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앤드게임
100세 시대에는 은퇴 이후의 삶도 길어질 겁니다. 길어진 노후, 여전히 무언가를 도모해야 할 ‘앤드게임(andgame)’이 시작된 거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Endgame, 2019년)>에 나오는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쟁’처럼 거창하진 않겠지만, ‘end’가 아닌 ‘and’여야 하는 은퇴 이후의 삶이 우리에게 있는 겁니다.

통계청이 지난 2019년에 실시한 ‘국민 여가 활동 조사’를 보면 ‘지속적 여가 활동 비율’에서 60대가 52.1%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그동안 축적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거죠. 하지만 ‘경제적 여유’라는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면 ‘앤드게임’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엔딩 크레딧’을 올릴 겁니다.

100세 시대에 연금은 장거리 주행을 준비하는 자동차의 연료와 같습니다. 제대로 준비해 채워 두어야 더 멀리 힘차게 달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2088년에 누적 적자만 1경7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정부는 연금 개혁을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296조 원까지 적립금 규모가 커진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점차 의무 가입이나 자동 가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죠.

정부도 퇴직연금 제도를 대폭 손질하고 있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적립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퇴직연금기금을 도입토록 했습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확정기여(DC)형 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도입토록 한 부분은 주목해야 합니다.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한 제도인데, 이를 통해 금융사 간 상품 개발 및 운용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창간 17주년 기념 6월호 빅 스토리로 ‘100세 시대 퇴직연금 미로 찾기’를 다뤘습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퇴직연금은 자산관리 플랜의 마지막 퍼즐과도 같습니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 단순히 수익성만을 따질 수 없기에 꼼꼼한 분석과 판단이 ‘앤드게임’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더불어 한경 머니는 스페셜 ‘행복한 노후, 시니어타운에 산다’에서 서울·수도권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시니어타운과 선택 기준, 노인 주거복지를 위한 과제 등을 담았고, 스페셜 ‘DNA 분석 기술, 헬스케어 판 바꾸나’에서는 유전체 분석 등의 기술 진화가 만들어 나갈 질병 정복의 미래를 조망해보았습니다.

이제 한경 머니 창간 17주년, 머니는 새로운 10년을 위해 ‘앤드게임’을 시작합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