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식 하나은행 WM본부장 인터뷰

이미 수년 전부터 금융권의 큰 먹거리 중 하나는 자산가들의 자산관리(WM)로, 관련 서비스가 나날이 세분화·고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 패밀리오피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일까. 아니면 업계 간 치킨게임에 그칠까. 조윤식 하나은행 WM본부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눠봤다.
[Big Story] “가문별 맞춤형 자산관리...투자·증식 지나 승계 고민”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자녀 세대로의 부(富)의 이전이 시작됨에 따라 초(超)고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패밀리오피스’ 경쟁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의 패밀리오피스 격전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베이비붐 세대 초고자산가들의 은퇴로 상속·증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시대에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른바 ‘영리치(young rich)’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하나은행은 자산 300억 원 이상 고객을 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신한은행은 자산 100억 원 이상 초고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신한 PMW 패밀리오피스 센터’을 개설하는 등 업계 간 리딩 싸움도 치열하다.

이들 센터는 증권,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자문은 물론 상속·증여 등과 관련한 세무·법률 자문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초고자산가 고객의 개인별 취향 등을 반영한 컨시어지 서비스부터 결혼, 교제 등 인맥 형성을 위한 서비스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조윤식 하나은행 WM본부장은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는 은행, 증권 등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손님 중심의 생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손님에게 인정받는 자산관리 1등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조 본부장이 말하는 최근 금융권 내 화두 중 하나인 패밀리오피스 격전 현황과 고객의 니즈들을 두루두루 들어봤다.

수년째 금융권에서 패밀리오피스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는 어떤가.
“최근 몇 년간 자산 가치 상승이 지속된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산관리의 주 목적이 개인 자산의 투자와 증식인 시대를 지나, 부의 승계와 이전까지 고려하는 가문(family) 단위의 자산관리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거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위해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도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의 특징은.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은 연금,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등 상품을 담당하는 본부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담당하는 WM본부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이는 상품 선정에서부터 대고객 전달 및 관리까지 연속된 하나의 기능으로 간주해야 효과적인 종합자산관리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다는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철학이 반영된 구조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의 브랜드는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이며 그 특징은 자산관리 명사 하나은행의 전통적인 가족 자산관리에 리빙트러스트를 접목해 자산의 안정적 증식 외에도 대를 잇는 자산의 보존과 승계, 사회공헌 등을 적극적인 자산관리 항목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나.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는 투자, 리빙트러스트, 세무, 법률, 부동산, 가업승계 등 본부 소속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PB센터의 프라이빗뱅커(PB)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손님 및 가족에게 최적화된 포트폴리오와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는.
“앞서 언급했듯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 팀을 통해 가문별 맞춤형 자산관리가 제공된다.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서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이 제공됨으로써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타 금융기관과 복수 거래를 할지라도 하나은행이 고객 자산 전체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에 그러한 역할 수행을 기대하는 편이다. 세부 서비스로는 하나금융그룹의 강점인 비상장 투자, 리빙트러스트, 국내외 부동산 투자 자문 서비스, 아트뱅크 서비스 등에 관심이 높다.”

과거와 달리 고액자산가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향후 투자 트렌드와 방향성은.
“가업 매각이나 지분 매각과 관련한 뉴머니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다. 이 자금들에 대한 재투자와 보존, 승계를 위한 종합자산관리 니즈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투자에 적극적인 고액자산가일수록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 및 초기 성장 기업의 직접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Big Story] “가문별 맞춤형 자산관리...투자·증식 지나 승계 고민”
아직까진 국내에서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따른 단기적 수익성 확대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추후 수익성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바라보나.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는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라기보다는 하나은행 종합자산관리를 대표하는 서비스로서, 자동차 회사로 치면 최고급 브랜드 차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또한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2·3세대 고객에 대한 종합자산관리를 이어가고 다양한 상품 제공, 부동산 자문, 신탁 계약 등을 통해 수익 다변화도 가능하다.”

해외 패밀리오피스 벤치마킹 사례가 있나. 우리나라에 패밀리오피스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필요한 장치가 있다면.
“리빙트러스트 분야에 있어서는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1세대에서 일궈진 가업이 경영권 승계를 통해 2세대로 이전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최근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 직업 선택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에 따라 기업 오너의 자제들이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안타까운 면이 있다. 가업승계나 상속·증여 등에 있어 세제 혜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