금,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 형태로 인출하는 것 또한 ‘소득세법’에서는 연금소득으로 본다.
그러면 5대 공적연금과 연금계좌에서 연금 형태로 인출한 연금소득에 모두 건강보험료를 부과할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에서는 5대 공적연금 지급기관에서 지급하는 연금소득에 관한 자료만 넘겨받고 있다. 매년 1월에 이들 공적연금 지급기관에서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직전연도에 지급한 연금 지급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자료를 넘겨받고, 이를 기초로 해서 건강보험료를 산정한다. 현재 연금저축과 IRP에서 연금 형태로 수령한 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4.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으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나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도 절감할 수 있다. 한 회사에서 장기간 일하다가 퇴직하거나 명예퇴직을 하면서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하는 퇴직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때 퇴직자는 퇴직금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연금계좌에 이체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먼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퇴직금을 현금으로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퇴직자가 퇴직소득세를 떼고 남은 돈을 받아서 금융상품에서 투자한다고 해보자. 이때 투자한 금융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이 발생하면, 여기에 15.4% 소득세가 부과된다. 이뿐만 아니다.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 원을 넘는 경우, 이들 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해보자.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징수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금을 떼지 않고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퇴직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는 당장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세금은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금과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납부하게 된다. 연금계좌에서 55세 이후에 연금을 개시한다고 해보자. 이때는 적립금 중에서 퇴직금 원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 경우 퇴직소득세율을 70%에 해당하는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퇴직금이 3억 원이고 이를 IRP로 이체할 때 납부하지 않은 퇴직소득세가 3000만 원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퇴직소득세율은 10%다. 따라서 퇴직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7% 세율로 과세한다. 연금 개시 후 10년이 지나면 퇴직소득세율의 60%에 해당하는 세율로 과세한다.
연금계좌에서 퇴직금을 전부 인출하고 나면, 다음은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때는 연금소득에 3.3~5.5% 세율로 과세한다. 연금 당시 가입자가 55세 이상 69세 미만이면 5.5%, 70세 이상 79세 미만이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이 적용된다. 이자와 배당소득세율이 15.4%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셈이다. 세금만이 아니다. 연금계좌에서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는 5대 공적연금에서 지급하는 연금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5. 과세 대상 연금소득에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을 때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인데, 여기에도 세금을 부과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세무당국이 과세를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동안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연말정산을 할 때, 자영업자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공적연금 보험료로 납부한 돈을 소득에서 공제받는다. 이렇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해에 소득공제를 받는 대신 연금을 수령하는 해에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연금가입자가 소득세를 납부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소득세를 과세할 때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이 많아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때 보험료를 소득에서 공제받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시기에 과세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할 당시부터 보험료를 소득공제 해준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연금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88년이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소득에서 공제해주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따라서 2001년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는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공적 연금소득에 과세를 할 때도 2002년 이후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발생한 연금을 따로 분류해 여기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2001년 이전에는 보험료를 납부할 때 소득공제를 받지 않았으므로 여기서 발생한 연금도 과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할까. 이때도 과세 대상 연금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할까. 그렇지는 않다. 소득세를 과세할 때와는 달리 공적연금 수령액 전체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다만 공적연금 수령액의 30%만 소득으로 평가해서 보험료를 부과한다.
6. 피부양자 자격을 판단할 때 연금소득도 고려하나
은퇴자들 중에는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없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서 건강보험이 주는 혜택은 고스란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녀의 건강보험료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혜택이 큰 만큼 조건이 까다롭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소득과 재산이 일정 규모 이하여야 한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연간소득이 3400만 원 이하이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재산세 과표가 5억4000만 원이 넘고 9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연간소득이 1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연간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때는 연금소득도 합산된다. 이때도 5대 공적연금 지급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소득은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면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때처럼 공적연금소득의 30%만 적용해서 소득을 평가할까. 그렇지는 않다. 공적연금소득 전액을 반영해 피부양자 자격을 판단한다. 7. 연금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는 얼마인가
그래서 지역가입자은 연금을 수령하면서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내야 할까. 앞서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재산과 자동차는 고려하지 말자. 그리고 공적연금소득 이외에 다른 소득도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하한은 1만4650원이다. 다른 재산이나 자동차가 없고 연간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되면 최소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연금소득은 30%만 소득으로 평가하므로 연간 공적연금 수령액이 333만 원보다 적은 사람이 해당된다. 이 경우 건강보험료 1만4650원에 장기요양보험료(건강보험료의 1770원, 12.27%)를 합쳐 한 달에 1만6440원을 납부하게 된다.
당연히 연금소득이 늘어나면 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공적연금으로 월 50만 원(연간 600만 원)을 수령하면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쳐 월 2만5110원을 납부하고, 월 100만 원(연간 12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4만2860원을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람은 월평균 25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한다. 이 경우 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다면 월 9만5870원을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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