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제로 코로나'의 늪에 빠지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심각성은 우한 사태 때인 2020년보다 10배 이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020년의 2.3%도 달성하기 어렵다. ‘제로 코로나(淸零, 칭링)’ 정책에 따른 봉쇄 정책이 경제를 망가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쉬젠궈(徐建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가 5월 7일 열린 세미나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악화 상황을 지적한 내용이다.

쉬젠궈 교수는 “올 들어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은 인구가 1억6000만 명에 달하고 경제 피해액은 18조 위안(약 3400조 원)이나 된다”면서 “2020년 우한 사태 때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은 사람이 1300만 명, 경제 피해액이 1조7000억 위안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나다”고 밝혔다. 18조 위안은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7%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의 늪’에 빠져 들면서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정부가 14억 명의 인구 중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해 온 고강도 방역 대책이다. 중국 정부는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예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한 채 전 주민을 상대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후 봉쇄를 해제하는 방역조치를 시행해 왔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등이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시험대 위에 올랐다. 미국 등 각국은 기존 코로나19보다 전염성은 몇 배 강하지만 중증 위험도는 약한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게 되자 ‘위드(with) 코로나’ 정책을 추진해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강력한 봉쇄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지난 3월부터 상하이와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수십 개 도시들을 전면 또는 부분 봉쇄해 왔다. 이에 따라 엄청난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인권 침해 등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외국의 방역 전문가들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중국 정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심지어 친중 성향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바이러스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할 수 없다”고 경고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5일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우한 사태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단계적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의 방역 방침은 역사적 검증을 거쳤으며 과학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 변이가 거듭되고 있다”며 “당에서 정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고 우리의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단호히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방침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 주석은 “국지적 집단감염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당원과 간부들이 앞장 서 전투의 선봉에서 역할을 발휘해줄 것”을 지시했다. 말 그대로 공산당 조직까지 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중국 정부는 5월 6일 오는 9월 개최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6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를 각각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中 ‘제로 코로나’ 포기 못하는 이유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방역 실적’을 내세우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비교하며 자국의 방역 성과를 최대의 치적으로 선전해 왔다.

옌중황 미국외교협회(CFR) 세계보건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포기는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그것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서방 국가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해 온 정권의 정통성을 해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처럼 위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사망자들이 엄청나게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80세 이상 노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0%밖에 되지 않는 데다 중증환자 진료 시설마저 충분치 않아 감염이 확산하면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2020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2억6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7%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푸단대, 미국 인디애나대,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진은 공동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기고한 5월 10일자 논문에서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할 경우 5~7월 오미크론 변이로 16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도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기고한 4월 6일자 논문에서 “장기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추진할 수 없으며 중국 정부도 세계 흐름에 맞춰 다시 문을 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의 확고한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방침에 따라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는 3월 28일부터 봉쇄조치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인구가 2500만 명에 달하는 금융, 무역, 물류의 허브인 상하이는 중국 전체 GDP의 3.8%를 차지한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상하이 양산항은 중국 전체 수출입 컨테이너의 17%를 처리한다. 상하이는 인근 저장·장수·안후이성과 함께 창장삼각주 경제권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상하이에 금융, 물류, 교통, 마케팅 기능이 집중된 가운데 인접한 성들이 제조업 기지로서의 배후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창장삼각주의 GDP 비중은 중국 전체의 25%에 달한다. 상하이의 공장들은 대부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주민들은 생필품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5월 8일 방역 현장을 시찰하면서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며 “방역 군령을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 당서기가 제로 코로나 정책 목표를 군사 명령인 군령에까지 비유한 것은 경제 피해에도 불구하고 봉쇄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하이는 물론 중국 경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중국 전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매월 460억 달러(56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중국의 지난 4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의 14.7%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3.9%를 기록해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7로 우한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 확장, 아래면 위축 국면임을 뜻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4월 대비 2.1% 상승했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두 달 연속 0.9%를 유지한 후 3월(1.5%)에 1%대로 높아진 데 이어 4월엔 2%를 넘어섰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8.0%로,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8%대를 기록했다. 3월(8.3%)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 정부의 봉쇄조치로 물류망이 마비되고 부품, 원재료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생산자 물가가 계속 오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中 GDP 성장률 ‘빨간불’…성장 동력 회복 쉽지 않아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5.5% 안팎은 물 건너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경제와 금융 분야의 고위 관료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높도록 해야 한다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시 주석은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서방의 자유민주주의보다 중국의 일당제가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경제성장률 제고 지시를 내린 이유는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5.5%로, 중국(4.0%)보다도 높았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년 만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제쳤다면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었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 볼 때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경제 분야에서의 성공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중앙재경위원회 11차 회의에서 “인프라는 경제, 사회 발전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인프라 투자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는 인프라 중에서도 공항과 항만, 도시철도, 스마트 도로, 스마트 전력망,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지, 송유관·가스관, 슈퍼컴퓨터·클라우드·인공지능(AI) 플랫폼, 도농 물류체인 등을 언급하면서 재정 지출 확대와 금융의 장기 지원 등을 요구했다.

리커창 총리가 총괄하는 경제 부문에 대해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언급한 것은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의도는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자신의 3연임 가도에 켜진 빨간불을 제거하겠다는 속셈이다. 게다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중국 정부로선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4%대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9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평균 4.5%다. 특히 일본 노무라증권은 4.3%에서 3.9%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 강세론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도 “중국은 잘해야 4%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헬렌 차오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대한 기조가 변화하더라도 이미 타격을 입은 올해 성장 동력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무튼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코로나19와 경제성장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