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Big Story]“원자재, 자산 배분 효과 커…비철금속 주목해야”
[Big Story]“원자재, 자산 배분 효과 커…비철금속 주목해야”
통상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환경을 방어하는 강력한 헤지 수단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물가 상승이 극심했던 시기마다 실물자산인 원자재의 자산 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플레를 향한 불안감이 짙어지는 요즘, 대표적인 인플레 헤지 자산인 원자재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일반 투자자가 도전하기에는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원자재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손쉬운 원자재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다.

원자재가 인플레 시대에 적합한 투자 자산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바로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에 대해서는 각 원자재 종류에 따라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국제 시장에서 주요 원자재 자산은 크게 에너지, 비철금속, 농산물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공급 차질에 대한 불안으로 이들 자산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28달러까지 치솟으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석탄(159.4%), 니켈(118.9%), 밀(84.9%), 천연가스(78.7%) 등도 지난해 말 대비 70% 이상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자재 투자는 해당 원자재의 공급과 수요 흐름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제 정세를 폭넓게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시장이다. 잘만 이용하면 인플레 시대에 걸맞은 자산 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투기적 목적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 어려운 자산이기도 하다. ‘염블리’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를 만나, 현시점에서 원자재 투자에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해봤다.
[Big Story]“원자재, 자산 배분 효과 커…비철금속 주목해야”
최근 원자재 시장을 진단한다면.
“과거에는 에너지(석유, 천연가스), 비철금속(구리, 니켈, 알루미늄), 농산물(밀, 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각각 시차를 두고 오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는 이들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다는 게 특징적이다. 주요 원자재의 가격은 3월에 고점을 형성하고 4월 초 하락했는데, 떨어질 때도 모두 비슷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최근 원자재 자산의 변동성이 커진 데는 여러 이유가 겹쳤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있었고, 중국 봉쇄령으로 공급 문제가 대두됐다. 지금은 리오프닝이 되고 있지만, 한동안 코로나19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니켈 광산이 가동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공급 차질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불을 지폈다. 우크라이나는 밀,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의 큰 생산국이다. 결국 현재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던 주요 원인은 공급이 과거 대비 급격하게 부족해진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재가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꼽히는 이유는.
“원자재는 과거 인플레 시대의 사례만 봐도 수익률이 좋은 자산이었다. 인플레가 가장 심했던 시기로 많은 분들이 1970년대를 기억할 텐데, 오일쇼크 당시 원자재 수익률이 연평균 21%에 달했다. 반면 미국 주식 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 채권 시장은 7%의 수익률을 올렸다.

인플레가 발생하면 주식과 채권 시장은 대부분 안 좋아진다. 이번에도 금리가 인상된다고 하니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주식 또한 인플레 시대에 수익률을 방어하기 어렵다. 원자재를 수입해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면 주식 가치는 자연히 떨어진다. 또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기업 이익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인플레 시대에는 채권과 주식보다 원자재 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 아니냐는 관점이 부상하는 것 같다. 물가가 올라가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자재가 자산을 방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자산 배분 효과다. 통상적으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30%는 경기민감주, 30%는 고성장주, 30%는 경기방어주, 나머지 10%는 현금에 배분하는 식으로 한다. 성장주를 좋아한다고 해서 100% 성장주에만 투자하는 것은 자산 배분이 제대로 안 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분산투자를 하는 이유는 결국 자산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물가가 낮을 때 굳이 원자재에 투자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물가 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를 통해 자산 배분 효과를 일으키는 게 좋은 대안이 된다. 물가가 언제까지 올라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인플레가 계속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원자재 투자만큼 확실한 게 없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은 금리다. 과거 금리가 너무 올라가는 환경에서는 원자재 자산이 좋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지나치게 해 버리면 어느 시점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플레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원자재 투자의 장점이 더 많지 않나 싶다.”
[Big Story]“원자재, 자산 배분 효과 커…비철금속 주목해야”
투자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플레 전망을 파악해 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인플레 정점 시기를 전망한다면.
“하반기에는 정점을 찍고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 예전보다는 인플레 레벨이 높겠지만 피크아웃(peak out: 정점을 찍고 하락)은 할 것 같다는 예측이 많다. 최근의 물가 상승에는 원자재 가격이 큰 영향을 줬는데, 향후 전쟁이 끝날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일부 존재하는 것 같다. 아직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유럽이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 고점을 찍은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또 난방 시즌이 끝났고 중국 경기 악화로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이런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올해 1~3월이 최악이었고 이후의 인플레는 좀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높은 레벨의 인플레 흐름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재를 제외하고도 구조적으로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극단적 리스크’는 완화될 전망이지만, 높은 레벨은 계속 유지되는 ‘고물가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재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자산의 매수나 매도 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
“사실 트레이딩을 할 때 원자재가 가장 힘들다.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원자재는 수요와 공급 원칙을 따져서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지금 원자재 투자를 하고 있는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면, 공급이 늘어날 조짐이 보일 때 비중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는 현시점에서 당장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그림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앞으로 공급이 늘어날 조짐이 생기지는 않는지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휴전 분위기가 생긴다든지, 미국 정부가 셰일오일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상황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농산물은 미국이 4월부터 파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라 어느 정도 피크아웃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철금속은 조금 다르다. 장기적으로 구리, 니켈, 알루미늄은 전기자동차 등 산업용으로 쓰인다. 이 분야는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중장기적인 투자는 괜찮다고 본다.”

현재 원자재 자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섹터는 비철금속인가.
“그렇다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 변동성 높은 에너지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농산물도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점에서 피크아웃을 했다고 본다.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자산은 수요 기반으로 투자해야 오래 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구리가 제일 유망하다. 그동안 구리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 산업에 구리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이 분야를 살펴보는 게 좋다.”

원자재 투자에 접근하는 방법 중 추천하는 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ETF다. 우리가 현물을 직접 살 수는 없다. 해외 선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레버리지가 큰 상품이라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방식의 ETF를 권한다. 앞서 추천했던 구리의 경우 코덱스(KODEX) 구리 선물 ETF 상품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글로벌 상품 중에서는 원자재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DB 커머디티 인덱스 트래킹 펀드(DBC)’, ‘아이셰어스 커머더티(GSG)’ 등이 있다.”
[Big Story]“원자재, 자산 배분 효과 커…비철금속 주목해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원자재는 수요와 공급 논리를 모른 채로 투자하면 굉장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또 정치적 이슈가 많은 분야라, 주식과는 다르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작용한다. 해당 원자재를 주로 생산하는 국가들의 정치적 이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하기 복잡하고 주식보다 어렵다.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는 너무 좋은데, 이런 리스크를 개인투자자들이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측면은 있다. 제대로 투자하려면 증권사 보고서와 신문을 많이 보며 공부해야 한다. 원자재 자산을 투자의 메인으로 삼기보다는, 인플레 헤지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만 투자해보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한다면.
“지금이 투자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인 게 아닌가 싶다. 옛날에는 원자재 투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졌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다. 너무 투기적인 마인드보다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안정적인 ETF 위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산의 10% 내외로 투자한다면 오히려 원자재 투자를 안 하는 투자자들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방어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렵더라도 원자재에 대해 꼭 한 번 공부해봤으면 한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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