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덕분에 새로운 원자재 공급망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때아닌 특수에 미소를 감춰야 할 판이다.

카타르, 유럽의 새 LNG 공급원으로 부상

중동의 카타르가 오는 11월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를 대체할 유럽 각국의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에 돌출한 반도에 있는 자그마한 국가다. 남북과 동서의 길이가 각각 160㎞와 80㎞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은 1만1437㎢로 우리나라의 경기도보다 약간 작다. 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국토의 나머지는 바다를 면하고 있다. 인구는 3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토박이는 40만 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인도, 파키스탄, 이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정착한 이민자 출신들이다.

카타르는 1971년 이웃한 섬나라인 바레인과 함께 영국의 보호령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카타르 주민들은 어업과 진주 조개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다. 페르시아만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산유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카타르는 1989년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전인 ‘노스 필드’(세계 전체 매장량의 10%)에서 가스가 생산되면서 중동의 부국(富國)이 됐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천연가스의 경우 매장량에서 현재 세계 3위, 수출에서 세계 2위다. 카타르는 2021년 기준 세계 2위 수준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원유 매장량도 세계 12위인 에너지 대국이다. 카타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량(GDP)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기준 6만4770달러로 세계 10위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인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영국과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기지에는 미군 1만10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 기지는 4.5㎞ 길이의 활주로를 비롯해 각종 격납고가 있는 등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 E-8C 지상 감시정찰기 등 120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 기지의 합동작전센터는 중동에서 미군의 중추신경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6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을 선언한 이후 피란민 구출 작전을 벌였던 중심지도 카타르였다. 미국이 구출한 아프간 피란민 40%가 카타르를 거쳐 각국으로 이주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카타르를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Major non-NATO ally, MNNA)으로 지정했다. MNNA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는 동맹국을 말한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쿠웨이트 등도 MNNA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해 카타르에 유럽 국가들에 LNG 공급을 확대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또 수도 도하를 중동의 외교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을 비롯해 아프간의 새 정권인 탈레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등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정치 상황도 안정돼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42) 국왕은 2013년 아랍 왕정 사상 처음으로 부친(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 니)이 살아 있는 동안에 평화롭게 등극했다. 알 사니 국왕은 부친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 왔다. 카타르는 올해 월드컵대회를 주최하며, 2032년에 중동 최초로 하계 올림픽 개최도 노리고 있다.

알 사니 국왕은 최근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지도자들의 ‘러브콜’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유럽 각국이 LNG를 장기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카타르와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지난 20년간 주로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가스 거래를 해 왔다. 카타르는 오랫동안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해 왔지만, 유럽 각국은 지리상 가깝고 기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이 가능한 러시아를 선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와 함께 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추려는 유럽 각국은 대체 공급원으로 카타르와 거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27년까지 모든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천연가스 41.1%, 석유 26.9%, 석탄 46.7%를 러시아에 의존하며 하루 10억 달러(1조2000억 원)를 수입 대금으로 러시아에 지급해 왔다. EU가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는 1550억 ㎥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U가 목표치인 1020억 ㎥보다 현저히 낮은 500억~800억 ㎥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EU에 LNG 150억 ㎥를 연내 추가로 공급해도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엔 충분치 않다. 따라서 EU로선 카타르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카타르와 가스 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현재 러시아로부터 가스의 55%, 석유의 40%를 들여오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카타르와 가스 장기 구매에 합의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3월 20일 도하를 방문해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 장기 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카타르는 앞으로 2026년까지 287억 달러를 투자해 가스 생산량을 40%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가 완료되면 카타르의 연간 가스 생산량은 독일은 물론 EU 회원국들의 가스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인 키닌몬트 선임연구원은 “카타르는 세계 최대의 LNG 공급국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막대한 수입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호주, 유럽 각국의 석탄 수출 요청에 표정 관리

자원대국인 호주도 EU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중단 조치 덕분에 앞으로 석탄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렸다. 금수 조치는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처 8월 초에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금수 조치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첫 제재다.

EU 회원국들은 석탄의 4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40억 유로(5조3000억 원)규모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에 따르면 발전용 석탄의 경우 러시아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러시아의 제철용 석탄은 EU 석탄 수입의 20~30%를 차지한다. EU의 경탄(무연탄+역청탄) 수입 중 러시아 비중은 1990년 10% 미만이었지만, 2020년엔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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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들 중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가 큰 국가들이다. 호주는 석탄 수출 세계 1위이며 매장량은 세계 4위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호주로부터 석탄을 대거 수입할 움직임을 보여 왔다. 호주는 2020년 10월부터 코로나19 기원 조사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중국은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하지만 호주산 고품질 석탄의 대체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은 오히려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야만 했다. 반면, 호주는 중국 이외의 국가들에 석탄을 대거 수출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유럽 각국은 호주에 석탄 수출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는 등 석탄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은 발전용 석탄 확보를 위해 호주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키스 피트 호주 자원부 장관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을 대체하기 위해 호주 석탄 생산 업체들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폴란드 등에 석탄을 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피트 장관은 “호주 석탄 생산 업체들은 동맹국들을 얼마든지 도울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올해 천연자원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호주가 엄청난 이득을 보는 셈이다. 호주 자원부는 오는 6월 종료되는 2022 회계연도의 천연자원 수출액 전망치를 4250억 호주달러(385조3000억 원)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12%나 상향 조정된 수치다. 석탄과 LNG 등 에너지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목별로는 철광석 수출액이 1350억 호주달러로 가장 많았고 제철용 원료탄(650억 호주달러)과 발전용 연료탄(450억 호주달러) 등 석탄은 1100억 호주달러, LNG 수출액은 700억 호주달러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캐나다, 원자재 대체국으로 ‘각광’

캐나다는 러시아 제재에 따른 각종 원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 원자재 무역업자들이 서방의 제재로 거래가 차단된 러시아를 대체하기 위해 캐나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캐나다(9억8797만 헥타르)는 국토 면적에서 러시아(17억982만 헥타르)에 이어 세계 2위 국가이자 세계 최대 자원부국들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또 기후와 지리적 특성이 러시아와 유사해 각종 원자재와 자원 종류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도 캐나다가 대체지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캐나다에선 러시아처럼 석유, 우라늄, 니켈, 칼륨 등이 풍부하게 생산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대표적인 밀 생산국이기도 하다. 세계 비료 업계 1위 기업인 뉴트리엔도 캐나다 업체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박 난 국가는
캐나다는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세계 에너지 위기에서도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캐나다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4위로, 생산된 원유 대부분을 파이프라인과 철도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캐나다는 하루 평균 최대 3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 캐나다는 우라늄과 곡물의 생산도 늘릴 계획이다.

캐나다는 세계 2위의 우라늄 생산국으로 전 세계 총 생산량의 13%를 차지한다. 캐나다 최대 우라늄 생산 업체인 카메코는 최근 수요 증가에 우라늄 생산량을 45% 정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수입해 오던 터키, 알제리, 튀니지 등은 캐나다산 밀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지어 곡물 생산량이 충분한 일부 국가들도 지정학적 또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에 곡물 추가 수입을 요청하고 있다. 비료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브라질은 최근 제재 조치 때문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비료 수입을 하지 못하자 테레사 크리스티나 농무장관을 캐나다로 급파해 비료를 대거 수입하기로 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브라질은 칼륨 비료를 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수입해 왔다. 뉴트리엔의 켄 세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식량 안보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칼륨 비료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종 원자재와 에너지 및 곡물 등의 수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캐나다 증시가 3% 이상 상승하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긴축 기조 등을 감안할 때 가장 적절한 투자처로 캐나다 증시를 꼽고 있다.

앞으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에너지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와 곡물을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는 캐나다 등 자원대국들이 새로운 공급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