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여·양도 시 세금 셈법은
부동산을 증여로 취득한 경우 취득금액은 증여세 과세 기준에 따른 증여재산평가액이 적용되므로, 직접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보다 증여 후 양도하는 방법을 통하면 부동산 매매차익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2억 원에 취득한 부동산의 현재 시가가 6억 원이라면 직접 양도 시 4억 원의 매매차익이 발생하지만, 배우자에게 6억 원에 증여하고 배우자가 시가대로 6억 원에 양도하면 매매차익은 0이 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활용하면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해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거나 양도세보다 낮은 증여세만 부담하면서 더 큰 양도세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득세법’에서는 취득금액 이월과세와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라는 예외 규정을 두며 증여 후 양도하는 경우에 따른 세금 감소효과를 차단하고 있다.
먼저 취득금액 이월과세를 살펴보면 부동산을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후 5년이 지나기 전에 양도하는 경우에 증여취득 시기와 증여금액이 아닌 증여자가 당초 취득한 시기와 금액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증여자가 직접 제3자에게 매매한 경우와 동일한 매매차익이 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때 증여 시 납부한 증여세는 필요경비로 인정되며, 증여 시 납부한 취득세는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이월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아닌 형제 등 특수관계자에게 증여하고 5년 이내에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으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있다.
이 규정은 증여자가 증여 없이 직접 제3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취소하고 양도세를 과세하는데, 매매대금이 수증자에게 실제로 귀속되는 경우와 부당행위계산 규정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세금 부담액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면 부동산을 증여하고 5년이 경과하기 전에 양도하면 절세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월과세 규정과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절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한 경우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면 증여자가 직접 양도하는 경우와 매매차익이 동일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양도세는 인별로 각각 계산하기 때문에 부동산 일부를 증여한 후 함께 매각하게 되면 1인당 매매차익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양도차익이 클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누진세율 구조에서 다시 한 번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돼 최대 7200만 원의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형제나 기타 친익척에게 증여하는 경우라도 증여한 척 위장한 것이 아니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증여 후 바로 매매하는 경우라면 증여세만 부담하고 양도세는 부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부동산을 증여하고 곧바로 양도하는 경우의 절세효과는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무전문가와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실행해야 한다.
글 이호용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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